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사등록 : 2025-07-24 07:00
구직자가 노동시장에서 일자리를 찾을 때 가장 먼저 무엇을 해야 할까? 일반적으로 구인 공고부터 확인한다. 그리고 중장년 구직자의 경우 자신의 경력과 잘 부합하는지를 살핀다. 그런데 지원 분야가 자신의 경력과 조금이라도 불일치된다고 판단되면 지원하기를 꺼리는 편이다.
"지원하고자 하는 직무가 저의 경력과 백 퍼센트 부합하지 않는 경우 지원을 포기해야 하나요?" "혹시 해당 기관에 이미 내정자가 있는 건 아닐까요? 지원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이 많이 됩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중장년 A 씨는 대기업의 고경력자다. 강의가 끝나자마자 필자에게 달려왔다. "이 기관은 아무래도 내정자가 있을 것 같아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답은 하나다. 내정 여부는 확실하지 않으니, 관심이 가는 기관은 무조건 지원해 보라고 적극적으로 권유한다. 퇴직 이후 중장년이 구직활동 빈도를 높여야 재취업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
그런데 현장에서 만나는 중장년 구직자 상당수는 고민만 하다가 그만 지원 시기를 놓치곤 한다. 그리고 얼마 후 지원해 볼걸 하면서 후회하며 구직 기간이 상당수 길어지는 악순환이 생긴다.
실제 사례를 통해 좀 더 살펴보자. B 기관의 면접은 조금 달랐다. 면접 전에 구직자들의 이력 사항을 살펴보니 상당수가 지원하는 직무 분야와 그간의 경력이 다소 불일치한 부분들이 있었다. 지원 분야는 일반 행정사무 분야인데 구직자들의 경력은 영업, 고객지원, 민원 접수 등 다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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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욱희 경사노위 전문위원 |
따라서 면접관들은 지원 분야와 경력이 일치하지 않는 구직자를 대상으로 주어진 업무를 성공적으로 잘 수행할 수 있을지 꼼꼼히 확인해야만 했다. 면접에서 구직자들에게 실제 지원 분야에서 해당 업무를 잘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을 최근 사례를 통해 입증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구직자는 다음과 같이 답변하였다. "저는 주로 고객지원 업무를 수행했는데 고객들이 만족해하셨습니다." 면접관은 이에 후속 질문을 던졌다. "고객 만족 사항과 일반 행정사무와 어떠한 관계가 있는지요?" "실제 사무 지원 능력은 어떻게 됩니까? 부분적이나마 관련 일 경험이 있으신가요?" "일반 사무 업무를 수행하는 데 활용되는 워드나 엑셀 등 실무능력은 어느 정도 수준입니까?"
상당수 구직자가 당황했다. 자신들의 경력을 지원 분야와 잘 연계시키지 못했다. 억지로 꿰맞추려다 보니 앞뒤 내용이 꼬이기도 했다.
사실 해당 기관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역량은 '실무능력'이다. 실무능력에 대해 면접에서 평가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앞서 제시한 질문들을 통해 종합적으로 구직자를 평가한다. 역량을 해당 지원기관에 입증하지 못한다면 재취업은 어렵다.
따라서 중장년은 자신의 경력과 관련 일 경험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지원기관 및 직무내용과 연계할 수 있는 내용을 찾고 없다면 자신의 실무 역량을 입증할 수 있는 대표 사례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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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재취업과정 수료식. [사진=한국폴리텍IV대학 대전캠퍼스] 2025.06.20 gyun507@newspim.com |
면접관은 최대한 개인의 주관적인 오류에 빠지지 않으려 노력한다. 면접에서는 입증할 수 있는 객관적인 사실이 있으면 유리하다. 따라서 구직자 관점에서 이왕이면 관련 경력이나 일 경험이 필요하다. 직무 분야와 관련성이 높은 일 경험을 당장 쌓기 어렵다면 직업훈련이나 자격증을 확보해 두면 좋다. 그리고 면접에서는 비록 자격증을 확보하지 못했을지라도 정보수집을 통해 준비하고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다. 계획하고 준비하고 있는 내용이 있다면 그 부분을 강조해라.
그날 면접에서는 결국 우여곡절 끝에 최대한 자신의 역량을 강조하고 지원 분야와 연계해서 자신이 주어진 과제를 성공적으로 잘 수행할 수 있음을 설명한 구직자를 채용했다.
앞에서 언급한 중장년 A 씨는 과연 해당 기관에 지원했을까? 적극적으로 설득한 끝에 그는 열심히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작성하고 꼼꼼하게 검토한 후에 지원했다. 그리고 얼마 후 연락이 왔다. 재취업에 성공하였다. 그가 웃으면서 말했다. "실제 내정자는 없었어요. 지원을 안 했으면 큰 기회를 놓칠 뻔했습니다."
이처럼 지원 분야가 자신과 백 퍼센트 부합하지 않더라고 용기 내어 지원해 봐라. 면접에서 중장년 구직자의 경력과 풍부한 일 경험은 그렇지 않은 구직자에 비해서 유리하다. 노동시장에서 경험보다 값진 자산은 없다.
지금부터 일자리 정보를 잘 살펴보라. 개인의 경력과 지원 분야가 부분적으로 일치하지 않더라도 적극적으로 도전해 봐라. 결국 구직활동의 빈도를 높이는 게 재취업의 성공률을 높이는 지름길이다. 일단 질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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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경남사회적경제혁신타운에서 경남 창원시 주관으로 열린 중장년층(40~64세)의 재취업 지원을 위한 특강 [사진=창원시] 2025.06.17 |
*장욱희 박사는 현재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전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그는 성균관대학교 산학협력단 교수와 숭실대학교 경영학부 조교수를 역임했으며, (주)커리어파트너 대표이사로 재직했다. 방송 관련 활동도 활발하다. KBS, 한경 TV, EBS, SBS, OtvN 및 MBC, TBS 라디오 등 다수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고용 분야, 중장년 재취업 및 창업, 청년 취업 등에 대해 이야기했다. 삼성SDI, 오리온전기, KT, KBS, 한국자산관리공사, 예금보험공사, 서울시설공단, 서울매트로 등 다양한 기업과 기관에서 전직지원컨설팅(Outplacement), 중장년 퇴직관리, 은퇴 설계 프로그램 개발 등의 업무를 수행했다. 또한 대학생 취업 및 창업 교육, 고용노동부, 중소벤처기업부 정책연구를 수행하였으며 공공부문 면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나는 당당하게 다시 출근한다'라는 책을 출간했으며, '아웃플레이스먼트는 효과적인가?'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현재 인사혁신처 정책자문위원회 위원, 여가부 산하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비상임 이사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