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최영수 선임기자 = 장기간의 고물가로 서민들이 신음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원자재 가격을 부풀려 배를 채운 업체들이 대거 덜미를 잡혔다.
국세청(청장 임광현)은 원자재 가격 상승을 핑계 삼아 변칙적인 방법으로 원가를 부풀린 탈세자들에 대해 고강도 세무조사를 실시한다고 25일 밝혔다.
이번 세무조사 대상은 ▲가공식품 제조・판매 업체 12개 ▲농축수산물 납품・유통 업체 12개 ▲외식 프랜차이즈 가맹본부 14개 ▲예식・장례 등 경조사 업체 17개 등 총 55개 업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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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원 국세청 조사국장이 2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원자재 가격을 부풀린 탈세자들에 대한 세무조사 방침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국세청] 2025.09.25 dream@newspim.com |
◆ 가공식품 제조・판매업체 탈세 '덜미'
우선 변칙적인 수법으로 재료비와 인건비를 부풀려 신고한 가공식품 제조・판매 업체들이 대거 덜미를 잡혔다.
이들은 사주 일가가 설립한 특수관계법인으로부터 원재료를 고가 매입하거나 거짓으로 매입한 것처럼 꾸며 재료비를 부풀리는 방법을 이용했다. 조사대상 업체의 소득은 줄여 신고하고, 특수관계법인에는 이익을 배분하는 방식이다.
또한 사주 일가에게는 직책에 맞지 않는 고액의 급여를 지급하며 인건비를 부풀려 신고하기도 했다. 심지어 일부 업체는 사주 일가의 고가 아파트 구입, 부동산개발, 자택의 설계・인테리어 관련 비용까지 회사가 대신 부담한 사례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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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 가격 부풀리기 탈루사례 [자료=국세청] 2025.09.25 dream@newspim.com |
농축수산물 납품·유통업체도 비슷한 수법을 사용했다. 유통과정에서 거짓 계산서를 수취해 소득을 축소했을 뿐만 아니라, 무자료 거래, 차명계좌 사용 등으로 매출을 누락하며 거래질서를 문란하게 했다.
이들은 영세사업자로부터 농축수산물을 매입하면서 계산서를 과다 수취하거나, 실제 농축수산물 거래 없이 거짓 계산서를 수취해 매입액을 부풀리는 수법으로 세금을 줄여 신고했다가 적발됐다.
특히 농어민과 직거래하는 경우 계산서, 현금영수증 등 거래증빙을 수수하지 않아도 되는 점을 악용해 무자료 매입하고, 현금이나 차명계좌로 받은 판매대금을 신고 누락하는 꼼수를 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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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 가격 부풀리기 탈루사례 [자료=국세청] 2025.09.25 dream@newspim.com |
◆ 외식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도 '정조준'
외식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도 예외가 아니었다. 가맹점에 공급하는 식자재의 매입가는 부풀려 신고하면서, 가맹비 매출 등은 신고를 누락했다.
이들은 가맹점에 공급하는 식자재를 매입하면서 실제보다 과다하게 세금계산서를 수취해 원가를 부풀리고, 가맹점과 공동 부담했던 광고비를 가맹본부가 모두 부담한 것처럼 과다하게 신고하기도 했다.
이들 중에는 사주 일가가 운영하는 특수관계법인을 거래 중간에 끼워 넣고 원재료를 고가에 매입해 특수관계법인은 이익을 취하면서도 가맹점에는 시세보다 높은 가격으로 원재료를 공급한 경우도 있었다.
또한 가맹점으로부터는 가맹비와 교육비를, 지정 인테리어 업체로부터는 알선수수료를 받으면서도 세금계산서를 발급하지 않는 수법으로 매출을 누락한 사례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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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 가격 부풀리기 탈루사례 [자료=국세청] 2025.09.25 dream@newspim.com |
예식장과 장례식장 등 경조사 업체들도 꼼수를 부리다 덜미를 잡혔다.
거짓 비용과 가공인건비 등으로 소득을 줄여 신고하고, 현금 매출은 신고하지 않은 방식을 이용하다 덜미를 잡혔다. 이들은 외주업체로부터 예식・장례 관련 용역을 제공 받은 것처럼 꾸며 거짓으로 비용을 신고하기도 했다.
특히 예식장・장례식장을 이용한 혼주나 상주가 대부분 경조사 비용을 현장에서 축의금・조의금으로 지불하는 점을 악용해 할인을 조건으로 현금 결제를 유도해 매출을 누락하기도 했다.
드레스・메이크업 협력업체와 운구차・제단 꽃장식 외주용역업체로부터 소개비를 받으면서도 해당 수입을 신고 누락한 경우도 대거 적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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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 가격 부풀리기 탈루사례 [자료=국세청] 2025.09.25 dream@newspim.com |
국세청은 이번 세무조사를 통해 원가 부풀리기 등으로 소득을 축소하고, 불투명한 유통과정에서 세금을 탈루한 업체들을 철저하게 조사할 방침이다.
특히 법인자금 유출, 가공인건비 지급 등을 통해 부를 축적하는 사주 일가에 대해서는 재산 취득 전반에 대해 자금출처를 철저히 조사하고, 원가를 부풀리도록 도와준 거래처에 대해서도 엄정 조사할 방침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 상승을 핑계로 과도하게 가격을 인상해 소비자에게 부담을 전가하고, 마땅히 내야 할 세금은 줄여 신고하는 업체에 대해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세무검증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국민들이 실생활 속에서 피해를 입을 우려가 높은 생활 밀접분야의 탈세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등 민생침해 탈세 근절과 국민생활 안정을 위해 더욱 관심을 가지고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drea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