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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만에 63조 늘린 LG…구광모式 '본게임'에 쏠리는 눈

기사등록 : 2025-06-28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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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자산, 2018년 123조→2025년 186조
배터리·OLED 중심으로 조용한 승부수
"선택과 집중으로 차별화된 경쟁력 갖춰야"

[서울=뉴스핌] 김정인 기자 =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오는 29일로 취임 7주년을 맞는다. 외풍을 피하고 내실을 다져온 7년이었다. 올해는 '말보다 행동'으로 투자 승부수를 던지며 조용한 전환점을 맞고 있다.

최근 LG디스플레이를 통해 단행한 1조2600억원 규모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투자도 그 일환이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주요 기업 중 처음으로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는 점에서 그룹 차원의 선제적 대응이자 존재감을 드러낸 행보라는 평가가 나온다.

◆ 내실 다진 7년…이제는 실천의 시간

28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LG그룹의 공정자산총액은 구광모 회장 취임 첫해였던 2018년 123조원에서 올해(2025년) 186조원으로 7년간 약 63조원 증가했다.

구 회장은 지난 7년 동안 비핵심 사업을 정리하며 체질 개선에 힘을 쏟았다. 구 회장은 2018년 고(故) 구본무 회장의 뒤를 이어 40대 젊은 총수로 LG를 이끌기 시작했다. '정도경영'과 '선택과 집중' 기조를 앞세워 급진적인 확장 대신 사업 체질 개선에 집중해왔다.

구 회장은 먼저 LG전자 연료전지, LG화학 편광판, LG디스플레이 조명 OLED, LG전자의 모바일 사업까지 순차적으로 정리했다. 그 여력은 OLED, 배터리, 전장부품 등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에 집중됐다.

구광모 LG 대표(오른쪽)가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LG테크놀로지벤처스에 방문해 LG테크놀로지벤처스가 투자한 주요 스타트업의 기술을 자세히 살펴보고 있다. [사진=LG]

정치적 중립 기조도 변함없었다. 기업이 정치와 선을 긋고 본업에 집중해야 지속 가능하다는 철학은 선대 회장 시절부터 이어져 온 LG의 뿌리 깊은 문화다. 구 회장은 선거 국면에서도 후보자와의 만남을 자제했고, 이재명 대통령과 대기업 총수들이 한자리에 모인 간담회에서도 공개 발언을 삼간 채 실무적 논의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그 직후, 말보다 빠른 실행으로 응답했다. 지난 17일 LG디스플레이는 OLED 설비 등 인프라 구축에 1조원이 넘는 투자를 결정했다. 정부의 첨단산업 육성 기조에 힘을 실으면서도 LG다운 실용적 접근으로 경제 활력에 기여하겠다는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 실용과 절제의 리더십…구광모 式 8년차 어디로

'조용한 리더십'은 구 회장의 스타일을 상징한다. 공식석상 노출보다 현장 경영을 택하고 메시지를 직접 내기보다는 실제 활동을 통해 방향성을 드러내는 방식이 특징이다.

가장 최근 현장 행보는 인도네시아였다. 구 회장은 이달 초 인도네시아 카라왕 신산업단지에 위치한 'HLI그린파워'를 찾았다. 이곳은 LG에너지솔루션과 현대자동차그룹이 공동 출자해 설립한 전기차 배터리셀 합작공장으로 연간 10GWh 규모의 셀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전기차 약 15만대에 탑재할 수 있는 양이다. 이 공장은 4월 본격 가동 이후 4개월 만에 수율 96%를 넘기며 안정적인 양산 체제에 진입했다.

구광모 LG 대표(앞줄 가운데)가 인도 뉴델리에 위치한 LG전자 노이다 생산공장에서 생산라인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LG]

구 회장은 전극, 조립, 활성화 등 주요 공정을 직접 둘러본 뒤 "경쟁사와 확실히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해 달라"고 주문했다. 현장에서 생산된 배터리셀에는 "미래 모빌리티의 심장이 되길 기원합니다"라는 문구를 직접 남기기도 했다.

구 회장은 배터리 외에도 가전사업 전반의 현지 경쟁력을 점검했다. 이어 LG전자의 찌비뚱 생산법인과 인근 연구개발(R&D)법인을 방문해 TV 및 사이니지 생산라인을 살펴봤다. 찌비뚱은 자카르타 서부에 위치한 LG전자의 핵심 생산거점으로 인근에 R&D법인을 신설해 현지 완결형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또 냉장고·에어컨 등 생활가전을 생산하는 땅그랑 공장과 자카르타 시내의 유통법인, 전자제품 전문 유통채널 '일렉트릭 시티(Electric City)'도 직접 둘러봤다. 그는 현지 경영진과 함께 시장 변화 트렌드를 공유하고 국가별 전략과 중장기 과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 회장은 "현재의 격화되는 경쟁 상황에 대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5년 뒤 어떤 준비를 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지, 어떤 선택과 집중을 해야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지 전략 마련에 힘써 달라"고 강조했다. 단기 성과보다는 중장기 생존역량 확보에 방점을 둔 메시지다.

취임 7주년을 맞은 구 회장은 그간 다져온 전략의 무게감을 바탕으로 조용히 다음 단계를 준비하고 있다. 재계 안팎에서는 LG 특유의 실용성과 신중함이 배터리, OLED, 전장 등 핵심 사업에서 어떤 실질적 성과로 이어질지 주목하고 있다.

kji01@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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