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뉴스 정치

[최연혁 교수의 정치분석]① 공무원의 질이 국가발전의 원동력이다

기사등록 : 2025-07-26 07:00

※ 뉴스 공유하기

URL 복사완료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 번역할 언어 선택

공무원 개혁, 왜 필요한가

국가의 운명은 정교한 법과 제도, 창의적 기업과 시민사회의 역동성에도 달려 있지만, 무엇보다 그 법과 정책을 집행하는 주체인 공무원의 질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단순한 조직운영의 효율성 문제를 넘어, 민주주의의 유지와 복지국가의 신뢰, 그리고 국제사회에서의 국가 위상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이다. 막스 베버(Max Weber)의 고전적 관료제 이론과 보 로스타인(Bo Rothstein)의 현대 국가능력 이론은, 서로 다른 시대와 맥락 속에서 동일한 결론에 도달한다. 국가의 공공성이 유지되기 위해선 보편성(universalism), 전문성(professionalism), 중립성(impartiality)이 제도적으로 보장된 공무원 집단이 필수라는 점이다.

이글에서는 베버와 로스타인이 제시한 이론적 요소에 기반해 실천적으로 구현해낸 스웨덴, 독일, 싱가폴, 그리고 뉴질랜드의 경험을 통해, 공무원제도의 개혁이 어떻게 국가경쟁력을 견인하고 있는지, 그리고 한국의 공무원 개혁에 어떤 시사점을 제공하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서울=뉴스핌]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4일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5급 신임관리자과정 교육생에게 특강을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2025.07.15 photo@newspim.com

막스 베버(Max Weber)의 관료제 모델(Weberism)

