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사등록 : 2025-08-10 09:00
①[서울=뉴스핌] 박우진 기자 = #1. 가해자 A씨와 피해자 B씨는 평소 폭행이나 말다툼 관련해 112신고가 10번 이상 반복 접수됐다. B씨는 매번 수사관에게 "A가 술을 마시면 종종 난폭해지긴 하나 괜찮다. 처벌은 원치 않는다"고 진술했다.
#2. C씨는 식당에서 연인 관계인 D씨의 이성 관계를 의심해 휴대전화를 가져가 문자 내용을 확인했다. 화가 난 C씨는 테이블 위 물통을 들고 D를 때릴 듯 위협했다. 목격자가 112에 신고했으나 D는 "C가 사과해서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위 두 사례는 연인간 다툼으로 보이지만 경찰에 교제폭력으로 신고가 자주 접수되는 사례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경찰청은 이같은 내용이 포함된 '교제폭력 대응 종합 매뉴얼'을 완성했다고 10일 밝혔다.
매뉴얼은 경찰과 경찰대학,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한국여성변호사회 등 전문가들의 자문을 거쳐 완성했다.
최근 화성과 대구, 대전 등에서 교제 살인 등 교제 관계에서 비롯된 강력범죄가 잇달아 발생하면서 국민 불안감과 대응책 마련 요구가 높아졌다.
교제폭력 사건에서는 신고 반복, 피해자가 가해자 처벌을 원치 않는 경우, 피해자와 가해자가 계속 교제하는 경우 등이 많아 경찰이 적극 개입해 가해자를 처벌하고 피해자를 보호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경찰은 교제폭력 사건에 직권 개입하고 피해자를 적극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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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사진=뉴스핌DB] |
매뉴얼에는 단계별 교제폭력 징후를 구체화하고, 스토킹처벌법의 실질적 활용 방안을 제시해 피해자의 비협조 상황에서도 즉시 피해자 보호조치 적용이 가능하도록 내용을 구성했다.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접근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스토킹처벌법을 적용해야 한다. 스토킹처벌법에 근거해 ▲상대방 의사에 반하는 경우 ▲정당한 이유 없는 경우 ▲접근 등 행위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유발하는 경우 보호조치가 가능하다. 일회성 행위인 경우에도 경찰이 현장에서 판단하기에 지속·반복될 우려가 있는 경우에도 접근금지 조치를 할 수 있다.
경찰은 ▲결별 요구 ▲외도 의심 ▲결별 후 스토킹 사건은 강력범죄 전조 증상으로 보고 초기부터 최고 수준의 피해자 보호조치를 실시하는 등 엄정 대응하고 있다.
경찰은 관련 전문가 자문을 거친 후 법무부와 협의를 통해 스토킹처벌법 적용 가능성을 검토했다. 실제 수사에 적용된 사례들을 대검찰청과 공유해 법률 해석의 전국 통일성을 도모했다.
매뉴얼 감수에 참여한 서혜진 한국여성변호사회 변호사는 "교제폭력을 규율하는 별도 법이 없는 상황에서 스토킹처벌법상 보호조치 법률 적용을 고려한 점이 타당하고 합리적이다"고 말했다.
조주은 경찰청 여성안전학교폭력대책관은 "이번 매뉴얼은 교제폭력 입법 전에 피해자 보호에 공백이 없도록 다양한 부서 간 협업과 외부 전문가 자문 등을 거쳐 마련된 것으로 경찰 차원에서 교제폭력 대응 의지를 보여준 매우 뜻깊은 성과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국회에서 교제폭력 입법 논의도 본격화되고 있다. 경찰청은 다음달 11일 국회에서 교제폭력 대응 국회 세미나를 개최할 예정이다.
krawj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