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의 반대에도 여당인 민주당이 8월 임시국회에서 노란봉투법(노조 관계법 2·3조)을 통과시키기로 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선진국 수준'을 언급하며, 입법 의지를 재확인했다. 이에 따라 노란봉투법의 국회 통과 및 시행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노란봉투법은 공포 후 6개월 뒤 시행 예정이다. 재계가 반대하는 이유와 예상되는 부작용 등을 짚어봤다.
[서울=뉴스핌] 정탁윤 기자 = 노란봉투법은 '사용자'의 개념을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까지 확대해 하청 노동자도 원청을 상대로 직접 교섭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노조법 2조 2호).
[노란봉투법 초읽기] 글싣는 순서
1. 외국기업 다 떠난다…재계, 헌법소원도 불사
2. 사용자 범위 확대, '글로벌 기준'인가 '산업 뇌관'인가
3. "방어권도 없는데"…불법파업도 손배 청구 힘들어져
4. 中企 "매출 감소 및 근로자 감원 뒤따를 것"
'노동쟁의'의 범위도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 경영상 결정과 사용자의 명백한 단체협약 위반으로 인해 발생한 분쟁상태까지로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2조 5호). 쟁의행위와 노조 활동에 대한 사용자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노조법 3조)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법안은 공포 후 6개월 뒤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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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조선업계의 경우 하청 업체가 수백에서 수천 개에 달하는데,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원청이 교섭 당사자가 될 경우 1년 내내 교섭에 시달릴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손경식 경총 회장은 "한·미 간 관세 협상에서 1500억 달러 규모의 마스가(MASGA) 프로젝트로 주목받은 조선 산업이 노란봉투법으로 위축될 우려가 있다"며 "조선업체 한 곳은 3000개, 다른 한 곳은 1500개가 넘는 협력업체를 두고 있다"며 "이들이 각자 원청에 노조 교섭을 요구하게 되면 어려움이 크다"고 지적했다.
◆ 주한미국·EU 상공회의소, 韓 시장 철수 경고...노사 혼란 극심 우려
제임스 김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 회장은 전날 국회를 직접 찾아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 등 원내지도부와 면담하고 노란봉투법에 대해 우려를 전달했다.
김 회장은 "한국이 다국적 기업에 더 매력적인 투자지가 되기 위해선 예측 가능하고 안정적인 정치·규제 환경이 매우 중요하다"며 "노란봉투법의 국회 통과가 한국의 아시아 지역 허브로서의 위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고 밝혔다.
암참뿐 아니라 주한유럽상공회의소(ECCK)도 지난달 노란봉투법 시행에 따른 유럽 기업의 한국 시장 철수 가능성을 경고했다.
대한상공회의소의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민 76.4%는 노란봉투법이 통과될 경우 산업현장의 노사갈등이 심화할 것이라고 답했다.
조선업계 뿐 아니라 자동차와 건설업계 등 하청업체가 많은 업계는 노란봉투법의 직접 피해가 예상된다.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부품업체 현대트랜시스 장기 파업으로 1조원에 달하는 생산 피해를 입기도 했다.
또한 국민들의 80.9%는 "개정안 통과시 파업횟수와 기간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답했다. 실제 한국의 자동차, 조선, 전자, 물류 산업 등은 업종별, 단계별 협업체계로 구성돼 있어 법안이 통과되면 원청기업들을 상대로 쟁의행위가 상시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경영계 우려다.
◆ 재계, 독소조항 수정·법 시행 1년 이상 유예...헌법소원도 불사
재계는 그 동안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경협, 경총 등 경제단체를 중심으로 정부 여당을 여러 차례 설득해왔다. 손경식 경총 회장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노조법 개정 중단을 촉구하기도 했고 국회의원 298명 전원에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을 만나 경제계의 우려도 전달했다.
경제6단체는 최근 사용자 범위는 현행법을 유지하고, 쟁의 대상을 확대하더라도 경영 판단은 제외해달라는 내용의 수정안을 제시했다. 경영상 판단을 쟁의 대상에 포함하는 것에 대해서는 "공장 해외 이전도 노조 허락을 받아야 해 정상적인 경영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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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을 비롯한 경제6단체장이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노조법 개정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5.08.18 pangbin@newspim.com |
그러면서 노란봉투법의 시행을 6개월이 아닌 1년 이상 유예 기간을 두자는 입장이다. 경제6단체는 "노조법이 개정될 경우 1년 이상 시간을 갖고 노사가 의견을 수렴해야 산업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할 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재계 일각에서는 수정 제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헌법소원까지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동근 경총 상근부회장은 "조선업이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잦은 파업으로 경쟁력을 잃는다면 한미 조선 협력이 제대로 될 수 있겠나"라며 "최후의 보루인 헌법 소원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tac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