막스 베버(Max Weber, 1864~1920)는 근대 독일의 정치적 분열과 산업화, 그리고 계급 갈등이 고조되던 시기에 활동한 사회학자이자 정치사상가였다. 독일 제국이 대외 팽창과 내부 위기를 동시에 겪던 제2차 산업혁명기의 지식인이었던 그는, 학문과 실천 사이에서 지속적으로 갈등하면서 이론적 분석과 정치적 개입을 병행하려 한 지식인 유형의 전형이었다. 베버는 1870년 보불전쟁 이후 강화된 프로이센 중심의 중앙집권화 속에서도 전통적 지배와 관료적 지배 사이의 전환 문제를 깊이 고민했고, 이론적으로는 『경제와 사회(Wirtschaft und Gesellschaft)』(1922)에 대표되는 '지배의 세 가지 유형'(전통적 지배, 카리스마적 지배, 합법적 지배)을 통해 이를 정식화했다.
그의 관료제 이론은 합법적 지배(legal-rational authority)를 실현하는 가장 정제된 형태로 제시되며, 근대국가가 효율적이고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대규모 행정과 통치를 수행하기 위한 필요조건으로 간주된다. 막스 베버(Max Weber, 1864~1920)는 독일 제국의 급속한 산업화와 정치적 분열 속에서 활동한 사회학자이자 정치사상가로, 근대국가가 대규모 행정을 효율적이고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합리적·법적 지배(legal-rational authority)를 기반으로 한 관료제가 필수적이라 보았다. 그는 『경제와 사회(Wirtschaft und Gesellschaft)』(1922)에서 관료제의 이상형을 다음 여섯 가지 조건으로 정리하였다: (1) 일반화된 규칙과 법률 중심의 운영, (2) 업무별로 명확하게 구분된 직무 권한과 책임, (3) 위계적이고 체계화된 권한구조, (4) 문서 기반의 의사결정과 기록, (5) 실적주의에 입각한 공정한 채용과 승진, (6) 공공에 봉사하는 직업윤리와 전문성을 갖춘 전업성.
막스 베버는 관료제가 공정하고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핵심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법과 규칙에 따라 작동하고, 직무의 권한과 책임이 명확히 구분되며, 위계적 구조가 체계적으로 구성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또한 모든 업무가 문서로 기록·관리되고, 채용과 승진은 개인의 능력과 실적을 기준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공무원들은 직업적 윤리와 책임 의식을 갖춘 전문가여야 한다는 점을 제시하고 있다. 위에서 제시한 여섯가지 중 다섯번째 항목인 '실적주의'는 단순한 시험 성적이나 평가 수치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직무적합성과 전문적 역량에 기반한 공정한 인재 선발과 경력 개발 체계를 뜻한다. 이는 단순히 meritocracy(실적주의)가 아니라 professionalism(전문성)이라는 개념과 깊이 연결되어 있다. 크리스토퍼 후드(Christopher Hood) 또한 『The Art of the State』(1998)에서 베버의 관료제 모델을 바탕으로, 현대행정에서 실적주의는 정책 집행의 질, 조직 신뢰, 국민 수용도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이라 분석한 바 있다.
이러한 조건들이 갖추어질 때, 행정조직은 자의적 결정이나 특권주의, 부패로부터 벗어나 법에 근거한 예측 가능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게 된다. 베버는 이와 같은 합리적 관료제가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안정적으로 뒷받침하며, 국가경쟁력을 떠받치는 핵심 인프라라고 보았다.
이러한 베버의 관점은 현대 정치사회학자들에 의해 확장·재해석되고 있다. 클라우스 오페(Klaus Offe)나 기돈 바커(Gidon Baker) 같은 학자들은 법적 합리성이 결여된 관료제는 행정의 퇴행을 야기하고, 제도적 정당성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들은 국가가 합리적 법 지배를 실현하지 못할 경우, 관료제가 권력의 도구로 전락하며 사회 전체의 탈문명화(decivilization)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결국 베버의 이론은 관료제의 질이 국가의 민주성과 효율성, 그리고 장기적인 제도적 신뢰를 결정짓는 핵심 요인임을 이론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베버의 이론은 오늘날 '베버주의(Weberism)'라는 개념으로 정립되어, 근대적 관료제가 갖춰야 할 원칙적 기준으로 작동한다. Weberism은 단순한 이론적 이상형이 아니라, 국가의 행정능력과 경쟁력을 설계하는 데 있어 실천적 준거틀로 기능한다. 현대 정치학자들인 프랜시스 후쿠야마(Francis Fukuyama), 크리스토퍼 후드(Christopher Hood), 보 로스타인(Bo Rothstein) 등은 이를 '좋은 정부(Good Government)'의 핵심 기반으로 재해석하고 있으며, 베버의 이상형은 법치에 입각한 신뢰 행정, 가치중립적이고 효율적인 공공서비스 구현의 토대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Weberism은 정치와 행정의 기능적 분리를 통해 민주주의의 건강한 작동을 가능케 하며, 공무원의 전문성과 윤리가 곧 국가의 지속가능한 성장동력이자 제도적 신뢰의 기초임을 강조한다.
로스타인(Bo Rothstein)의 행정국가 이론

