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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0만% '전설'의 퇴장과 버핏 프리미엄 빠지는 버크셔

기사등록 : 2025-08-07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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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한 살에 주식 투자 입문
인생을 바꾼 그레이엄과 인연
전설적인 수익률과 투자 격언들

[서울=뉴스핌] 황숙혜 기자 = 버크셔 해서웨이 주가가 1990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뉴욕증시를 언더퍼폼 해 주목된다.

지난 5월3일(현지시각) 미국 네브래스카 주 오마하에서 열린 버크셔 주주총회에서 94세 노장이 은퇴를 발표한 이후 이른바 '버핏 프리미엄'이 소멸하고 있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는 가운데 '살아있는 전설'이 남긴 성공 신화가 새삼 월가에서 회자되는 모습이다.

이제 그렉 아벨이 최고경영자(CEO)를 맡아야 할 때라며 조용하지만 확고한 목소리로 은퇴를 선언한 워렌 버핏은 60년간 일궈낸 투자 제국의 무대에서 올 연말까지 물러날 예정이다.

◆ 11세 주식 투자 입문부터 그레이엄과 인연까지 = 1930년 8월30일 오마하에서 태어난 버핏이 첫 주식 투자에 뛰어든 것은 고작 11살 때였다.

미국 전 연방하원 의원이자 비즈니스맨이었던 부친 하워드 버핏의 영향으로 어린 시절부터 숫자와 비즈니스에 남다른 관심을 가졌던 '소년 버핏'은 10대 초반부터 주식 투자에 입문했고 고등학교 시절에는 신문 배달과 핀볼 머신 사업으로 쏠쏠한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

미국 명문 펜실베니아 대학을 졸업한 후 컬럼비아 경영대학원에 진학한 버핏은 가치투자의 창시자인 벤저민 그레이엄을 만나면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게 된다.

주식이 사업의 일부분이라는 그레이엄의 가르침은 버핏이 평생에 걸친 투자 원칙의 토대를 제공했고, 이어 '가치투자의 대가'라는 명성을 얻는 데 자양분이 됐다.

경영대학원 졸업 후 뉴욕금융연구소에서 재무와 경영, 경제에 관한 배경 지식을 축적한 그는 30대 다양한 사업을 벌였고, 스승 그레이엄과 함께 차린 투자 파트너십도 그 중 하나였다.

워렌 버핏 [사진=블룸버그]

그러다 1959년 창업한 투자 회사 '버핏 파트너십'이 오늘날 버크셔 제국의 모태가 됐다. 섬유 회사를 인수한 뒤 이를 지주회사로 전환, 1970년 회장 겸 최대 주주 자리를 꿰찬 데 이어 1978년 그의 오른팔로 불렸던 고(故) 찰리 멍거를 부회장으로 영입하면서 신화를 일으키기 위한 기반을 세운 것.

◆ 위기의 섬유회사에서 거대 투자 제국으로 = 버핏이 재정난에 빠졌던 섬유회사 버크셔 해서웨이를 인수한 것은 1965년이었다. 그의 나이 35세 때였다.

버핏이 당시 폐업할 상황이었던 버크셔를 인수한 것은 업체의 주가가 운전자본을 밑도는 가격에 거래되고 있었기 때문. 저평가를 근거로 결정한 기업 인수가 인류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투자 중 하나로 기록될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이후 버핏의 제국 건설은 체계적이고 단계적으로 추진됐다. 1단계인 보험업 진출을 시작으로 소비재 브랜드 투자가 2단계로 진행됐고, 대형 우량주에 집중 투자했던 3단계를 거쳐 마지막 보험업 완성 단계까지 노련한 전략이 성공 신화의 얼개가 됐다.

보험업 진출은 1967년부터 1970년대에 걸쳐 진행됐다. 보험업은 버핏이 투자로 성공을 이루는 데 핵심이었다.

보험료를 미리 받고 보험금을 나중에 지급하는 보험업의 특수한 구조가 플로트(float) 즉 자금을 투자에 활용하는 기회를 제공한 것.

보험업이 가진 이점에 일찍이 눈을 뜬 버핏은 1967년 내셔널 인뎀니티를 시작으로 수 년간 보험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데 주력했다.

이후 1980년대까지 버크셔가 소비재 브랜드 투자에 뛰어든 것은 멍거의 설득에서 비롯됐다. 1972년 명품 초콜릿과 캔디를 만드는 씨즈캔디를 250만달러에 인수하면서 성공을 거둔 뒤 소비재 섹터 투자를 장기적으로 확대한 것.

