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사등록 : 2025-07-09 06:01
[서울=뉴스핌] 고다연 기자 = 9일은 정보보호의 날이다. 개인정보 중요도에 대한 경각심은 높아졌지만 유출 피해는 끊이지 않고 있다. 소비자들과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걱정은 되지만 어쩔 수 없다는 반응마저 나온다.
앞서 4월부터 전국을 들썩이게 만들었던 SK텔레콤(SKT) 해킹사고가 약 두 달이 지났다. 유심 관련 정보 약 2696만건이 유출된 초유의 사고였다.
지난 4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민관합동조사단의 최종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SK텔레콤은 통신서비스 사업자로서 이용자 보호에 필요한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았으며, 계약상 주된 채무인 '안전한 통신서비스 제공' 의무를 위반했다"고 말했다. SKT는 향후 5년간 총 7000억원을 투입해 정보보호 혁신안을 실행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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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킹 이미지. [사진=뉴스핌DB] |
하지만 SKT 사고 이후에도 예스24에서 해킹 사고가 일어나면서 고객들은 또 다시 개인정보 유출을 걱정해야 했다. 최근에는 구글, 넷플릭스, 페이스북 등 주요 인터넷 플랫폼과 OTT 계정 정보가 유출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사이버전문매체 '사이버뉴스'는 총 160억 건에 달하는 로그인 정보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전 세계 인구의 두 배에 달하는 수다. 다만, 구글 등은 "자사 서버가 직접 침해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한국파파존스는 2017년부터 7년간 홈페이지 내 소스코드 관리 소홀로 고객 주문 정보가 온라인상에 노출되어 있었음이 뒤늦게 드러났다.
각종 온라인 기반 서비스들이 늘어나면서 개인정보를 입력할 일은 늘어나는 추세다. 하지만 보호는커녕 유출이 반복되니 이용자들도 이제는 덤덤하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온 가족이 SKT를 이용한다는 20대 직장인 김모 씨는 "내 나이 정도 되면 (해킹 등에) 대처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부모님 세대 피해가 걱정됐다"며 "당시 유심 정보 서비스에 들어가서 할 수 있는 조치를 다 취했다"고 전했다.
다만 김씨는 "핸드폰은 악용할만한 정보가 많아서 걱정됐지만 워낙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많다 보니 OTT 정보 유출 같은 경우는 덤덤했다"며 "우스갯소리로 이미 개인정보들이 해외에 다 팔려서 내 개인정보로 살고 있는 사람이 있을 거라는 얘기도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직장인 A씨 역시 "너무 많이 유출돼서 어떤 게 유출되고 안됐는지도 모르겠다"며 "비번을 바꾸는 등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구글 유출 소식을 듣고 비밀번호를 바로 바꿨다는 20대 취업준비생 박모 씨는 "이런 일이 생길 때마다 기업들이 보안에 돈을 투자하는지 의문이 든다"며 "어떤 플랫폼들은 사용을 안할 수 없으니 개인정보가 인질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단 사용은 하겠지만 꾸준히 로그인 기록 등을 체크하겠다"고 전했다.
집단 소송에 참여하는 등 적극적으로 조치에 나서는 고객들도 있다. 앞서 SKT 유심 해킹 사고 이후 약 17만명 이상이 집단 소송에 참여한다고 알려졌다.
전문가는 이런 유출 사고에 무뎌지는 것에 대해 경고했다.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기존에는 오프라인 정보가 금전적 가치가 있었지만 지금은 대부분 디지털로 전환돼 고가에 거래되기도 한다"며 "사용자 입장에서는 (보안) 비용을 투자해야하는데 기존에 보안 사고가 없었으니 이정도면 되겠지하는 생각이 팽배하다"고 분석했다.
황 교수는 "너무 많은 곳에서 유출이 되다보니 그런가보다 하는 인식이 퍼져있는 환경이 되어버렸는데 좋지 않다"며 "자기 정보는 자기가 1차적으로 관리하고, 처리 기관도 자기 정보처럼 소중하게 관리해야 할 의무가 있는데 해태한 태도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gdy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