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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李의 포용금융·尹의 공공재, 차이가 있나

기사등록 : 2025-08-11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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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이자장사' 지적 후 대규모 지원 압박
'은행갑질' 발언 후 '상생금융' 전 정부와 동일
연이은 대통령 비판 발언에 금융권 허탈
소통과 협의 속 취약계층 지원안 유도해야

[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금융인 입장에서, 안타까운 '데자뷰'다."

지난달 24일, 이재명 대통령이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금융사들의 이른바 '이자장사' 비판 발언이 나온 이후 만난 금융권 관계자는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이 관계자는 "투자확대를 요구하는 과정에서 나온 표현이지만 현 정부가 금융업을 어떻게 바라보는지가 노골적으로 드러난 것 아니냐. 이제 정치권에서는 금융사들의 이미지를 이런 식으로 활용하기로 결정한 것 같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정광연 금융증권부 차장.

그의 말처럼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익숙한 '한숨'이기도 하다. 불과 2년여전인 2023년 10월 30일, 윤석열 전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국민들이 은행 종 노릇을 하는 것 같다"는 강도 높은 발언에 이어 이틀 뒤에는 "은행들이 갑질을 많이 한다"는 표현까지 내뱉었다.

유례없는 고강도 질타에 금융권은 속속 서민지원방안을 확대했고 이는 총 2조원이 넘는 규모의 '상생금융'으로 확대됐다. 그리고 윤 정부는 이 상생금융을 자신들의 몇 안되는 '치적' 중 하나로 활용했다. 당시 대통령 비판이 준비된 발언이라는 해석이 제기됐던 이유다.

지난 해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은행권이 지원한 상생금융은 2조1000억원 규모. 은행권은 이와는 별도로 3년간 총 5800억원을 지원하는 사업도 진행중이다. 여기에 지난해 은행권 전체 사회공헌 금액 1조8934억원을 더하면 총 지원 규모는 5조원에 육박한다.

이재명 정부의 요구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이미 금융권은 이 대통령의 이자장사 발언 직후 정부가 조성중인 100조원 규모 민관펀드에 적극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투입 재원은 최소 수조원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부족한 세수를 채우기 위한 과세압박도 본격화되고 있다. 정부는 내년부터 수익 1조원 이상 금융사에게 부과하는 교육세를 현행 0.5%에서 1.0%로 두 배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이 경우 금융권 전체 교육세 규모는 현 2조원에서 3조3000억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추산된다.

'배드뱅크' 설립에서 시작된 금융취약계층 지원도 대폭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배드뱅크를 통해 연체 7년 이상, 5000만원 이하의 장기연체채권을 일괄매입한다는 계획이다. 총 매입 규모는 16조4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시중은행은 취약계층 채무조정 전담 조직을 신설하는 등 대응에 나선 상태다. 업권에서는 이번 주 금융당국 조직개편이 마무리되면 정부가 주도하는 대규모 포용금융이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 흐름을 감안하면 최소 전 정부 상생금융 이상의 규모가 예상된다.

4대 금융그룹은 올해 상반기 역대 최대인 10조3254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했다. 따라서 정부가 어떤 수준의 요구를 하더라도 당장 건전성에 적신호가 켜지는 위기가 올 것이라는 우려는 크지 않다.

다만 2분기 기준 4대 금융의 부실채권(고정이하여신)이 1분기만에 21.5%(2조2548억원)나 급증하는 등 잠재적 부실 위험성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는 심각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과도한 재원 투입에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전 정부에 이어 이번 정부 역시 금융권을 '악마화'하는 행태에 많은 종사자들이 허탈함을 느끼고 있다. 정권 교체에도 달라진 건 없다는 불만이 터져나오는 이유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권은 지금까지 사회적 책임, 또는 그 이상을 요구하는 정부 방침에 반대한 적이 없다. 오히려 선제적으로 많은 지원을 해 왔다"며 "왜 소통과 협의가 아닌 일방적인 비판과 질타부터 시작하는지 모르겠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상생금융에 이어 포용금융까지 더해지면 자영업자 및 소상공인들의 경제적 어려움에 큰 도움이 될 것은 자명하다. 다만 그 방법이 지금처럼 공격적일 필요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재명 정부가 일방적이고 독단적인 태도로 지지를 상실한 전 정부의 행태를 '반면교사'로 삼기를 바란다.

peterbreak22@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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