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사등록 : 2025-07-04 09:58
[서울=뉴스핌] 남정훈 기자 = 이정후(샌프란시스코)가 기다리던 반등의 신호를 알렸다. 계속된 부진에도 선발 기회를 주며 신뢰를 보인 샌프란시스코 밥 멜빈 감독도 드디어 웃었다.
이정후는 3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체이스필드에서 열린 애리조나와의 원정 경기에 5번 중견수로 선발 출전, 5타수 3안타 1타점 2득점을 기록하며 팀의 5-4 승리에 기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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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 [사진=로이터] |
4월까지만 해도 3할이 넘는 타율로 리그에서 가장 뜨거운 타자로 불렸던 이정후는 5월 이후 급격하게 타격 컨디션이 떨어지며 어느덧 타율도 0.240대로 하락했다. 특히 이정후는 최근 시카고 화이트삭스와의 3연전에서도 무안타로 부진하며 지난 2일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됐다. 하루 쉬며 절치부심한 이정후는 곧바로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이날 경기의 선발은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 투수였던 메릴 켈리였다. 이미 KBO에서 켈리 상대로 '천적'이라 불릴 만큼 익숙했던 이정후는 지난 5월 13일 켈리와의 MLB 첫 만남에서 3타수 1안타를 기록한 바 있었다.
이번 경기도 천적의 면모를 뽐냈다. 이정후는 이날 1회초 메릴 켈리를 상대로 우익수 키를 넘겨 담장을 직격하는 1타점 3루타를 터뜨리며 경기를 기분 좋게 시작했다. 4회에는 다시 켈리를 상대로 2루타를 뽑아내며 존재감을 과시했고, 7회에는 제이크 우드에게 내야안타를 더해 시즌 두 번째 3안타 경기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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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의 밥 멜빈 감독. [사진 = 로이터] |
한 경기 3안타는 지난 5월 7일 시카고 컵스전 이후 약 두 달 만이었다. 이정후의 시즌 타율은 0.240에서 0.246으로 상승했고, OPS도 0.721까지 올랐다. 특히 켈리를 상대로 날린 두 개의 장타는 각각 타구 속도가 101.3마일(시속 163km)과 102.2마일(시속 164.4km)에 달해 배럴 타구로 분류됐다. 'KBO 시절 천적'이었던 켈리를 상대로 메이저리그에서도 강세를 이어간 셈이다.
비록 사이클링 히트는 홈런이 부족해 아쉽게 놓쳤지만, 10회초 2루 주자로 나서 결승 득점을 올리며 팀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경기 후 이정후는 인터뷰에서 "정신적으로 힘든 시기였지만 '내일 또 경기가 있다'는 생각으로 버텼다"라며 "코치님들과 동료들이 계속 응원해 줘서 큰 힘이 됐다. 남은 시즌엔 보답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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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리조나 로이터=뉴스핌] 샌프란시스코의 이정후가 1회 1타점 적시 3루타를 쳤다. 2025.07.03 wcn05002@newspim.com |
이정후의 부활을 뒷받침한 건 팀의 신뢰였다. NBC 스포츠 베이 에이리어에 따르면, 팻 버렐 타격코치는 최근 이정후가 14타수 연속 무안타에 그쳤던 원정 기간에도 "좋은 스윙을 하고 있다"라며 긍정적인 평가를 유지했다.
밥 멜빈 감독 역시 이정후의 가능성을 믿고 있었다. 그는 "이정후가 처음 겪는 어려움이었겠지만 중요한 건 그에 대한 반응이다. 타석에서 몇 가지 조정을 했고, 효과가 있었다"라며 "이정후는 훌륭한 타자다. 우리는 그걸 알고 있다. 단지 힘든 시기를 겪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오늘 경기가 이정후에게 분명 큰 도움이 됐을 것"이라며 "타구에 힘이 있었고, 타석에서 훨씬 편안해 보였다. 첫 타석 이후 자신감을 찾은 듯하다"라고 부활을 예고했다.
wcn050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