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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묵은 코레일·에스알 통합 논의…공공성 강화 vs 경쟁체제 유지 ′팽팽′

기사등록 : 2025-09-2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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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공공기관 통폐합 흐름 속 코레일·에스알 통합 쟁점으로
코레일 중복 비용 절감 효과 내세워
에스알 "차라리 교차운행이 낫다"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SRT 운영사 에스알(SR)이 분리 10년을 넘긴 가운데 통합 논의가 3년 만에 재가동됐다. 코레일은 중복 운영비 절감과 좌석 공급 확대 등을 근거로 분리 체제 유지를 강조하지만, 에스알은 통합으로 인한 이점이 크지 않다며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호소한다.

2025년 상반기 KTX, SRT 승객 수송 현황 [그래픽=김아랑 미술기자]

◆ 비용 절감·공공성 강화와 요금 경쟁 필요성 맞서

25일 국토부에 따르면 오는 29일 코레일과 에스알 통합 논의를 위한 2차 간담회가 열린다. 지난달 20일에 이어 양측의 입장과 통합 시 생길 수 있는 문제, 이에 따른 해결 방안 등을 듣기 위한 자리다.

두 고속철도운영사의 통합 이슈는 현 정부가 들어서며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난 6월 발표한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집에는 고속철도 통합을 통한 열차 운행횟수 증대와 국민 편의 증진, 안전성 강화 등을 실현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8월 이 대통령은 "공공기관이 너무 많아 숫자를 못 세겠다"는 말과 함께 공공기관 통폐합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와 동시에 공공기관 통폐합 TF(태스크포스)가 만들어지면서 철도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자리잡았다.

양 기관의 통합 문제는 10년 넘게 이어져 온 얘기다. 코레일과 에스알은 2013년 분리됐다. 코레일 독점 체제로 인한 이용자 편의성 저해를 막고 철도서비스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였다. 이후 3년 간의 개통 준비를 거쳐 2016년 말 수서발 SRT 운행이 시작됐다. 철도 공기업간 경쟁 체제가 본격화된 시점이다. 

국토부는 2020년 11월 한국교통연구원에 용역을 의뢰해 제4차 철도산업발 기본계획(2021~2025)을 수립하면서 철도운영사 통합 내용을 포함하기로 했다. 그러나 코레일과 에스알의 입장을 듣는 '거버넌스 분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최종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하면서 기본계획에서 이 내용이 빠졌다. 자연스럽게 통합 논의도 잠정 보류 상태가 됐다가 약 3년 만에 다시 본격화된 셈이다.

코레일은 연 406억원으로 추산되는 중복 운영 비용 절감과 국민 편의성 증대를 목적으로 통합이 유리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현재 별도로 관리하는 SRT 정비와 발권 등 운영 전반을 한 번에 하게 되면 좌석 추가 공급이 가능하고, 예상 매출 증가액은 연 2000억원가량으로 재무적 이점도 있다는 주장이다. 지난해 코레일은 1114억원 적자를, 에스알은 전년 대비 30% 이상 떨어진 94억원의 영업이익을 각각 기록한 바 있다. 에스알이 운영하고 있는 SRT 32대 중 22대가 코레일로부터 빌려온 열차라 불필요한 지출이 발생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반면 에스알은 강력한 반대 의사를 표했다. SRT 요금은 KTX보다 10% 저렴한 데다 10년 동안 인상도 없었기에 현재까지 국민 교통비 8800여억원을 절감했으니 오히려 분리 체제를 운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SRT 운행으로 다른 철도 운영사도 마일리지 제도를 부활하는 등 철도 전반에 고객을 유치하려는 선순환이 생겼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철도 차량 유지·정비 구조상 비효율이 많다는 지적에 대해선 "코레일 위탁과 별개로 민간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차량정비를 효율화하고, 전용 차량기지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개통 당시 자체 예산으로 고속열차 10편성을 구매했는데, 정부 보조금 없이 열차를 구매한 것은 철도 운영사 최초"라고 말했다. 이어 "이를 바탕으로 해마다 약 620만석을 추가 공급했다"며 "현재 신규차량 14편성을 신규 발주 2027년부터 고속열차 좌석 공급량은 대폭 늘어날 전망"이라고 부연했다. 

◆ 기관 통합 vs 교차운행, 어떤 것이 효율적일까

여전히 양 기관의 입장 차이는 명확하다. 에스알은 기관 통합보다 교차운행을 통해 열차 운행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견해를 드러냈다. 예컨대 현재 고속철도 평택~오송 구간 선로 용량은 최대치라 통합을 하더라도 운행 횟수를 더 늘리는데 한계가 있으니, 수서가 아닌 서울까지 가는 SRT 등을 통해 열차 운행을 일부 효율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코레일 노조가 속한 민주노총은 "수서로 일부 KTX를, 용산으로 일부 SRT를 보내는 '통합 운영' 교차 운행 시범 사업은 단지 중복비용만 키우는 명백한 눈속임"이라며 "고속철도 통합은 에스알 철도사업을 코레일이 양도받는 절차와 시스템 통합, 안내 기간을 포함해도 6개월이면 충분해 복잡하거나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쉬운 과정은 아니겠지만 이 대통령이 통합 이야기를 꾸준히 언급한 만큼 실효성 있는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대선 후보로 나왔을 때도 두 기관 통합을 공약으로 내건 바 있다. 당시 그는 "SRT는 지방 알짜노선을 중심으로 운행함으로써 그 외 지방 주민들은 강남 접근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반면 수익성이 떨어지는 지방 소도시 등에도 철도를 운행하는 KTX는 공공성을 지키면서 따라오는 수익 부담을 짊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통합보다 먼저 고속철도 공공성 강화와 운영사간 경쟁 유도의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나준희 한국교통대 교수는 "코레일은 향후 철도산업의 효율적 운영과 더불어 공공성 강화 측면에서 에스알과의 통합을 바라겠지만, 현재까지 나온 논거만으로 현 철도산업의 경쟁이 잘못 설계됐다고 예단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계자는 "철도는 탄소중립 정책과 기후위기 대응에 걸맞는 친환경 교통수단으로 국가가 키워야 할 미래 먹거리 산업인 만큼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발전적인 방안을 수립하고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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