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문선 기자 = 최근 아이브가 팬레터를 제외한 모든 선물과 서포트를 받지 않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아이돌 팬덤에서 오랫동안 이어져 온 '조공' 문화에 다시 한번 선을 그은 것이다. 이번 결정은, 이미 업계 전반으로 확산된 선물·서포트 제한 흐름을 재확인하는 동시에 K팝 응원 문화 전반을 되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 |
| [서울=뉴스핌] 최지환 기자 = 그룹 아이브. choipix16@newspim.com |
아이돌 선물 문화는 초창기 팬클럽 중심의 소규모 응원에서 출발했다. 방송국 앞 간식 서포트, 손편지와 소소한 기념품은 아티스트에게 힘이 되는 응원이자 팬에게는 참여의 즐거움이었다. 그러나 산업 규모가 커지고 글로벌 팬덤이 형성되면서 풍경은 빠르게 달라졌다.
명품 가방과 시계, 고가의 주얼리, 해외 팬덤 주도의 대형 광고와 생일 프로젝트까지 등장하며 선물은 점차 '규모'와 '금액'으로 평가받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응원의 의미는 퇴색되고, 누가 더 큰 것을 해냈는 지가 팬덤의 위상처럼 소비되는 구조가 고착됐다.
이 같은 흐름의 상징적 사례로 자주 언급되는 것이 장원영을 둘러싼 '억대 선물' 논란이다. 일부 팬들의 자발적 선택이었지만, 언론 보도와 SNS 확산을 거치며 '아이돌은 고가 선물을 받는다'는 인식이 굳어졌다. 결과적으로 이는 다른 팬들에게 보이지 않는 압박으로 작용했다. "나도 해야 하나"라는 비교 심리가 생기고, 참여하지 못하면 팬으로서의 자격을 의심받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최근 많은 아이돌과 소속사들은 이미 선물과 서포트를 제한하거나 전면 금지하는 방침을 내놓고 있다. 아이브의 결정 역시 이 같은 업계 흐름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선택이다. 팬들의 부담을 최소화하고 응원의 본질을 다시 마음과 소통으로 돌리겠다는 메시지를 보다 분명히 드러낸 것이다.
반응은 엇갈린다. 일부 팬들은 '선물 금지가 팬의 표현의 자유를 제한한다'고 주장한다. 누군가에게는 선물이 말보다 진심을 전하는 방식일 수 있고, 이를 일률적으로 막는 것은 과도한 개입이라는 시각이다. 실제로 팬덤 내부에서는 "강요만 없으면 된다", "선택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반면 또 다른 팬들은 이번 결정을 '적극 환영'한다. 응원이 경쟁이 되는 순간 팬덤은 피로해지고, 결국 가장 열성적인 일부만 남는 구조가 되기 때문이다.
K팝 아이돌 20대 여성팬은 뉴스핌과 인터뷰에서 "아이돌 팬이 아티스트에게 수백, 수천만원 상당의 선물을 하고 SNS에 전시하는 것이 좋게 보이지 않는다"며 "고가의 선물이 아니더라도 마음을 전할 수 있는 방법은 여러가지"라고 이번 아이브의 결정을 지지했다.
아이돌과 팬의 관계 역시 재정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거에는 물리적으로 만날 수 있는 접점이 적었기에 선물과 서포트가 '존재 증명'의 수단이 되기도 했다. 현재는 팬 플랫폼, 라이브 방송, SNS 등을 통해 일상적 소통이 가능하다. 응원의 무게중심이 물질에서 참여와 소비, 공감으로 이동할 수 있는 환경이 이미 갖춰진 셈이다. 음원 스트리밍, 공연 관람, 공식 콘텐츠 소비 역시 충분히 의미 있는 지지의 방식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는 배경이다.
엔터 업계 내부에서도 선물 문화에 대한 고민은 깊다. 고가 선물은 아티스트에게 심리적 부담이 될 수 있고, 소속사 입장에서는 관리·외부 시선까지 고려해야 한다. 명확한 기준이 없을 경우 선물 문화가 관행처럼 이어지며 부담이 누적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돼 왔다.
모 기획사 관계자 A씨는 뉴스핌을 통해 "선물과 서포트는 본래 아티스트를 응원하는 순수한 마음에서 출발했지만, 최근에는 팬 사이의 경쟁과 비교로 변질된 측면이 있었다"며 "특히 고가 선물이 반복될 경우 아티스트와 회사 모두 심리적·관리적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브의 이번 결정은 이미 업계 전반에 형성된 변화 흐름을 다시 한 번 환기시키는 사례"라며 "장기적으로는 응원이 물질이 아닌 참여와 공감 중심으로 이동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봤다.
moonddo00@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