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홍석희 기자 박민경 인턴기자= 12·3 비상계엄 직전 열린 2분간의 국무회의에 대해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이 "절차와 실체를 모두 갖춘 국무회의라고 보기 어렵다"고 증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재판장 류경진)는 23일 내란중요임무종사 등 혐의로 기소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의 속행 공판을 열고 조 전 장관의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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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3 비상계엄 당시 열린 것으로 알려진 국무회의에 대해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이 "절차와 실체를 모두 갖춘 회의라고 보기 어렵다"고 증언했다. 사진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사진=뉴스핌 DB] |
조 전 장관은 피고 측 신문에서 "보통 회의라면 자리에 앉아 발언하고 전반적인 논의가 이뤄져야 하는데, 기억 속에서는 대통령이 앉지도 않고 서서 왔다갔다 했던 몇 장면만 남아 있다"며 "그 장면만 놓고 보면 다른 위원들이 바라보는 것과 조금은 다르게 생각할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라고 말했다.
조 전 장관은 특히 '비상계엄과 같은 중대 사안일수록 오히려 국무회의가 더 엄격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절차적으로 개의 선언과 폐회 선언이 있어야 하고, 제안 설명·안건 설명·토론과 의견 개진 기회가 보장돼야 한다"며 비상계엄이라는 중차대한 조치에 대해선 오히려 더 완벽한 절차와 요건을 갖췄어야 한다"고 증언했다.
특검은 조 전 장관이 수사 과정에서 직접 그린 대통령 집무실 좌석 배치도를 제시하며 당시 상황을 재확인했다. 조 전 장관은 "수사기관 조사 과정에서 직접 그린 그림"이라며 "조사 과정에서 제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상계엄에 대한 국무위원들의 반대 의사 표명 여부를 두고도 공방이 이어졌다. 조 전 장관은 "집무실에 미리 도착한 몇 명이 반론 기회를 얻어 말했을 뿐"이라며 "정진석 전 비서실장과 최상목 당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도착 직후 강하게 반대 의사를 밝히고 대통령에게 직접 말하러 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다만 최 전 부총리가 이 전 장관에게 한 것으로 알려진 '예스맨' 발언을 둘러싼 진술 신빙성 문제에 대해 조 전 장관은 "정확한 워딩은 기억나지 않지만, 그런 취지의 말을 들은 기억은 있다"고 말했다.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은 이날 증인 불출석했다.
재판부는 다음 달 12일 피고인 신문을 마친 뒤 내란 특검팀의 구형과 피고인의 최후진술이 진행되는 결심 공판을 열 예정이다. 내년 2월 중 선고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장관은 계엄법상 주무 부처 장관임에도 불법적인 계엄 선포를 방조하고,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를 전달하는 등 내란에 순차적으로 공모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pmk1459@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