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사등록 : 2025-08-01 18:46
[서울=뉴스핌] 장환수 스포츠전문기자= 우승의 영광을 함께한 사령탑이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팀을 떠나게 됐다. 김판곤 감독 이야기다.
지난해 시즌 중반 홍명보 감독이 대표팀에 호출되면서 긴급 투입된 김판곤 감독은 위기의 울산HD를 일으켜 세웠다. 정규리그 4위까지 떨어졌던 팀을 재정비하며 K리그1 3연패를 완성했다. 팬들은 "1분을 배고파하는 선수를 좋아한다"던 그의 철학에 박수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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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HD 김판곤 감독.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
하지만 1년도 채 안 돼 분위기는 180도 바뀌었다. 클럽 월드컵 3전패, 코리아컵 8강 탈락, 정규리그 6경기 연속 무승(3무 3패). 공식전 최근 10경기 동안 1승도 거두지 못하며 3무 7패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7위까지 추락한 울산은 리그 4연패는커녕 파이널A(33라운드 기준 상위 6개 팀) 진입마저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팬들의 반응도 냉랭했다. 응원 보이콧을 선언한 서포터스는 지난달 30일 뉴캐슬과 쿠팡플레이 시리즈 때 "김판곤 나가"라는 직설적 구호를 대놓고 외쳤다. 이 장면은 결국 구단의 결단을 자극한 촉매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문제는 과정이었다. 김 감독은 경질 보도가 나간 뒤에야 구단으로부터 통보를 받았다. 그는 "언론 보도 이후 구단에서 연락이 왔다. 예의도, 행정도 모두 부족했던 방식"이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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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용 전 인도네시아 축구대표팀 감독. [사진=AFC] |
울산은 신태용 전 인도네시아 대표팀 감독을 후임으로 낙점했고, 이 사실이 언론을 통해 먼저 알려지며 경질은 기정사실화됐다.
그러나 김판곤 감독은 아직 정식으로 물러난 상황이 아니다. 2일 수원FC와 리그 순연경기에서 고별전을 치른다. 대한축구협회에 감독 교체 관련 공문이 접수되지 않은 만큼, 신 감독은 당장에 지휘봉을 잡을 수 없다. 감독 대행이 벤치를 맡는다면 공문만으로 가능하지만, 김판곤 감독이 그대로 팀을 이끈다.
이와 함께 김광국 대표이사도 이번 사태의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 구단 운영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울산 구단 관계자는 "감독 문제에 대해 드릴 말씀이 없다. 시원한 답변을 드릴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을 아꼈다.
하루아침에 '구원자'에서 '떠날 사람'으로 내몰린 김판곤. 아무리 계약직인 감독은 파리목숨이라지만 이 정도면 잔혹함마저 느껴질 정도다. 푹푹 찌는 무더위 만큼이나 K리그의 답답한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zangpab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