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정인 기자 = 삼성전자가 자회사 하만을 축으로 전장 사업 확장과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독일 ZF의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사업 인수를 포함해 공조·오디오·디지털헬스 분야까지 연이어 인수에 나서면서, 하만 인수 이후 다소 주춤했던 대형 인수합병(M&A)이 다시 본격화되는 흐름이다.
◆ ZF ADAS 품은 하만… SDV 대응력 강화
2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하만을 통해 ZF 프리드리히스하펜의 ADAS 사업을 15억유로(약 2조600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2017년 하만 인수 이후 8년 만에 이뤄진 전장 분야 대형 거래다. ZF의 ADAS 사업 인수 절차는 2026년 내 마무리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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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가 23일 자회사 하만을 통해 독일 ZF의 ADAS 사업을 인수했다. 왼쪽부터 마티아스 미드라이히(Mathias Miedreich) ZF CEO, 손영권 하만 이사회 의장, 크리스천 소봇카(Christian Sobottka) 하만 CEO 겸 오토모티브 부문 사장. [사진=삼성전자] |
이번 인수로 하만은 차량용 전방 카메라와 ADAS 컨트롤러 등 주행 보조 핵심 기술을 확보하게 됐다. 기존 주력인 디지털 콕핏과 결합해 중앙집중형 컨트롤러 구조로 확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하만이 소프트웨어중심자동차(SDV) 전환 흐름에 보다 직접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갖췄다는 분석이 나온다.
ZF ADAS 사업은 25년 이상의 업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ADAS 스마트 카메라 시장에서 1위 입지를 구축한 조직이다. 주요 완성차 업체를 고객으로 두고 있으며, 다양한 SoC 업체들과의 협업 경험도 강점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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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장 넘어 공조·헬스까지… M&A 재가동 신호
삼성전자의 최근 M&A 흐름은 전장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올해 들어 ▲독일 냉난방공조(HVAC) 기업 플랙트그룹 ▲미국 마시모 오디오 사업부 ▲미국 디지털 헬스 플랫폼 기업 젤스(Xealth) 등을 잇달아 인수했다. 사업 영역은 다르지만 모두 기존 주력 사업과의 시너지와 중장기 성장성을 고려한 선택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특히 하만은 인수·매각을 병행하며 사업 구조를 재정비하고 있다. 최근에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솔루션(DTS) 사업부를 인도 IT 서비스 기업 위프로에 매각하며, 전장 솔루션과 프리미엄 오디오 중심으로 사업 축을 더욱 명확히 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선택과 집중 전략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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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10월 3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엔비디아 지포스 게이머 페스티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스핌DB] |
삼성전자는 조직 차원의 변화도 병행하고 있다. 지난달 기존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를 '사업지원실'로 격상하고, 그 산하에 M&A 전담팀을 신설했다. 안중현 삼성전자 사장이 팀장을 맡아, 인수 후보 발굴부터 실사·통합 전략까지 전 과정을 총괄한다. 안 사장은 과거 하만 인수와 삼성테크윈 매각 등 굵직한 거래에 관여한 인물이다.
재계에서는 당시 조직 개편을 두고 "하만 이후의 M&A를 체계적으로 재가동하기 위한 준비 단계"라는 해석을 내놨다. 삼성전자는 3분기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과 단기금융상품을 합쳐 108조원 이상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투자 여력은 충분하지만, 하만 사례처럼 성공 가능성이 검증된 분야를 중심으로 선별적 접근을 이어갈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앞서 삼성전자는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AI와 로봇, 공조, 메디테크 등 다양한 신성장 분야 기술 리더십을 확보하기 위해 M&A 후보 업체를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kji01@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