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사등록 : 2025-07-11 11:07
[서울=뉴스핌] 이석훈 기자 = 정휘동 청호그룹 회장이 갑작스레 별세하면서, 지분 상속 시나리오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뜨겁다. 지분 가치가 수천억원에 달하는 데다 사실상 그룹을 소유한 최대주주인 만큼 상속 절차 이후 오너일가 중심으로 경영권이 재편될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11일 청호그룹에 따르면 현재 고 정휘동 회장의 지분 상속 절차가 진행 중이다. 피상속인은 부인 이경은씨와 아들 정상훈씨다. 의대 교수인 부인 이경은씨는 계열사 마이크로필터 등의 지분을 보유해 경영에 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20대인 아들 정상훈씨는 아직 회사와 인연을 맺고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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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유가족의 상속 가치는 수천억원에 달한다. 일반적인 그룹사와 달리 청호그룹은 별도의 지주사 없이 정 회장이 주요 계열사의 지분을 대부분 쥐고 있다. 구체적으로 ▲청호나이스(75.1%) ▲마이크로필터 (80.0%, 부인 이경은씨 20.0%) ▲엠시엠(100.0%) ▲동그라미대부 (99.7%) 등이다.
별도의 유언이 없다면, 부인과 아들은 전체 지분을 각각 1.5대 1의 비율로 상속받게 된다. 현행 민법상 배우자가 공동상속인이면 배우자의 지분이 다른 상속인보다 50% 더 많아지기 때문이다.
◆ 유가족 지분 상속 결과 따라 오너 경영 회귀 가능성 有
일각에서는 상속 결과에 따라 청호그룹이 오너 경영으로 회귀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청호그룹은 지난 4월 지기원 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청호나이스에서 근무 경력이 20년에 달해, 오너경영에서 전문경영인 체제로의 전환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일단 회사측은 정 회장 별세 이후에도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청호그룹은 지난달 26일 "청호 그룹은 전문경영인 체제를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기업운영과 책임경영을 실천하며 안정적으로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전 계열사는 전문경영인의 리더십 아래 고객, 사회, 파트너들과의 신뢰 관계를 기반으로 변함없이 성장을 이어 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 전 회장이 아들에게 주요 계열사 지분을 증여하거나 경영수업을 시키는 등의 승계 과정도 없었다. 정 전 회장의 친동생인 정휘철 부회장도 청호나이스 지분이 8.18%에 불과하기 때문에, 경영에 다시 참여할 가능성이 낮다.
그럼에도 오너경영은 시간 문제라는 시각이 많다. 기업의 지배력은 지분 싸움이기 때문에, 유가족이 상속 지분을 처분하지 않는다면 결국 직간접적으로 기업 운영에 관려할 수밖에 없다. 청호그룹은 창업 초부터 정휘동 회장을 중심으로 한 오너경영이 뿌리내렸기 때문에, 이러한 문화가 쉽사리 바뀌진 않을 것으로 평가된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한국에서 전문경영인 체제는 사실 오너의 자발적인 선택이 있어야 가능하다"며 "최대 주주가 등기이사를 겸하지 않는 한국 기업문화에서, 최대주주가 전문경영인 체제를 무너뜨리는 것은 매우 쉽다"고 설명했다.
이어 "청호그룹은 창업자가 오랫동안 기업을 지배한 회사이기 때문에 유가족의 경영 의지가 높을 수 있다"며 "유가족의 상속 절차는 기업 지배권 확보와 직결되는 일이기 때문에, 누가 이사회를 장악하고 있는지가 결과를 판가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상속세만 수백억 추정...유가족 선택은?
막대한 상속세도 관심사다. 상속세 부담에 유가족이 일정부분 지분을 매각할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정 회장의 청호나이스 지분 75.1% 등 계열사들의 지분을 모두 상속하게 될 경우 상속세만 수백억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현실적으로 수백억에 이르는 상속세를 현금으로 단번에 지불하긴 쉽지 않다. 이에 ▲지분 일부 매각 ▲지분 담보 대출 ▲배당 확대 등을 통해 상속세 재원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5년간 연부연납하는 방법도 있다.
한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막대한 상속세가 부담스러운 유가족 측이 경영 개입을 포기하고 지분을 시장에 내다 팔 가능성이 있다"며 "창업주가 사망했기 때문에 최대주주의 지분 정리가 그리 오래 걸리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stpoemseo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