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석훈 기자 = 경제 불황 탓에 투자시장이 위축된 가운데, 후기 단계 스타트업과 초기·중기 스타트업 간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 후기 라운드 투자 건수 20% 증가...초기 라운드 '반토막'
13일 벤처 투자 플랫폼 더브이씨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후기 라운드(시리즈D~프리IPO) 투자 건수는 31건이었다. 이는 전년 동기(26건) 대비 19.2% 늘어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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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기간 초기 라운드(씨드~시리즈A) 투자 건수는 592건에서 338건으로 42.9% 급감했다. 중기 라운드(시리즈B~C) 투자 건수도 111건에서 82건으로 26.1% 줄었다.
투자금액을 기준으로 봐도 후기 라운드의 수치만 늘었다. 후기 라운드 투가금액은 4886억원에서 5046억원으로 소폭 증가했다.
특히 ▲씨티알(700억원) ▲에임드바이오(511억원) ▲메디쿼터스(600억원) 등 '빅딜'을 터뜨린 스타트업들이 후기 라운드 투자 금액 증가를 견인했다.
하지만 초기 라운드는 1조1176억원에서 7442억원으로, 중기 라운드는 1조4578억원에서 9912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이처럼 후기 단계 스타트업의 투자만 늘어난 이유로 투자자 전략 변화가 꼽힌다. 저금리 시대에는 장기적 리스크를 감수하는 투자가 가능했지만, 경제 불황 탓에 안정성과 단기 회수 가능성이 높은 스타트업을 선호하는 투자자가 많아져서다.
한 VC업계 관계자는 "상장 직전에 있거나 규모가 큰 스타트업에 집중 투자하는 것은 리스크를 줄이는 효과적 방법"이라며 "반면 중간 단계 이전에 투자하는 것은 회수 가능성도 낮을 뿐더러 실패 위험성도 크다"고 설명했다.
초기 기술 확보의 관점에서 후기 라운드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벤처업계 관계자는 "전략적 투자자(CVC) 입장은 주로 신사업 파트너를 확보하려는 목적에서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며 "초기 기술 확보나 확정적 시너지 가능성이 있는 후기 단계 스타트업을 선호하는 이유다"고 말했다.
◆ 모태펀드 예산 대폭 확대...양극화 완화하나
정부가 스타트업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자금 지원 정책을 동원하면서 초·중기 라운드와 후기 라운드 간 격차가 줄어들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최근 이재명 정부는 벤처·스타트업 육성에 강한 의지를 보이며, 연간 40조원 규모의 벤처투자 시장 조성을 목표로 내세웠다. 실제로 지난 6월 제2차 추경예산안을 통해 중기부 예산 1조405억원을 추가로 마련했다. 정부는 신산업 분야 투자 촉진의 일환으로 유망 벤처·중소기업 지원에 9000억 원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현재 연 1조원 수준인 모태펀드 예산이 대폭 늘어날 예정이다. 벤처·스타트업의 도약에 필요한 대규모 자금을 지원하는 모태펀드는 중소벤처기업부 산하기관인 한국벤처투자가 2005년부터 운용하고 있는 재간접펀드를 의미한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모태펀드는 스타트업의 초기 자금 지원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정책"이라며 "모태펀드 예산이 늘어나면서 정책 자금이 초기 라운드 투자 활성화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stpoemseo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