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사등록 : 2025-08-01 10:29
[서울=뉴스핌] 오영상 기자 = 7월 말 하루 차이를 두고 끝난 미국과 일본 양국 중앙은행의 금융정책결정회의는 시장의 예상과 정반대의 결과를 내놨다.
금리 인하 국면에 들어섰다고 여겨졌던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성급하게 움직이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며 매파적 기조를 보였고, 반대로 금리 인상 흐름을 이어가던 일본은행(BOJ)은 한발 물러선 듯한 비둘기파적 메시지를 던졌다.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원래 정책 방향대로라면 엔화 강세·달러화 약세가 돼야 하지만, 미일 간 금리 차가 줄어들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확산되며 엔화 매도·달러화 매수가 진행됐다. 달러/엔 환율은 1달러=150엔대 후반까지 상승하며 약 4개월 만에 150엔선을 돌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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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달러와 일본 엔화 지폐 [사진=블룸버그] |
◆ 양쪽 모두 "당분간 움직이지 않겠다" 신호
"9월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결정하지 않았다. (기업이 높은 관세를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상황을 완전히 이해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12시간 뒤 도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우에다 가즈오 BOJ 총재는 "현 상황에서 (금리 인상이 늦어지는) '비하인드 더 커브'에 빠져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그런 위험이 크다고까지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미일 금융 정책의 결정권자 모두 "당분간 움직이지 않겠다"는 신호를 보낸 셈이다.
시장에서는 중앙은행의 금융 정책 변화가 사전에 80% 이상 반영되면 큰 충격 없이 지나간다고 본다.
이를 기준으로 31일 오후 시점의 LSEG 등 각종 데이터를 살펴보면, 연준의 금리 인하는 2025년 12월, BOJ의 금리 인상은 2026년 1월로 예상된다. 이전 예상은 연준이 올해 10월, BOJ가 12월이었으니, 연준이 약간 앞서 움직일 것이란 전망은 변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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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연준 의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 파월, 금리 인하 선회 가능성 열어둬
파월 의장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 인하 압박과,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와 미셸 보먼 부의장의 이례적인 반대표에도 흔들리지 않고 매파적 기조를 지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회견 내용을 세밀히 들여다보면 미묘한 변화도 읽힌다. 우선 높은 관세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단기적에 그친다는 시나리오를 "합리적인 기본 시나리오"로 제시했다. 지속적 영향의 위험도 강조했지만 "단기냐 장기냐"라는 두 요소를 병렬적으로 언급한 이번 내용은 6월 이전과 큰 변화다.
또 하나, 두 가지 목표 중 하나인 완전고용에 가까워졌다고 강조하면서도 "노동시장 하방 위험"을 최소 6번 언급했다. 월러 이사 역시 노동시장이 무너질 위기라며 금리 인하를 요구해 왔다.
물가 안정이 이어지는 가운데 고용 지표에 이상이 생기면, 금리 인하로 선회할 것이란 시나리오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 BOJ '전망 리포트'에 숨겨진 매파 요소
BOJ가 이번 회의에서 가장 비둘기파적이라고 해석된 부분은 경제·물가전망보고서(전망 리포트)에 대한 우에다 총재의 발언이다.
2025년도 물가 전망치를 2.2%에서 2.7%로 크게 올렸지만, 우에다 총재는 "거의 대부분이 쌀을 포함한 식료품 가격 상승을 반영한 것"이라며 "이번 조정만으로 금융 정책이 어느 한쪽으로 쏠리는 성격의 것은 아니다"라며 정책 변화를 부정했다.
하지만 전망 리포트에서는 "최근 가격 상승에는 인건비와 물류비를 판매 가격에 전가하는 움직임도 상당히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하며, 리스크 요인으로 "기업의 임금·가격 설정 행동에 따라서는 가격 상승이 예상보다 오래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인정했다.
인건비는 물론 물류비 역시, 물류 업계의 잔업 규제 강화로 인력 부족이 심각하기 때문에 임금과 밀접하게 연관된다. 이는 금리 인상 판단에 직결되는 '기조적 물가 상승률'을 끌어올리는 요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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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31일 금융정책결정회의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BOJ) 총재 [사진=로이터 뉴스핌] |
◆ 트럼프 관세, 정책 타이밍 좌우할 변수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 관세 부과 행정명령에 서명한 가운데, 향후 높은 관세의 부담을 미일 중 어느 쪽이 더 떠안느냐도 정책 변경 타이밍을 좌우할 변수다.
일본 기업이 관세 부담을 모두 떠안는다면, 가격 인하로 수익성이 악화되고 일본 경기에는 하방 압력이 가중된다. 경기가 둔화되면 BOJ는 쉽게 금리 인상에 나서기 어렵다.
반대로 일본 기업이 관세 부담을 현지 판매 가격에 모두 전가하면, 부담은 미국 내 기업이나 소비자에게 돌아간다. 이 경우 미국의 소비자 물가가 오를 수 있어, 연준이 금리 인하를 선택하기는 쉽지 않다.
쉽사리 예단할 수는 없지만, 연준과 BOJ 중 누가 먼저 움직일지 결정짓는 건 경기와 고용, 그리고 관세 충격의 분배에 달려 있다.
goldendo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