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사등록 : 2025-07-27 16:16
◼ 로컬이 기회다 - 로컬올래
현재 대한민국에서 지방 소멸은 그다지 충격적이지 않다. 지역 균형 발전, 지방 소멸 대응 기금, 지방 시대 등 소멸 위기 대응에 국가적 역량을 집중해 왔지만, 지방 소멸은 오히려 가속화되는 양상이다. 이에 뉴스핌은 지역의 특성에 가치를 더해 혁신을 이끌어내고 있는 로컬크리에이터에 주목한다. 로컬크리에이터는 전국 곳곳에서 경제적 활성화와 새로운 생활 문화를 창출하고 있다. 특히 청년에게는 새로운 기회와 성장의 공간이 되기도 한다. '로컬 전문가' 채지민 성신여대 교수가 함께하고 있는 뉴스핌의 <로컬이 기회다 - 로컬올래> 시리즈는 한 사람에서 마을 공동체, 지역 공동체로 확산되면서 지역의 활력을 이끌고 있는 로컬크리에이터의 도전과 성장기를 담아낸다. 바로 지역의 가치와 사람, 혁신과 창조의 이야기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역할도 따져본다. 현장과 학계, 로컬 전문가 등의 제언을 들어 로컬 상생의 실질적인 해법을 모색한다. 또한 미국 포틀랜드, 프랑스 리옹 등 해외 로컬크리에이터 선진지의 현실과 전략, 미래 비전을 조명해 지속 가능한 로컬 생태계의 모델을 제시하고자 한다.
[미국 포틀랜드·시애틀=뉴스핌] 오종원 기자 = "Buy local." "I work in my own way for a long time."
"로컬 소비"를 자랑하는 소비자인 지역주민과 "나답게 오래 일한다"는 생산자인 청년 창업가의 말이다. 어디일까. 미국 포틀랜드다.
포틀랜드(Portland)는 미국 오리건주 북서부에 있는 인구 약 65만명의 주 최대 도시로 '환경도시', '창조도시', '로컬의 도시'라는 별칭을 얻고 있다. 태평양 연안과 컬비아 강이 만나는 전략적 위치에 있는 포틀랜드는 오랜 기간 도시계획과 지속 가능성을 위해 많은 투자를 해왔다. 특히 1970년대부터 시작된 친환경 도시계획과 보행자 중심의 도시개발 정책은 세계적인 환경도시로 주목받는 발판이 됐다.
최근 세계 곳곳의 소상공인과 골목상권들이 글로벌 경기 침체와 온라인 플랫폼 확산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포틀랜드 지역 경제 역시 팬데믹 이후 일자리 감소와 주거비 급등, 인구 정체, 투자 위축으로 "예전만 못하다"는 상황이다. 하지만 수십 년을 다져온 포틀랜드의 로컬 생태계는 촘촘한 일상의 영역을 바탕으로 비교적 활력을 유지하고 있다. 포틀랜드만의 로컬리즘이다. 다양한 독립 상점, 수공예 공방, 로컬 푸드카트와 파머스 마켓 같은 지역 밀착형 콘텐츠들이 탄탄한 관계망을 형성하며 생활 전반에 스며들고 있다.
이렇게 포틀랜드는 창조성에 기반한 독립성과 이들의 관계로 연결된 순환성을 다지며 '로컬 생태계의 글로벌 성지'라는 명성을 얻게 된다. 또한 전 세계의 지역 도시들이 주목하고 벤치마킹하려는 지속 가능한 도시 발전의 대표적 사례로 자리를 이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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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포틀랜드·시애틀=뉴스핌] 오종원 기자 = 늦은 저녁 노을이 지고있는 포틀랜드 다운타운 거리 전경. 2025.07.27 jongwon3454@newspim.com |
이들의 자부심은 포틀랜드의 관문인 공항 직원의 표정에서도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그는 "포틀랜드는 단순한 도시가 아니라 사람과 자연, 예술과 지속가능성이 조화를 이루는 특별한 곳이다. 이런 도시를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소개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큰 자부심이다"면서 "이곳은 단순히 관광지가 아니라 살아있는 로컬 문화의 실험장이다. 파머스 마켓, 로컬 브루어리, 독립 서점, 아트 갤러리까지 모두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키워낸 문화다. 그 진정성을 꼭 느껴보라고 권하고 싶다"고 자신한다.
