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등록 : 2024-07-10 06:00
[세종=뉴스핌] 양가희 기자 = 지난달 경기 화성 일차전지 제조업체 아리셀에서 발생한 화재 이후 화학사고에 대한 경각심이 고조되고 있다.
하지만 화학사고 예방을 위한 연구개발(R&D) 예산은 40% 삭감되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아리셀 사고는 리튬 배터리가 폭발해 화학사고로 분류되지 않았지만, 해당 현장이 리튬 등 화학물질을 취급한 만큼 화학사고에 대한 우려도 증가한 상황이다.◆ 화학사고 5년 새 두배 급증…올해 '화학사고 예방 R&D 예산 40% 삭감
10일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화학사고는 115건으로 5년 전(2019년)의 2배 수준으로 늘었다.
이처럼 화학사고가 증가하고 있지만 사고 예측·예방을 위한 연구 예산은 줄었다.
환경부는 2022년 '화학사고 예측·예방 고도화 연구개발사업(R&D)'을 시작했다. 해당 연구 예산은 22억2600만원에서 2023년 49억7400만원으로 늘었지만, 올해는 40% 감액된 29억5800만원으로 급감했다.(그래프 참고)
예산 삭감의 배경에는 올해 예산 편성 과정에서 이뤄진 'R&D 예산 삭감'이 있다. 정부는 지난해 말 전 부처 R&D 관련 2024년 예산을 전년 대비 5조2000억원(16.6%) 삭감한 25조9000억원으로 편성해 국회에 제출했다.
이 같은 R&D 예산 급감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6월 '연구비 카르텔'을 지적한 뒤 이뤄졌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나눠 먹기식, 갈라 먹기식 R&D는 제로베이스(원점)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대통령의 R&D 예산 전면 수정 지시에 전 부처의 R&D 예산이 급하게 줄었다. 이후 국회는 R&D 예산 삭감 논란을 의식한 듯 정부안보다 6000억원 올린 예산을 지난해 12월 통과시켰다.
한 환경부 관계자는 "지난해 6월 이후 R&D 예산이 전반적으로 조정됐다"며 "R&D 예산 관련 '비효율의 효율화'를 명목으로 중복 투자 등을 방지하기 위해 구조조정이 있었다. 일부 국가전략기술, 미래 먹거리 산업 등을 제외한 전반적인 모든 사업이 거의 감액됐다"고 설명했다.
◆ 내년 예산 증액 여부 불투명…"기재부 방침은 강력한 구조조정을 원복할 수 없다는 것"
지난달 27일 과기부가 내년도 국가 R&D 예산안을 증액하겠다고 했지만, 내년 '화학사고 예측·예방 고도화 R&D' 예산이 늘어날지는 불확실하다.
다른 환경부 관계자는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편성한 올해) 예산이 깎인 것은 원상복구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갖고 있다"며 "강력한 구조조정을 했는데 이를 원복하면 그걸(구조조정을) 번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환경부 관계자는 "화학사고가 지속 발생하고 있는 만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화학물질 유·누출 감시, 예측·예방이 필요하다"며 "현재 시점에서 정확한 액수를 공개할 수는 없지만 증액 요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화학사고 예측·예방 고도화 R&D' 필요성에 대해 이영주 경일대 교수는 "기술을 통해 현장에서 화학물질 누출 즉시 위험범위를 확인하는 것은 유의미하다"고 평가했다. 또 그는 "피해 예측, 위험범위 예상 등 '눈의 능력'을 키우는 것 외에도 해당 데이터를 가지고 어떻게, 누가 대응할지 등 손과 발의 역할을 구체적으로 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내년 예산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2025년 예산 정부안은 오는 9월 초 확정된다. 그전까지 조정이 지속될 것"이라며 확실한 답변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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