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현민 기자 = 서울 전셋값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주거비 부담이 커진 무주택 실수요자들이 하남, 고양, 성남 등 경기도 아파트로 눈을 돌리며 '탈서울'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대출 규제 강화로 매수 여건이 녹록지 않은 데다, 전세 재계약 시 수천만 원씩 오르는 보증금을 감당하기 어려운 세입자들이 수도권 외곽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서울과 접근성이 좋은 수도권 외곽 지역을 중심으로, 전셋값과 집값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은 곳들이 서울의 대체 주거지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전세 이동 이후 실거주 목적의 매입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늘고 있어, 당분간 공급 물량이 크게 늘지 못하는 상황에서 탈서울 수요는 더욱 빠르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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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챗GPT] |
◆ 전세 매물 줄고 재계약시 인상으로 수도권 전셋값 오름세
24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전세 물량 감소와 전셋값 상승이 동시에 이어지면서 실거주 수요가 수도권 외곽 지역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서울 전세시장은 매물 부족이 이어지는 가운데 학군지·역세권 등 정주 여건이 우수한 단지를 중심으로 임차 수요가 꾸준히 유입되며 전셋값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 특히 실거주 의무가 부과되는 토지거래허가구역이 서울 전역으로 확대되면서 전세 매물이 줄어든 점도 가격 불안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대출 규제 강화로 매수 여건이 여전히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실수요가 전세 시장에 머무는 가운데 공급이 위축되자 전셋값이 오르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로 최장 4년간 보증금 인상이 제한됐던 물량이 재계약 시점에 한꺼번에 시장에 나오면서 전셋값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동안 보증금을 올리지 못했던 집주인들이 누적된 인상분을 반영하면서 전셋값이 치솟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12월 셋째주(12월 15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전주 대비 0.16% 오르며 상승폭이 확대됐다. 강남(0.10%→0.20%), 서초(0.49%→0.58%), 용산(0.09%→0.17%), 성동(0.10%→0.14%) 등 선호 지역을 중심으로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 하남·고양·성남으로 쏠린 수요…전세 이동 넘어 '매입 정착'
서울 전세시장의 부담이 커지자 일부 수요는 수도권 외곽 지역 아파트 매수로 방향을 틀고 있다. 실제로 최근 10개월간 서울 거주자가 매수한 경기 지역 아파트 거래는 하남시가 1767건으로 가장 많았고, 고양시(1713건), 성남시(1708건), 용인시(1513건), 남양주시(1312건)가 뒤를 이었다. 모두 서울과의 접근성이 뛰어나고 생활권이 맞닿아 있는 지역들이다.
하남·고양·성남의 경우 서울을 대체하는 주거지로 자리잡고 있는 모양새다. 서울 대비 전셋값과 매매가격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아 실거주 목적의 매수가 집중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세 부담을 견디지 못한 무주택 수요가 임차 이동을 넘어 수도권에 정착하는 양상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광명시(1230건), 안양시(1132건), 의정부시(993건), 김포시(969건) 등도 서울 거주자 매수가 꾸준히 이어진 지역으로 분류된다. 이들 지역 역시 서울과의 물리적 거리가 가깝고 광역 교통망이 잘 갖춰져 있어 '탈서울 1순위' 후보지로 거론돼 왔다. 반면 연천군, 가평군, 여주군 등 서울 접근성이 떨어지는 외곽 지역은 거래량이 한 자릿수에 그치며 대조적인 흐름을 보였다.
시장에서는 전세 시장의 구조적 변화가 수도권 매수 수요 이동을 자극하고 있다는 시각이 제기된다. 서울 전세 물량 감소와 전셋값 상승 속에서 일부 수요가 전세를 거쳐 매매로 전환하며 서울 인접 수도권으로 흡수되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서울 전세를 버티지 못한 수요가 경기권 전세로 이동한 뒤 가격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한 지역에서 매입을 선택하는 구조가 점점 고착화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하남·고양·성남 등은 사실상 서울의 확장 주거지로 기능하고 있다"고 말했다.
min72@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