덧붙인 말에서 포틀랜드가 로컬의 성지가 된 이유가 얼핏 읽혀진다.
"여기는 커뮤니티가 정말 강하다. 작은 가게나 로컬 브랜드도 모두 시민들이 애정을 갖고 지원한다. '로컬숍 문화'가 깊게 자리 잡은 게 이 도시를 특별하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다."
<뉴스핌>은 미국 최대 행사인 '독립기념일'이 있는 7월, 현지를 직접 찾아 포틀랜드 로컬 생태계의 현재성과 지속 가능성을 확인했다. "포틀랜드는 더 나아질 것"이라는 낙관적 희망 한편으로 "성장의 둔화와 비용 문제"를 걱정하는 일부의 시각도 접했다.
◆ 세계 최대 '독립 서점' 파웰스북스…도시의 자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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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틀랜드=뉴스핌] 오종원 기자 = 세계 최대 독립 서점 파웰스북스. 2025.07.21 jongwon3454@newspim.com |
포틀랜드 다운타운 한 가운데 있는 대형 독립 서점 '파웰스북스'에 들어서면 도시 전체의 자부심이 느껴진다. "포틀랜드는 쿨하고 힙하고 유니크하다"는 파웰스북스 관계자의 말처럼 이곳은 세계에서 가장 큰 독립 서점으로, 6만8000ft²(평방피트) 내부에 100만권 이상의 책이 시선을 압도한다.
포틀랜드 대표 로컬 관광지로 자리매김한 파웰스북스는 1971년 사서 더글라스 파웰이 중고 서적들을 사고파는 작은 대여점으로 시작했다. 이후 1982년 현재의 위치로 확장하면서 신간과 중고서를 함께 취급하기 시작했고, 1990년대에 현재와 같은 규모의 매장으로 성장하며 세계 최대 독립 서점의 반열에 올랐다. 특히 10%가 지역 작가 및 독립 출판물로 구성돼 있어 지역 문학 생태계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온라인 서점의 급성장 속에서도 오프라인 매장을 고수한 배경에는 '책과 사람의 직접적 만남'을 중시하는 경영 철학이 있다. 파웰스북스 한 담당자는 "우리는 책을 파는 것이 아니라, 독자와 작가, 커뮤니티가 만나는 장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온라인과는 다른, 예측 불가능한 만남과 대화가 이곳을 특별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평일 낮에도 시민, 관광객들이 북적이며 책을 고르고, 카페에서 여유를 즐긴다. 사실상 '책의 도시'에서 파웰스는 단순히 책을 파는 공간이 아니라 오프라인 서점의 생존 가능성을 상징하고 지역민의 문화와 일상이 그대로 녹아든 '로컬 문화공간' 자체로 인식됐다.
◆ 푸드카트와 마켓, 포틀랜드를 살리는 청년 크리에이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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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틀랜드=뉴스핌] 오종원 기자 = 푸드카트가 즐비한 미드타운 비어가든 전경. 2025.07.21 jongwon3454@newspim.com |
포틀랜드의 거리에는 작고 독립적인 공간들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 수공예 공방, 비건 디저트 카페, 중고 레코드숍 등이 어디에든 숨어 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도심의 '미드타운 비어가든'은 도시의 활력을 있는 그대로 느끼기에 충분하다.
도시 재생과 청년 창업이 결합한 포틀랜드식 로컬 플랫폼 중 하나인 '미드타운 비어가든'은 25개 이상 푸드카트(이동형 식당)와 피크닉 테이블, 라이브 공연이 어우러지는 젊은 셰프들의 실험장이자 전통 식당의 빈자리를 채우는 상생의 무대다.