보 로스타인(Bo Rothstein, 1954~ )은 스웨덴 예테보리대학교(Gothenburg University)의 교수로 정부의 질 연구소(Quality of Government Institute) 공동 창립자이자 공동소장을 역임하며 부패, 신뢰, 국가성과, 관료제도 간의 상관관계를 실증적으로 분석해 온 대표적 정치학자다. 그는 베버리즘과 복지국가의 연관성을 연구하며 국제적 학문 네트워크에서도 영향력 있는 이론가로 활동했다.
로스타인의 핵심 주장은 "정책의 성공 여부는 무엇을 하느냐(what)가 아니라 어떻게 하느냐(how)에 달려 있다"는 데 있다. 그는 복지국가가 재정건전성과 분배정책만으로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집행하는 공무원의 수준과 중립성, 그리고 그 제도의 투명성이 가장 핵심적인 인프라임을 강조한다. 즉, 국가가 세금을 징수하고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구조 자체가 시민의 신뢰를 획득할 수 있는 제도적 품질을 보장하지 못하면, 복지국가는 재정적으로 유지될 수 없을 뿐 아니라 도덕적으로도 정당성을 상실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1986년 박사학위 논문『Den socialdemokratiska staten: Reformer och förvaltning inom svensk arbetsmarknadspolitik』(스웨덴 노동시장정책에서 본 사회민주주의 국가의 개혁과 행정)에서 스웨덴 노동시장 정책의 행정과 개혁과정을 분석하면서, 베버의 이상적 관료제 이론을 기준 삼아 정책 집행의 공정성, 합리성, 전문성 등을 평가하고 있다. 그는 이 연구에서 특히 스웨덴 관료제의 실질적 작동이 베버적 기준에 얼마나 부합하거나 벗어나는지를 중심으로 체계적 분석을 시도했다. 보다 확장된 연구인 『정부의 질(The Quality of Government)』(2011)에서 이를 보다 구체적으로 "국가행정의 핵심 성과는 공무원의 보편주의(universalism), 중립성(impartiality), 전문성(professionalism)에 의해 결정된다"고 주장한다. 특히 그는 "공정하지 않은 공무원들이 제도 전체의 신뢰를 무너뜨린다"는 점을 비교연구를 통해 입증했다. 예컨대, 공무원이 자신의 정치 성향에 따라 정책의 편향을 드러내거나, 혹은 특정 정당에 충성하거나 특정 계층에게 서비스를 편중할 경우, 전체 복지정책에 대한 국민의 참여도와 수용도는 급속히 저하된다고 보았다.
결국 로스타인의 이론은 좋은 정부는 좋은 정책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집행하는 좋은 공무원으로부터 출발한다는 점을 일관되게 강조하고 있다. 그는 공무원이 정치권력으로부터 예산으로 통제는 받지만 업무수행에 있어서는 완전 독립성을 보장받으면서 동시에 국민을 위한 봉사자로서 헌신할 때, 시민은 국가에 기꺼이 세금을 납부하고, 제도를 이용하며, 궁극적으로는 공동체적 결속을 유지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는 단순한 가설적 주장이라기보다, 스웨덴, 핀란드, 네덜란드 등 실제 '정부신뢰지수'가 높은 국가들의 공통된 실천을 바탕으로 도출된 경험연구에 기반한 행태이론이기도 하다.
이처럼 막스 베버와 보 로스타인은 각각의 시대에서 국가의 정당성과 효율성, 그리고 제도적 신뢰의 조건을 설계한 학자들이었다. 베버는 권력의 법적 정당화를 위한 합리적 구조를 설계한 고전적 이론가였고, 로스타인은 복지국가 시대의 신뢰 기반 행정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실증한 현대적 제도연구자였다. 둘의 공통점은 공무원제도가 단지 국가의 하위 기제가 아니라, 국가의 정체성과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는 핵심 구조라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는 데 있다.

이제부터는 베버리즘을 실제적으로 적용해 효율적인 관료제도를 구축한 네 국가의 사례를 소개해 본다.

스웨덴 관료제의 형성과 발전

스웨덴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복지국가로 평가받는 동시에, 정부와 관료제에 대한 신뢰가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로 꼽힌다. 이러한 특이한 조합은 단순히 정책 설계의 결과가 아니라, 19세기 이후 형성된 관료제의 역사적 토대와 제도적 진화, 그리고 공공신뢰를 체계화한 정치문화의 축적이 이루어낸 복합적 성과다.

스웨덴 복지국가는 보편주의(universalism)와 조세 기반의 평등한 서비스 제공이라는 원칙에 따라 설계되었으며, 이를 실현하는 주체로서 공무원과 관료제의 역할이 핵심이었다. 그러나 스웨덴 공무원이 단지 정책을 집행하는 기술적 도구가 아닌, 국가신뢰를 실현하는 제도적 중개자로 자리 잡기까지에는 장기간의 제도화 과정과 이념적 설계가 병행되었다.

제도적 유산으로서의 관료제

스웨덴 관료제는 1809년 헌법의 제정과 함께 입헌군주제의 틀 안에서 독자적인 행정 기능을 수행하도록 설계되었다. 이 헌법은 정치권력의 독주를 막기 위해 입법, 사법, 행정 간의 권력분립을 명시하였으며, 특히 공무원은 왕의 행정권 아래에 있으되, 법률에 따라 독립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권한을 가진 존재로 정의되었다. 이를 통해 스웨덴 관료제는 초기에 이미 정치와 일정한 제도적 거리를 확보하며 제도화되기 시작하였다.

