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2025년 겨울, 우리를 위로하고 질문을 던질 연극들이 잇달아 무대에 오른다. 셰익스피어와 알베르 카뮈 등의 고전 작품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한 연극들이다. 고전을 통해 우리가 발 딛고 선 현실을 되돌아보게 하고, 이 시대를 사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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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연극 '베니스의 상인' 포스터. [사진= 극단 뜬, 구름] 2025.12.23 oks34@newspim.com |
극단 뜬,구름의 '베니스의 상인'(12.24~28, 여행자극장)은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아 관객들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흔히 권선징악의 드라마로 알려진 원작을 키치한 감각과 재즈, 라이브 연주로 풀어냈다. 16세기 베니스의 유대인 샤일록과 21세기 대한민국을 타자화의 구조로 연결하며, "우리는 과연 타인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를 묻는다.
원작과 달리 포셔와 제시카의 서사를 병치해 '특권'과 '개척'을 축으로 현대적 해석을 시도한다. 포셔는 막대한 유산을 지닌 특권층이지만 가부장제에 종속된 인물이다. 반면 제시카는 여성이자 유대인이라는 이중의 타자 위치에 놓여 있다. 이를 벗어나기 위해 아버지 샤일록을 부정하고 개종을 선택하는 위험한 개척의 길을 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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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연극' 엘시노어' 캐스팅. [사진 = (주)콘텐츠플래닝] 2025.12.23 oks34@newspim.com |
2026년 1월 개막을 앞둔 '엘시노어'는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햄릿'을 보초병들의 시선으로 재구성한 2인극이다. 거대한 비극의 소용돌이 속에서 성을 지키는 두 병사 '버나르도'와 '프란시스코'가 주인공이 되어, 권력자들의 욕망이 아닌 평범한 개인의 선택과 삶을 조명한다.
덴마크 엘시노어 성의 보초병 '버나르도'와 '프란시스코'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확장했다. 무대에 서는 두 배우는 햄릿, 선왕의 유령, 오필리아, 클로디어스 왕, 폴로니어스 재상, 레어티즈, 왕비 거트루드 등 원작의 주요 인물들을 연기한다. 약 90분 동안 이어지는 공연에서 단 두 명의 배우는 소품과 의상, 그리고 호흡과 리듬의 변화만으로 완전히 다른 인물의 감정과 존재를 자유롭게 구현한다.
순수하고 따뜻하며 겁이 많지만, 자신이 옳다고 믿는 일 앞에서는 누구보다 먼저 움직이는 단단한 정의감을 지닌 엘시노어의 보초병 '버나르도' 역에는 연극 '보이즈 인 더 밴드', '빵야', '킬 미 나우' 등에 출연한 허영손, 뮤지컬 '타조 소년들', '레미제라블' 등에 출연한 김경록, 뮤지컬 '보더라인', '모리스'의 박주혁이 캐스팅되었다.
배우이자 글을 쓰던 예술가였으나, 가난과 현실적인 문제로 꿈을 접고 엘시노어의 군인이 된 논리적이고 현실적인 성격의 '프란시스코' 역에는 연극 '포쉬', '보이즈 인 더 밴드' 등에 출연한 강은빈, 뮤지컬 '프라테르니테', '조선의 복서' 등에 출연한 김기택, 뮤지컬 '타조 소년들', '마리 퀴리', '랭보' 등의 신은호가 출연을 확정 지었다.
알베르 카뮈의 대표 희곡 '정의의 사람들'(Les Justes)이 김결 연출의 감각적인 해석으로 다시 한 번 관객 앞에 선다. 2024년 '연극 전쟁'이라는 타이틀로 선보였던 실험적인 무대를 발전시킨 버전이다. 원작 '정의의 사람들'은 1905년 러시아 혁명기를 배경으로, 실제 테러 사건을 모티브로 삼아 쓰였다. 카뮈는 이 희곡을 통해 폭력적 혁명조차 인간성을 상실하는 순간 정당성을 잃는다는 문제의식을 날카롭게 제기한다. 1얼 8일부터 3월 29일까지. JS아트홀 무대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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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연극 '정의의 사람들' 캐스팅. [사진 = ㈜더블케이엔터테인먼트] 2025.12.23 oks34@newspim.com |
연극 '정의의 사람들'은 비밀 아지트에 모인 혁명가들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폭탄을 던질 임무를 맡은 '야네크'는 혁명과 삶에 대한 기대를 동시에 품은 청년 혁명가다. 혁명을 '살아야 할 삶'으로 받아들이는 그의 태도는 조직 내부에 균열을 만들어낸다. '야네크' 역에는 이서현과 정지우가 젠더프리 캐스팅으로 출연해, 인물의 순수함과 위험성을 서로 다른 결로 표현한다.
감옥에서 혹독한 3년을 보내고 돌아온 '스테판'은 독재자를 제거하기 위한 테러에 가장 강한 확신을 지닌 인물로, 조직 내에서 가장 냉혹한 현실 인식을 대변한다. '스테판' 역은 김준식이 원캐스트로 맡아, 신념에 집착하는 인물의 내면을 밀도 있게 그려낼 예정이다. 이들의 갈등을 지켜보는 '도라'는 인간성과 정의 사이에서 끊임없이 고민하는 인물로, 극의 윤리적 중심축을 담당한다. 야네크의 결의를 지지하면서도 테러가 불러올 비극적 결과를 외면하지 못하는 도라 역은 최하윤이 원캐스트로 맡아 인물의 복합적인 감정을 깊이 있게 풀어낸다. 링크아트센터드림 드림4관에서 내년 1월 18일 개막한다. oks34@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