지난 2012년 도시 재생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탄생한 이곳은 과거 노후된 주차장이었던 공간을 지역 커뮤니티의 요청에 따라 시가 리모델링하면서 시작됐다. 2015년부터 푸드카트 인큐베이터 프로그램이 본격 가동되면서 청년 창업가와 이주민, 1인 셰프들이 대거 유입되며 지역 대표 거리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이들은 전세계의 각종 요리를 앞다퉈 뽐낸다. 이에 더해 청년 창업가들은 일상이 된 듯 자신의 꿈을 마음껏 펼치고 있다. 과거를 보존하고 발전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로컬의 창조성과 가능성을 한땀한땀 이뤄가고 있다.
미드타운 비어가든 한 관계자는 "이곳은 소규모 창업자가 꿈을 실현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한다"며 "전기, 수도, 쓰레기 처리까지 시에서 직접 관리해주기 때문에 메뉴 개발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포틀랜드 시정부는 도심 공동체 회복과 지역 경제 활성화, 공공성 및 안전·위생 인프라 개선, 민관 협력 활성화를 3대 목표로 삼아 사업 유치, 지원, 인프라 제공, 공공성 확보 등의 역할만 했다. 민간이 실질적인 조성과 운영을 주도했다.
주말 저녁 푸드카트를 찾은 주민은 "커다란 열린 주방을 나타내는 것 같은 미드타운 비어가든 푸드카트는 셰프가 요리하는 모습을 보고, 직접 이야기를 나누며 세계 각국의 음식을 저렴하게 즐길 수 있다"며 "푸드카트 하나도 단순한 간식이 아니라 지역 문화의 한 부분으로 느껴진다"고 강조했다.
◆ 순환형 생태 플랫폼, 파머스마켓…도시의 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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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틀랜드=뉴스핌] 오종원 기자 = 토요일 이른 오전부터 PSU 파머스 마켓은 지역민과 관광객으로 가득했다. 2025.07.21 jongwon3454@newspim.com |
포틀랜드 로컬 생태계의 또 다른 축인 '파머스마켓(Farmers Market)'은 도농 순환 자체다. 파머스마켓에는 계절별 채소, 과일, 치즈, 유제품, 수제잼 등 신선한 F2T(Farm to Table) 철학의 산물들이 즐비하다.
이곳은 단순히 농산물을 거래하는 '시골 장터'가 아니다. 수십 년째 고정된 자리에서 농민과 도시 소비자가 얼굴을 맞대며 먹거리와 삶, 지역문화를 함께 나눈다. 주말 오전 이곳에서 만난 사람들의 표정에서 '파머스마켓은 서로의 관계와 문화를 찾으러 오는 곳'임이 느껴진다.
지역 대표 장터 중 하나인 포틀랜드주립대 파머스마켓(Farmers Market at PSU)은 1992년 처음 시작돼 현재까지 매주 토요일 수만 명의 시민과 관광객이 찾는 명소로 성장했다. 140여 개의 농장 및 수공업 생산자가 직접 참여해 채소, 과일, 유제품, 수제 잼, 천연 꿀, 홈메이드 샌드위치 등을 판매한다.
현장에는 자원봉사자, 지역 대학, 로컬 식당 등이 유기적으로 협력해 시장을 유지한다. 참가 벤더는 비영리단체 협회를 통해 로컬 생산 여부, 지속 가능성, 공정 거래 원칙 준수 여부 등 엄격한 기준에 따라 매년 선발된다.
참여자 구성도 다양성이 기본이다. 농부, 유기농 재배자, 가족농 등 소규모 생산자와 수공업자가 주축을 이루며 지역 커뮤니티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소비자는 가족 단위 방문객부터 대학생, 고령층, SNAP 수혜자 등 다양하다.