스웨덴 정치학자 욘 피에르(Jon Pierre)는 저서 『민주주의의 파수꾼들(Demokratins väktare)』(1995)에서 스웨덴 관료제가 "정당정치의 변동성과 무관하게 고도의 제도적 일관성과 규범적 안정성을 유지해 왔다"고 평가하며, 이는 스웨덴 정치체계가 정당 간 경쟁보다는 제도적 책임성과 정책의 지속가능성을 중시하는 특징을 갖게 된 배경이 되었다고 지적한다. 관료제는 단지 행정을 집행하는 도구가 아니라, 복지국가의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을 제도적으로 보증하는 정치적 안정의 기반 장치였던 것이다.
OECD 및 ILO 통계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스웨덴의 공공부문(General Government) 고용은 전체 노동력의 약 37.8%에 달하며, 이는 OECD 평균(20.8%)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즉, 고용인력 셋 중 한 명은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종사자라는 뜻이다. 스웨덴 경제연구소(National Bureau of Economic Research)의 분석에 따르면, 복지국가가 본격 성장한 1960년대 이후 스웨덴 공공부문 고용은 급격히 증가했으며, 특히 여성 노동력의 지방정부 고용 진입 확대가 주된 요인이었다. 현재 전체 공공 고용의 절반 이상이 교육·보건·복지 등 지방정부 중심의 서비스 분야에서 발생했고, 전체 고용의 30~35% 수준까지 확대되었다고 평가된다. 중앙정부 기관(약 367개)의 공공부문 노동자는 약 270,000명 이상으로 조직되어 있으며, 125만명은 지방공무원으로 종사한다.

중앙–지방 연계의 제도화: 관료 역량의 분산과 표준화

스웨덴의 또 다른 특징은 지방정부가 복지국가의 일선 집행 주체로서 제도화되어 있다는 점이다. 복지정책의 대다수는 지방정부에 의해 집행되며, 그 과정에서 중앙정부와 지방행정 간의 제도적 협업과 전문성 연계 체계가 형성되어 있다.

1960년대 스웨덴은 지방행정 수준의 편차를 해소하고 정책의 전국적 일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중앙정부 소속의 고위 공무원을 지방에 파견하여 표준화된 교육과 행정지도를 수행하도록 하는 제도 개혁을 추진하였다. 이 제도는 단기적 파견이 아니라 행정 문화와 실무 규범의 이전을 목표로 하였으며, 이후 각 지역 공무원들의 전문성과 행정 윤리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이 과정은 북유럽 정치행정학자들이 행정적 보편주의의 수평적 전파(horizontal diffusion of administrative norms)라고 부르는 스웨덴 특유의 관료제 구조를 형성하게 하였다. 톰 크리스텐센(Tom Christensen)과 페르 래그레이드(Pär Lægreid)는 『북유럽 국가의 거버넌스와 정치(Governance and Politics of the Nordic Countries)』(2020)에서 "스웨덴은 유례없이 수평적이고 참여적인 행정 구조를 지방까지 확산시킨 국가"로 평가하며, 이는 "단지 권한 위임의 문제를 넘어, 행정 윤리와 정책 전문성의 지방 내재화에 성공한 사례"라고 분석하였다.

