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사등록 : 2025-08-05 16:02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강력한 투기억제 대책이 확산돼도 저금리와 경기회복 추세가 돌아오면 집값 오름세를 피하기 어렵다는 전문가 진단이 나왔다. 부진에 빠진 민간 주택 공급을 확대하고 정비사업 활성화를 통한 안정화를 추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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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연구실장이 5일 열린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 세미나에서 주제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2025.08.05 chulsoofriend@newspim.com |
◆ "살 집이 없다" 수요 증대에 수도권 주택시장 '아슬아슬'
5일 주택산업연구원은 국회 의원회관에서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 세미나를 열고 새 정부의 대출 규제 효과가 길어야 6개월에 그칠 수 있다며 공급 확대를 위한 규제 혁파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올 3월부터 급등하던 수도권 인기 지역의 주택 가격은 6억원 이상 주택담보대출을 제한하는 대출 규제와 후속 대책에 대한 경계 심리로 인해 진정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그러나 2022~2024년 고금리와 시장침체, 공사비 급등으로 연평균 주택 착공물량이 문재인 정부 5개년 평균 대비 약 21만가구씩 줄었다. 현재 누적 공급 부족 물량은 63만가구가량이다.
주택시장 진입인구도 늘어나는 추세다. 2022년 19만2000건이었던 전국 결혼 건수는 지난해 22만2000건으로 뛰었다. 국내 등록 외국인 또한 지난해 기준 142만명으로 대전광역시 인구 규모와 비슷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대출금리 하락과 경기 활성화가 가시화 될 경우 수도권 집값은 다시 급등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주제 발표를 맡은 김덕례 주택연구실장은 "이전 정부 경험에 비춰볼 때 이번 대출 규제 효과는 3∼6개월에 불과할 우려가 있다"며 "빠르고 강력한 공급 대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눌려 있던 매매 수요가 저금리와 경기 활성화 분위기를 타고 다시 살아나면서 4분기 중 집값이 다시 급등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올해 전국 주택 매매가격은 0.2% 하락이 예상되나 서울과 수도권은 각각 3.0%, 1.5%만큼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한강변 고가 주택이 꾸준히 전고점을 돌파하면서 인근 지역으로 확산되던 집값 상승 추세가 대출 규제로 잠시 진정됐으나, 하반기부터 1기 신도시와 서울 상급지 재건축이 활성화되며 상승세가 인근으로 확산될 수 있다.
지방 집값은 1.2% 떨어질 전망이다. 미분양 적체와 지방경기 침체 등으로 당분간은 현재 추세에서 크게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전국 주택 전셋값은 입주물량 부족과 소형주택 급감으로 지속적으로 오를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하다. 아파트 입주물량이 지난 2~3년 평균 대비 크게 줄어든 데다 상반기 집값 상승에 따른 가구분화가 늘어서다. 상승 폭은 제한이 불가피하다. 전세사기와 전세금반환보증 80% 축소 등으로 전세의 월세전환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월세는 다가구·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중심으로 오르는 추세다. 김 실장은 "지난해와 올해 주요 월세 매물인 비아파트 공급이 예년 평균의 약 70% 감소했고 월세로 돌린 전세 매물도 많아졌다"며 "당장 비아파트 공급 확대를 위한 획기적인 대책을 내놓지 않는 한 앞으로도 당분간 이런 추세는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전국 주택 인허가 예상 건수는 38만가구로 전년(42만8000가구) 대비 11.2%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 가운데 아파트는 35만가구로 전년 대비 감소율은 10.5%일 전망이다. 브리지론과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조달 어려움 등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공공주택의 경우 증가세다. 2019년 말 지정을 시작한 공공택지가 올해부터 사용 가능시기에 도달하고 있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매입임대주택 사업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어서다. 도시정비사업의 신속한 추진을 위한 제도 개선이 이뤄지고 있고 1기 신도시 정비사업도 탄력을 받으며 공급물량이 점차 늘어날 것으로 분석된다.
◆ "공급 늘리려면 민참 활성화해야… '로또분양'도 문제"
주산연은 공급물량 증대를 위해 공공주택과 도시정비사업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민간 사업보다 2배 이상 걸리는 공공택지 개발기간을 단축하고 민간참여 공공주택사업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 실장은 "민간 주택공사 현장은 규모와 관계 없이 부지조성 공사 착공 후 2년 내외에 준공하지만, 공공은 잦은 설계변경 등의 문제를 직면하며 조성공사 기간만 4~8년으로 계획한다"며 "택지 조성공사 기간을 민간과 유사하게 계획, 최단시일 내 준공을 추진하고 실시설계 부실·과대설계 업체에는 입찰참가제한 등 불이익을 부여해야 한다"고 말했
이어 "현실적으로 모든 공공주택을 LH가 지을 수 없다"며 "민간참여 사업이 늘어나면 최단 시일 내 저비용으로 고품질·우수 브랜드 공공주택 공급이 가능할 뿐 아니라 속도도 높아질 것"이라고 부연했다.
재개발·재건축 활성화를 위해선 개발이익 환수 수준을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분양가 규제로 묶인 수도권 일부 지역 정비사업 단지 소유주는 일반분양자에 비해 부담하는 비용이 높아 오히려 일반분양분이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예컨대 강남권 재건축 조합은 아파트를 고품질로 건설하기 위해 3.3㎥당 1000만원 수준의 공사비를 책정하나, 일반 분양자는 기본형 건축비를 연면적으로 환산한 금액(3.3㎥당 600만원)만 납부하곤 한다. 이 경우 일반분양 순증 기대효과가 낮아질 수밖에 없다.
일반 수분양자가 재건축의 과실을 대부분 가져가는 '로또분양' 문제 개선 필요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김 실장은 "부담하는 건축비의 차이에도 조합원과 일반분양자는 재건축 아파트의 높은 품질과 주거서비스를 함께 제공받는다"며 "건축비 현실화분의 일부를 공공재원과 조합원에게 분산해 일부는 공익에 사용하고 나머지는 조합원에게 환원하는 균형적 부담 배분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