이러한 운영 구조는 단순한 장터 기능을 넘어, 도농 순환과 지역 식문화 교육, 사회적 약자 지원이라는 다층적 의미를 동시에 지닌다. 파머스마켓은 연간 수백만 달러 규모의 경제적 효과를 내고 있으며, 일부 농가는 시장에서 올리는 수익이 연간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경제적 실효성이 높다.
파머스마켓에서 토마토와 허브를 판매하며 시식을 권유한 농민 밴더는 "여기선 단골이 오면 이름을 부르고 최근 수확 이야기나 요리법도 함께 나누며 지역의 생기를 나눈다"며 "단순히 농작물 파는 곳이 아니라 구매자들과 판매자가 함께 살아가는 방식이다"라고 말했다.
아이 손을 잡고 채소를 고르던 한 시민은 "아이에게 먹거리를 고르게 하고, 생산자와 대화하게 하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교육"이라며 "파머스마켓은 그 자체가 지역의 문화 체험장이다"라고 자랑했다.
이처럼 파머스마켓은 단순한 소비 활동을 넘어 '도시의 활기' 그 자체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얼굴을 마주하며 교감하고, 먹거리 하나에도 철학과 관계가 스며든다. 포틀랜드 로컬리즘의 뿌리가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피어나는 곳. 파머스마켓이 그 중심에 있다.
◆ 생활 자부심 넘치는 삶의 여유…도시의 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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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틀랜드=뉴스핌] 오종원 기자 = 독립기념일 불꽃놀이가 준비된 워터프론트 공원 강변을 가득 채운 관광객과 지역민들 모습. 2025.07.21 jongwon3454@newspim.com |
7월 4일 미국 독립기념일은 가족과 친구들이 모여 휴식을 즐기는 가장 큰 명절 중 하나다. 올해는 금요일과 맞물리며 3일간의 연휴(롱위크엔드)를 맞았지만, 포틀랜드는 예상과 달리 도시 외곽으로 빠져나가는 차량 행렬보다는 오히려 중심지로 향하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도심은 활기를 잃지 않았고 시민들은 자신들의 일상과 도시에서의 삶을 더욱 풍성하게 즐긴다.
밤 9시쯤 윌래밋(Willamette) 강변에 위치한 '워터프런트 파크'에서는 독립기념일을 맞아 준비된, 도시에서 가장 큰 불꽃놀이를 보기 위해 수만 명의 시민들이 모여들었다. 아이들은 작은 성조기를 흔들고 가족들은 담요를 깔고 앉아 간식을 나누며 여유를 즐겼다. 거대한 불꽃이 밤하늘을 수놓자 곳곳에서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왔다. 대부분 연휴에도 도시를 떠나지 않고 고향을 지켰던 시민들이다.
포틀랜드는 오리건주 최대 도시로 광역권까지 포함하면 230만명에 달한다. 그러나 대도시 특유의 속도감보다는 '살기 좋은 도시'로서의 면모가 강하다. 주요 대학교로는 오리건 헬스앤사이언스대학(OHSU), 포틀랜드주립대(PSU) 등이 있으며, 기술 스타트업과 예술가들이 함께 공존하는 창조도시로 성장하고 있다. 특히 트램과 버스 등이 도시 곳곳을 지나고 자전거 도로망과 공공 공원이 정비돼 있어 시민들의 일상 속 휴식이 자연스럽게 배어든다.
이처럼 포틀랜드는 명절에도 시민들이 일상을 떠나지 않고 오히려 도시 속에서 공동체와 함께 여유를 누리는 삶의 방식이 자리잡혀 있다. 관광객이 만드는 인공적인 축제보다, 시민이 주인공이 되는 자연스러운 장면들이 도시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 실천적 공동체 의지, 로컬리즘 본질…국내 지자체 벤치마킹 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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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틀랜드=뉴스핌] 오종원 기자 = 주말 이른 오전 시간임에도 파머스마켓을 향한 지역민의 발걸음은 끊이지 않았다. 2025.07.21 jongwon3454@newspim.com |
도시의 로컬 생태계 핵심은 결국 '사람'에 있다. 구조와 시스템이 아닌 시민·생산자·소비자·크리에이터가 함께 이어가는 삶의 방식이 그렇다. 실천적 공동체 의지가 담긴 파웰스북스와 푸드카트, 파머스마켓에서 만난 사람들의 표정은 곧 도시 포틀랜드의 현재이자 미래다.
