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등록 : 2025-07-25 18:30
[문학=뉴스핌] 김용락 기자=소설가가 쓰는 시는 어떨까? 원로 소설가이자 정치인으로, 한때 '인간시장'이라는 초밀리언셀러로 하나의 문화현상을 이뤘다고해도 과언이 아닌 소설가 김홍신 선생이 시집 '그냥 살자'(작가)를 펴냈다. 이 시집은 4부로 구성돼 있으며 시 '대바람 소리' '내 인생의 오로라'를 비롯해 총 64편의 시가 실려 있다.
시인은 풀 한 포기 바람 한 점을 보고도 명상한다. 그것들이 모여 삼라만상을 이루기 때문이다. 김홍신의 시 세계가 꼭 그렇다. 그는 우리 주변의 사소한 일에서부터 우주 공간의 광활한 환경에 이르기까지, 사뭇 자유롭고 활달하게 시의 소재를 만난다.
"원고지(原稿紙)/몽당 연필/그리고 영혼을 찍어 쓰는 몸살//겨울 된서리는/몸속에서 사랑타령하고/가을 당단풍/가슴 밑바닥에 인생을 쌓고/여름 폭풍우는/다리 밑에서 사랑을 줍고/봄날 꽃까지/모세 혈관으로 억겁을 짓고('시인(詩人)' 전문)"
![]() |
[문학=김용락 기자] 김홍신 원로 소설가 겸 정치가가 최근 시집 '그냥 살자'를 출간했다.[사진=작가]2025.07.25 yrk525@newspim.com |
'시인'이라는 시에서 보듯이 김홍신 시집 '그냥 살자'에는 우주 자연과 인생 세간을 보다 큰 눈으로 관조하면서, 오랜 세월에 걸친 연륜의 힘과 지혜를 담아내고 있는 시들로 그득하다.
일세를 풍미하던 소설가에서 정치라는 외도의 길을 걷다가 뒤늦게 시인의 기치를 들고 나선 이유는 소설로 다 표현하지 못한, 그리고 시의 장르적 특성으로 가능한 언로를 열기 위해서인지도 모른다. 이제껏 가슴 속에 묻어두고 있던 세상살이의 경험과 지혜를, 오늘의 우리 사회와 뜻깊게 공유하려 했을 것이다.
이런 김홍신의 시에 대해 문학평론가 김종회 교수(경희대 명예교수)는 "김홍신의 시에는 언어의 기교나 관념의 유희가 없다. 소박하고 조촐한, 그러나 품격 있고 의미 깊은 인생론의 언사들이 오랜 격언처럼 줄지어 있다. 이 시의 행렬은 그가 살아온 세월의 경과와 그 연륜의 원숙성을 반영한다"고 평가했다.
김홍신은 1947년 충남 공주에서 태어나 논산에서 성장했으며 건국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문학박사 및 명예정치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76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한 이후 '인간시장' '김홍신의 대발해'(전10권)를 비롯해 다수의 소설을 발표했다. 제15, 16대 국회의원을 역임했다.
yrk52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