훌륭한 회사를 합리적인 가격에 사들일 때 얻게 되는 가치를 깨닫게 된 버핏은 이후 자신의 장롱 속에 수 십년간 묻어 둔 코카 콜라를 포함해 케첩으로 유명한 크래프트 하인즈, 아이폰 업체 애플까지 다수의 소비재 종목들을 포트폴리오에 담았다.

1987년 블랙먼데이 이후 1988년 코카콜라에 처음 투자한 버핏은 지금까지 한 주도 매도하지 않았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코카콜라는 버크셔의 주식 포트폴리오에서 8.4%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 때부터 버핏의 제국 건설은 사실상 3단계로 접어들었다. 폭락장에 자산 가치 아래로 떨어진 우량주를 집중 매입하는 시발점이 된 것.

코카콜라에 이어 그가 워싱턴 포스트와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등을 대량 매입한 것도 이 시기였다.

[사진 신화사 = 뉴스핌 특약]

1990년대 가이코가 위기를 맞았을 때 23억달러에 완전 인수하면서 보험 비즈니스의 완성 단계가 본격화됐다.

이후 1998년 그는 제너럴 리를 235억달러에 인수했는데 이 때 이례적으로 27만주의 신주 발행을 결정하기도 했다.

◆ 60년간 550만2284% 수익률 '신화' = 1965년 버크셔 인수 이후 2025년까지 약 60년간 버핏이 이룬 성과는 말 그대로 '신화'였다.

CNBC를 포함한 주요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버크셔의 연평균 수익률은 19.8%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연평균 10.2%의 수익률을 올린 S&P500 지수를 두 배 가까이 앞지른 셈이다.

약 60년간 누적 수익률은 무려 550만만2284%에 달한다. 1965년 버크셔 주식에 1달러를 투자했다면 2025년 평가액이 5만5000달러로 불어났다는 의미다. 같은 기간 S&P500 지수에 1달러를 투자했다면 평가액은 390달러에 그쳤다는 계산이 나온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60년간 연간 기준으로 단 한 번도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일이 없었다는 점이다. 심지어 2001년 닷컴 버블 붕괴와 2008년 금융위기 등 손에 꼽을 만한 위기 상황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버핏의 마지막 히트작은 단연 애플이다. 2016년 그가 애플 주식을 매입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월가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닷컴주가 폭등했던 시기에도 기술주 투자를 꺼렸기 때문. 일부에서는 애플이 더 이상 IT 성장주가 아니라 소비재 종목으로 분류돼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했다.

버핏은 일평생 투자에 전념하며 수많은 격언을 남긴 인물로도 유명하다. 이해할 수 있는 사업에 투자하라는 권고와 훌륭한 회사를 합리적인 가격에 사는 것이 그저 그런 회사를 싼 가격에 사는 것보다 낫다는 조언, 시장이 탐욕스러울 때 두려워하고 두려워할 때 탐욕스러워져야 한다는 지침은 오늘날까지 월가가 되새김질 하는 가르침이다.

매년 발표되는 버크셔 주주 서한은 투자자들의 교과서로 통하고, 94세 노장의 발언은 여전히 주식시장을 호령할 정도로 힘을 가지고 있다.

◆ 소멸하는 버핏 프리미엄 = 버크셔는 전세계 7대 기업의 반열에 올랐고, 시가총액은 1조달러를 훌쩍 웃돈다.

하지만 5월 버핏의 은퇴 발표 이후 주가는 맥을 못 추는 모양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버크셔 주가는 은퇴 발표 전일인 5월2일 이후 최근까지 14% 하락했다. 같은 기간 S&P500 지수는 11% 가량 상승했다. 지수 대비 버크셔의 상대적인 주가 부진이 1990년 이후 가장 두드러진다는 평가다.

버핏이 2025년 12월31일자로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물러나고 버크셔 부회장인 그렉 아벨이 새로운 수장에 오른다.

캐나다 출신인 아벨은 2018년부터 버크셔의 비보험 사업 부문을 총괄해 왔고, 버핏의 직접적인 지도 하에 후계자로 준비된 인물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버핏이 퇴장하지만 60년에 걸쳐 버크셔에 뿌리 내린 그의 투자 철학과 가치관이 흔들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shhwang@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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