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상욱 기자 = 세계 여자 배드민턴에서 안세영은 이제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대상이 아니라 '어떻게 버텨야 상대'인지를 고민하게 만드는 높은 벽이 됐다. 체력과 수비, 공격, 경기 운영 능력에서 무결점 선수다. 세계 2, 3위 선수의 고백이 세계 1위 안세영이 얼마나 당해내기 어려운 상대인지를 증명하고 있다.
세계랭킹 2위 왕즈이(중국)는 지난 21일 왕중왕전 결승에서 패한 뒤 "안세영은 항상 모든 나라 선수들에게 롤모델"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왕즈이는 믹스트존에서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고 눈물을 쏟았다. BWF 관계자조차 "이런 모습은 처음 본다"고 할 만큼 이례적인 반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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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핌] 박상욱 기자 = 왕즈이가 지난 21일 왕중왕전 결승에서 안세영에게 진 뒤 믹스트존에서 눈물을 쏟고 있다. [사진=CGTNSports SNS 동영상 캡처] 2025.12.23 psoq1337@newspim.com |
왕즈이는 이날까지 올해에만 여덟 번 만나 모두 무릎꿇었다. 중국 배드민턴계가 안세영 앞에서 반복되는 패배를 빗대 만든 '공안증'이라는 표현도 이날 결승에서 다시 소환됐다. 왕즈이를 응원하던 중국 관중들은 '안세영의 벽'을 눈으로 확인했다.
왕즈이는 "안세영은 이미 전 세계 선수들에게 분석되고 연구된 선수지만, 코트에 설 때마다 새로운 선택을 한다. 안정감, 스피드, 경기 운영에서 늘 한 수 위라고 느낀다"고 덧붙였다.
세계 3위 야마구치 아카네(일본)도 "안세영을 만날 때마다 힘들다. 그만큼 얻어가는 것도 많다"며 "항상 나를 도전하게 만드는 선수"라고 평가했다.
한때 안세영에게 상대 전적 우위를 점했던 야마구치에게 최근의 안세영은 괄목상대하는 '다른 선수'가 됐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두 선수의 경기는 대부분 한 시간을 훌쩍 넘겼다. 그러나 공격 비중을 끌어올린 이후 안세영이 야마구치를 돌려세우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올해 맞대결 여섯 경기 가운데 대부분 40분대에 끝났다.
이번 대회 준결승도 마찬가지였다. 야마구치는 38분 만에 0-2로 고개숙였다. 그는 "예전에는 수비가 가장 강한 선수라는 인상이었는데, 최근에는 공격에서도 확실히 힘이 붙었다. 랠리 자체가 훨씬 버거워졌다"고 혀를 내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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