특히 1990년대 중반부터 도시 전역에 적용된 '20분 도시 전략(20-minute neighborhood)'은 주민들이 걸어서 20분 이내에 생필품을 사고 학교와 병원, 공원을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도시 구조다. 이 전략은 단순한 편의성을 넘어서 로컬 소비를 자연스럽게 촉진하며, 지역 내 순환경제와 공동체 기반 문화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자연스럽게 형성된 '시장-푸드카트-공간'의 삼각 구조는 MZ세대의 가치 소비와 맞물려 실험적 로컬리즘의 기반이 되고 있다. 외부 자본 중심의 일회성 프로젝트와는 다르게, 포틀랜드의 로컬리즘은 일상에 깊게 뿌리내린 지속 가능한 문화로 자리잡고 있다.
포틀랜드 방문자 센터에서 근무하는 마이클씨는 "포틀랜드는 단순히 관광 도시가 아니라, 사람들이 삶을 영위하며 지역에 기여하는 방식을 체험할 수 있는 도시"라며 "많은 여행객이 이곳을 찾는 이유는 지역 주민과 연결된 문화와 이야기들이 도시 곳곳에 살아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곳의 로컬리즘은 행정이나 캠페인이 아닌, 시민의 삶에서 자연스럽게 스며든 실천 그 자체"라고 덧붙였다.
포틀랜드의 도시 생태계와 시민 중심 로컬 문화는 한국의 지방자치단체에도 커다란 영향을 끼치고 있다.
강원도 양양군은 지역 자원을 도시 브랜드화하고, 청년 창업·청년 문화 중심의 커뮤니티를 조성한 포틀랜드의 방식을 벤치마킹해 비인기 해변인 하조대를 국내 최초로 '서핑 전용 비치'로 조성했다. '서피비치'는 청년 주도 로컬생태계를 착근하며 사계절 해양레저, 파티, 문화행사 등 복합 상권으로 확장을 도모하고 있다. 연간 방문객이 2019년 18만여명에서 2022년 47만명으로 급증, 지역 경제에 665억원 이상의 효과를 창출했다.
충남 공주시는 포틀랜드의 커뮤니티 주도 도시재생과 민관 거버넌스를 참고해, 쇠퇴한 제민천 일대 원도심의 재생을 추진했다. 제민천 역사문화광장, 혁신거점공간을 조성했고 청년 창업 및 '청년마을' 프로젝트를 통해 독립 서점, 게스트 하우스, 카페, 빵집 등 다채로운 청년 기반 로컬비즈니스와 상권이 형성되고 있다.
또 전북 완주군은 포틀랜드의 '로컬 X 창의력' 생태계를 참고해 청년·시민 주도 로컬크리에이터 지원에 집중했다. 현재 7년 이상 생존한 창업가 비율 43%, 로컬크리에이터 매출 1000만~3000만원 이상 비율이 상승하며 안정화 단계 진입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특히 올해 7월에는 강원도 속초시가 포틀랜드의 도시 보행 정책과 고밀도 복합개발 사례, '20분 도시 전략' 개념 등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공식 교류 협약을 체결하고 현지 방문을 진행했다. 속초시는 이를 통해 대중교통 중심의 도시 구조 개편과 생활권 내 자족적 기능 확보 방안을 모색 중이다.
이밖에도 울산시는 포틀랜드와 자매도시 관계를 유지하며, 문화·관광·교육 분야에서 지속적인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 시민의 삶과 동선을 중심으로 도시를 설계하는 '걷기 좋은 도시와 커뮤니티 중심' 철학을 정책에 접목하고 있다.
