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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 vs 소비자 편익'…대한항공, 공정위 압박에 '진퇴양난'

기사등록 : 2025-12-24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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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리지 통합안 또 반려한 공정위…"실효성 관건"
좌석 공급 축소에 59억 과징금…합병 후 관리 본격화
사실상 마일리지·좌석 공급·운임 전략 동시 강화 요구

[서울=뉴스핌] 김아영 기자 =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과의 통합을 앞두고 제출한 마일리지 통합안이 또다시 제동이 걸리면서 마일리지·좌석·운임 전략을 모두 손봐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 항공업계에서는 이번 조치를 두고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통합 이후 항공사의 시장 행태 전반을 관리하겠다는 신호를 보낸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24일 항공업계와 정부에 따르면, 공정위는 대한항공이 제출한 마일리지 통합 방안을 반려하고 1개월 이내 보완안을 다시 보고할 것을 요구했다. 보너스 항공권과 좌석 승급 등에서 실제 사용 가능한 물량과 방식이 충분히 담보되지 않았다고 판단해서다.

대한항공 B787-10 항공기 [사진=대한항공]

공정위는 기존 고객들이 쌓아둔 마일리지를 원하는 시점과 노선에서 제대로 쓸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항공업계는 이를 단순 제도 보완을 넘어 통합 항공사의 시장 행태를 실질적으로 들여다보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공정위가 통합 항공사의 제도를 꼼꼼하게 관리‧감독하겠다는 것"이라며 "단순히 숫자를 맞추는 수준의 보완으로는 통과가 어려울 것이며, 사실상 소비자 혜택을 확대하라는 뜻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마일리지 통합 문제는 통합 항공사 출범의 최대 민감 이슈로 꼽힌다.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가 대한항공 체계로 편입되는 과정에서 가치가 줄어들거나, 쓸 곳이 마땅치 않은 자산으로 전락하는 상황을 막아야하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이번 보완 명령이 국민적 관심사인 마일리지 제도를 소비자 눈높이에 맞게 설계되도록 하기 위한 조치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소비자가 쓰지 못한 채 소멸하는 마일리지 비중을 줄이고, 보너스 좌석과 좌석 승급 서비스 공급 계획을 보다 구체화하라는 사실상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셈이다.

대한항공의 재무 구조를 보면 이 주문의 배경이 더 분명해진다. 대한항공이 쌓아 둔 잔여 마일리지는 2조원을 훌쩍 넘는 수준이다. 기본 유효기간은 적립 후 10년으로 이 기간 안에 실제 사용을 통해 털어내지 못하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활용하기 어려운 적립금이 되고, 회사에도 부담 요인으로 남는다. 유료 좌석 판매를 늘려 수익성을 높이면서도, 마일리지 좌석과 복합 결제 비중을 키워 승객 혜택을 보장해야 하는 구조적 딜레마가 존재한다.

좌석과 운임을 둘러싼 규제 압박도 동시에 강화되고 있다. 공정위는 두 회사의 기업결합을 승인할 때 특정 노선의 공급 좌석 수를 2019년 대비 90% 미만으로 줄이지 말라는 조건을 붙였다. 통합 이후 좌석을 줄여 공급을 축소하면 표면적인 운임 인상 없이도 사실상 가격 인상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그러나 인천~프랑크푸르트 노선에서 공급 좌석을 2019년 대비 69.5% 수준까지 대폭 줄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는 총 64억 6000만 원의 이행강제금이 부과됐다. 대한항공 몫만 58억8000만원에 달한다.

이처럼 마일리지 제도와 공급좌석이 동시에 도마에 오르면서 통합 항공사 출범을 앞둔 대한항공의 과제는 더욱 복잡해졌다. 마일리지 통합 구조를 손보면서 좌석 공급 계획과 운임 정책까지 함께 재설계해야 하기 때문이다. 마일리지 사용 범위를 넓히면 소비자 만족도는 높아지지만, 단기 수익성에는 부담이 된다. 반대로 유료 좌석 중심 전략은 공정위 심사와 여론의 반발을 부를 수 있다. 통합 이후 10년 동안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를 그대로 쓸 수 있도록 한 설계도 이 긴장 관계 속에서 활용 방안을 더 구체화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긴다.

결국 대한항공의 향후 보완책 통과는 마일리지와 좌석, 운임 정책을 얼마나 유기적으로 엮어내느냐에 달렸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단순히 사용처를 소폭 늘리는 수준의 보완으로는 공정위의 문턱을 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정위가 보너스 좌석의 실질적 공급 비중 확대와 항공권 구매 시 마일리지를 섞어 쓰는 복합결제 서비스 강화를 주문하고 있는 만큼 대한항공은 수익성과 소비자 혜택 사이에서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대한항공은 공정위 요구 사항을 면밀히 검토해 통합안을 다시 제출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통합 항공사 출범 시점이 다가오는 상황에서 마일리지 정책과 좌석·운임 전략을 어디까지 조정할지가 향후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항공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통합 항공사가 소비자 혜택과 수익성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는 마일리지·좌석·운임을 패키지로 재설계해야 하는데 이는 쉽지 않은 과제"라며 "공정위의 요구에 대한 대한항공의 전략적 선택이 통합 항공사의 성공적인 출범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aykim@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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