제도적 정당성과 행정의 질

스웨덴 복지국가가 재정적으로 지속 가능하고, 시민들이 조세에 자발적으로 협조하며, 서비스에 대해 높은 수용성을 보이는 이유는 단지 정책 때문이 아니라 정책을 집행하는 사람들, 즉 공무원에 대한 깊은 신뢰에 기반하고 있다. 스웨덴 관료제의 성공은 단지 제도 설계의 결과만은 아니다. 욘 피에르(Jon Pierre)와 보 로스타인(Bo Rothstein)은 공저 『국가는 어떻게 작동하는가: 관료제, 선호, 공공정책에 관하여』(How the State Works: On Bureaucracy, Preferences, and Public Policy, 2009)에서 스웨덴형 행정의 핵심을 "제도적 도덕성과 행정적 예측 가능성의 결합"으로 정의한다. 이들은 시민들이 공공기관을 '신뢰 가능한 규칙기반 행위자(rule-based actor)'로 인식하는 점이, 정당 간 이념 대립보다도 정치적 안정과 사회통합을 이끄는 결정적 요인이라고 강조한다. 이 같은 분석은 행정의 공정성과 예측 가능성이 민주주의의 지속 가능성과 직결된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준다.
특히 이들은 행정관료를 단순한 정책집행자가 아닌, 국가 신뢰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제도적 중개자로 본다. 시민이 관료를 신뢰하려면 행정은 예외 없이 규칙을 적용하고, 정치적 영향으로부터 독립적이며, 도덕성과 일관성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제도의 정당성은 그것을 운용하는 사람의 태도와 역량에서 비롯되며, 이는 오늘날 한국이 관료제 개혁을 추진할 때 가장 중시해야 할 기준이기도 하다. 따라서 '좋은 정책'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것을 구현하는 '신뢰 가능한 공무원 집단의 형성'이며, 이 점에서 스웨덴은 매우 강력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스웨덴 국민의 공무원에 대한 긍정적 인식은 실제 정서적 신뢰 지표에서도 확인된다. 예테보리대학교의 SOM 연구소(Samhälle Opinion Massmedia)가 매년 발표하는 신뢰지표(Förtroendebarometern)의 2025년 자료를 보면, 스웨덴의 국민은 국세청(Skatteverket), 경찰(Po¬lis), 감사원(Riksrevisionen), 국가보험청(Försäkringskassan), 법원(Domstolar) 등 핵심 공공기관에 대해 평균 70% 이상의 '신뢰' 응답을 보였으며, 이 수치는 EU 평균(43~55%)을 크게 상회한다. 특히 젊은 층과 지방거주민에서도 이 신뢰 수준이 균일하게 유지되고 있다는 점은 지방행정에 대한 일관된 기대와 경험이 내면화되어 있음을 반영한다(SOM-institutet, 2025).

스웨덴의 사례는 하나의 중요한 교훈을 남긴다. 복지국가의 법적 근거는 의회에서 설계되지만, 그것이 작동하는 무대는 시민의 삶이며, 그 실행의 주체는 공무원이라는 사실이다. 스웨덴이 높은 복지 지출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광범위한 지지를 얻고, 조세저항 없이 고수준의 행정서비스를 지속할 수 있었던 이유는, 정치적 합의나 정책 내용만이 아니라 행정을 담당하는 사람과 제도에 대한 오랜 신뢰의 축적 덕분이다.

②편에 계속

[서울=뉴스핌] 최지환 기자 =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학교 교수

*필자 최연혁 교수는 = 스웨덴 예테보리대의 정부의 질 연구소에서 부패 해소를 위한 정부의 역할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다. 스톡홀름 싱크탱크인 스칸디나비아 정책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매년 알메랄렌 정치박람회에서 스톡홀름 포럼을 개최해 선진정치의 조건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그 결과를 널리 설파해 왔다. 한국외대 스웨덴어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은 후 스웨덴으로 건너가 예테보리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고 런던정경대에서 박사후과정을 거쳤다. 이후 스웨덴 쇠데르턴대에서 18년간 정치학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버클리대 사회조사연구소 객원연구원, 하와이 동서연구소 초빙연구원, 남아공 스텔렌보쉬대와 에스토니아 타르투대, 폴란드 아담미키에비취대에서 객원교수로 일했다. 현재 스웨덴 린네대학 정치학 교수로 강의와 연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저서로 '우리가 만나야 할 미래' '좋은 국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민주주의의가 왜 좋을까' '알메달렌, 축제의 정치를 만나다' '스웨덴 패러독스' 등이 있다.

히든스테이지
22대 국회의원 인물DB
<저작권자© 글로벌리더의 지름길 종합뉴스통신사 뉴스핌(Newspim),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