◆ 지역소멸 이기는 실천력, 창의력…로컬의 지속성
포틀랜드의 로컬 생태계는 일시적 경향이 아니다. 이곳에서 로컬은 문화와 정책, 상업을 넘어 삶 자체의 기반이며, 도시의 자긍심으로 생생하다.
시민 각자의 지속적 실천력, 창의력을 중시하는 모습이 수시로 재편되는 다른 대도시와는 확연히 다르다. 파머스마켓에서 만난 농부, 푸드카트의 젊은 셰프, 파웰스북스에 머무는 주민은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로컬리즘을 이어간다. 각각의 다양한 삶의 조각들이 거대한 시스템 대신 느슨하지만 단단한 구성으로 도시를 하나로 연결한다.
포틀랜드는 자신들만의 '로컬 DNA'를 지키고 키워내며 도시 전체를 육성해 간다.
이것은 대한민국이 지역 소멸을 이겨내는 가장 기본적인 실마리이기도 하다. 거창한 변화가 아닌 평범한 일상을 이어가는 소비자와 생산자의 만남. "Buy local"과 "I work in my own way for a long time"의 유기적인 결합. '로컬을 소비'하고 로컬다움을 바탕으로 창조적으로 '로컬을 생산하는' 살아있는 '지역 공동체', 또는 상생의 '지역 경영'이다.
로컬 전문가인 채지민 성신여대 교수는 "포틀랜드의 로컬리즘은 단순히 일회성 도시재생이나 상업적 유행이 아닌, 시민들의 실천적 참여와 창의력이 뿌리내린 지속 가능한 공동체 문화다"면서 "포틀랜드의 작은 상점, 독립 서점, 파머스마켓 같은 생활 밀착형 공간들이 모여 하나의 로컬 생태계를 이루는 모델이 한국의 지방소멸 지역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채지민 교수는 "포틀랜드의 로컬리즘은 행정이 주도하는 프로젝트가 아니라 시민과 생산자가 함께 일상을 경영하는 살아있는 문화다"면서 "한국 역시 잠재된 지역 자원을 발굴·활용해 고유한 '로컬다움'을 강화하고, 시민 주도의 자생적 플랫폼을 구축함으로써 지방 소멸 위기에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로컬 실험 이어가는 또 다른 현장…시애틀의 가능성
세계적인 빅테크 도시로 알려진 시애틀은 전자상거래와 클라우드 컴퓨팅을 선도하며 글로벌 유통과 기술 시장을 재편한 '아마존(Amazon)'의 본사가 위치한 도시다. 아마존은 디지털 경제를 상징하는 대표적 빅테크 기업으로, 온라인 유통 플랫폼부터 AI 기반 클라우드 서비스까지 전 방위 산업을 주도하며 시애틀의 도시 풍경과 경제 구조를 바꾸어왔다. 이외에도 스타벅스, 보잉 등 글로벌 본사를 품은 혁신의 중심지로, 특히 아마존 본사가 자리한 사우스 레이크 유니언(South Lake Union) 일대는 첨단 기술과 자본이 몰리는 공간으로, 도시의 외형을 빠르게 바꿔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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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포틀랜드·시애틀=뉴스핌] 오종원 기자 = 시애틀 다운타운에 4층 규모의 거대한 규모를 자랑하는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 전경. 2025.07.27 jongwon3454@newspim.com |
하지만 이것이 시애틀의 전부일까. 어쩌면 이 도시의 맥박은 높게 즐비한 도심 중심지 테크 기업의 오피스 빌딩숲이 아닌,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 해안가 천막 아래서 떡볶이를 팔고 있는 소상공인의 손끝에서 뛰고 있는 것이 아닐까.
산업화와 글로벌화 속에서도,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는 또 하나의 로컬 실험장이 펼쳐지고 있다.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Pike Place Market)을 중심으로 형성된 로컬 장터와 커뮤니티다.
시애틀 다운타운에 위치한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은 1907년 문을 연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공영 시장 중 하나로, 지금도 매일 200개가 넘는 로컬 벤더들이 직접 만든 농산물, 수공예품, 식음료 등을 판매한다. 단순한 시장을 넘어 지역민과 관광객, 예술가와 상인이 어우러진 살아 있는 커뮤니티 공간으로, '로컬의 힘'을 가장 직접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장소다.
◆ 파이크 플레이스 천막 장터서 떡볶이·김밥 파는 한국인 청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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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포틀랜드·시애틀=뉴스핌] 오종원 기자 =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 해안가 인근 천막 장터에서 떡볶이와 김밥을 판매하는 최평림 씨 일행. 2025.07.27 jongwon3454@newspim.com |
전세계 로컬 푸드와 기념품을 만나볼 수 있는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 해안가 인근 천막 장터에서 떡볶이와 김밥을 판매하는 40대 최평림 씨 일행을 만났다. 이들은 시애틀에 거주한 지 7년 차로, 과거에는 IT 개발자로 활동했지만 지금은 일주일에 한 번씩 이곳에서 로컬 셰프로 활동하고 있다. "주류 대형 플랫폼보다는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장소에서 일하고 싶었다"는 그들의 말처럼, 이 공간은 단순한 판매의 장을 넘어 사람 간의 관계가 살아 있는 장터로 기능하고 있다.
그들은 "처음에는 단순한 부업으로 시작했지만, 손님들과 눈을 마주치고 '어디서 왔냐', '이건 어떻게 만든 거냐'는 대화를 나누며 오히려 삶의 에너지를 얻게 됐다"며 "한국 음식을 처음 먹어보는 이들이 많아 한국 문화를 알리는 기회로도 삼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전에는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서 앉아 있던 시간이 많았는데, 지금은 떡볶이를 만드는 손끝 하나에도 정성이 들어간다"며 "김밥을 사 간 아이들이 다시 와서 '맛있었다'고 인사할 때 한국 인기 음식에 대한 자부심과 큰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자랑했다.
시애틀에서 만난 작은 로컬 실천의 현장은 포틀랜드와는 또 다른 방식으로 '로컬리즘'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증거다. 익숙함 속에서 자신만의 속도로 일상을 이어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도시가 품은 다양성과 자율성의 힘을 돌아보게 한다.
포틀랜드와 시애틀, 이 두 도시는 규모도 분위기도 다르지만 '로컬'이라는 단어를 자신들의 방식으로 정의하고 있다. 포틀랜드는 구조화된 커뮤니티와 정책적 전략을 통해, 시애틀은 자율적이고 개방적인 방식으로 이를 표현한다.
결국 로컬은 단일한 형태가 아니라, 지역이 품고 있는 주민들의 삶의 태도이자 방향성이다. 현재 소멸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의 로컬이 참고해야 할 로컬 생태계의 모습 중의 하나는 지역공동체의 일상 속, 평범한 주민들의 자발적이자 조금은 의도된 실천이 아닐까.
채지민 교수 역시 로컬크리에이터의 창조적 독립성과 지역공동체에 방점을 찍는다.
채 교수는 "시애틀과 포틀랜드의 로컬리즘은 구현 방식과 전략은 서로 다르지만, 그 중심에는 시민과 커뮤니티가 만들어내는 자생적 공동체 정신이 깊이 자리하고 있다. 로컬은 특정 공간이나 상품에 국한되지 않으며, 시민들의 삶의 태도와 일상의 철학에서 출발한다"면서 "지역 소멸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거창한 정책이나 일회성 이벤트보다 시민과 주민, 지역 내 역량 있는 인재들이 중심이 돼 로컬크리에이터의 역할을 수행, 로컬 문화를 창조하고 공동체 경험을 확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확신했다.
이어 "이들은 단순히 지역 자원을 소비하는 것을 넘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창의적 주체로서 지역의 정체성과 지속가능성을 강화하는 핵심 동력이 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jongwon3454@newspim.com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