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등록 : 2024-05-16 11:07
[서울=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미술전문기자=미국 뉴욕의 내로라하는 슈퍼컬렉터들이 일제히 찬사를 던지며 아트페어 개막 첫날 작품을 앞다퉈 수집했다. 서울 성동구 서울숲의 더페이지갤러리(대표 성지은)는 세계적 아트페어인 '2024 TEFAF 뉴욕'에 참가해 출품작을 첫날 매진시켰다.
더페이지갤러리는 지난 9일부터 14일(현지시각)까지 뉴욕의 유서 깊은 건물인 파크애비뉴의 아머리(Park Avenue Armory)에서 열린 '2024 TEFAF(테파프) 뉴욕'에 처음 참가했다. 더페이지는 아머리 건물에서도 가장 아름답고, 심장에 해당되는 '히스토릭 룸'에서 추상화가 최명영(83)의 작품으로 솔로 부스를 꾸미며 참가했다.
최명영의 작품들은 VIP프리뷰 첫날 모두 솔드아웃되며 파란을 일으켰다. 뉴욕타임스를 비롯해 여러 언론들이 올 TEFAF 뉴욕의 더페이지갤러리 부스에 지대한 관심을 기울이며 출품작과 전시를 비중있게 보도했다. 세계 굴지의 아트페어에 처음 참가한 한국 갤러리가 이같은 성과를 거둔 예는 흔치않아 주목된다.이로써 최명영 작가는 이우환, 박서보, 하종현, 이건용, 이승택 작가에 이어 한국 현대미술의 주요작가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글로벌 무대로 뻗어나갈 발판을 마련했다.
특히 앤디 워홀, 장-미쉘 바스키아 등의 작품을 수십, 수백점씩 보유하고 있는 뉴욕의 아트컬렉이자 유대계 억만장자인 호세 무그라비(84·Jose Mugrabi))와 자코메티의 후원자이자 현재는 아프리카현대미술 컬렉션으로 유명한 금융투자자 애셔 아델만(84·Asher Edelman)이 '최명영 회화, 너무 아름답고 빼어나다'며 첫날 작품을 수집해 화제를 모았다.
1988년 네덜란드의 국경도시(벨기에와 인접)인 마스트리흐트에서 시작된 '테파프(TEFAF, The European Fine Art Foundation)'는 '아트 바젤(Art Basel)', '프리즈(Frieze)'를 잇는 세계 3대 아트페어로 불린다. 40년 가까운 역사의 TEFAF는 고대및 중세·근대 미술품과 현대미술품을 고루 다루는 수준급 아트페어로 전통을 이어왔다. 더페이지갤러리는 올 3월에 열린 '2024 TEFAF 마스트리흐트'에 처음 참가한데 이어 이번에 '2024 TEFAF 뉴욕'에도 참가했다.
2016년 뉴욕에 진출한 TEFAF는 마스트리흐트 페어와는 달리 현대미술 부문을 강화함으로써 미국의 다양한 컬렉터를 끌어들이고 있다. 전세계 89개 갤러리들이 참여하는 이번 TEFAF 뉴욕에서 더페이지갤러리는 최명영의 1970년대 작품에서부터 현재까지 이어진 '평면 조건(Conditional Planes)'의 시기별 주요 작품을 선보였다.
TEFAF 뉴욕은 1861년에 지어진 파크 애비뉴 아머리에서 열리며, 더페이지갤러리는 소수의 갤러리에게만 허락된 '히스토릭 룸(Historic Room)'을 배정받았다. 이 방들은 루이스 컴포트 티파니, 스탠포드 화이트, 허터 브라더스, 포티에&스티머스 등 당대 가장 저명한 디자이너와 예술가들이 직접 디자인하여 뉴욕을 대표하는 근대문화유산으로 꼽힌다.
더페이지갤러리의 부스는 리움미술관의 리노베이션 프로젝트를 담당한 정구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공간 디자인을 총괄했다. 정 감독은 히스토릭 룸에 최명영의 크고 작은 작품들을 선택괴 집중을 통해 간결하게 전시해 마치 뮤지엄과 같은 공간으로 구현했다.
홍익대학교 출신인 최명영 작가는 청년작가 시절 '오리진(Origin)'과 '한국아방가르드협회(AG)'그룹 창립멤버로 활동했다. 또 한국단색화 1 세대를 대표하는 작가로 형상을 배제한채 수행에 가까운 반복적인 붓질로 인간의 존재감과 삼라만상의 질서를 맑고 정갈한 화면으로 구축해왔다. 더페이지갤러리 전속작가인 최명영은 프랑스의 유명 갤러리인 알민 레쉬 갤러리와 전속작가 계약을 맺고, 지난해 9월 파리에서 작품전을 갖는 등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다.
이번 더페이지갤러리 TEFAF 뉴욕 부스에는 최명영의 초기 작업인 '등식'(Sign of Equality)'연작과 근작인 '평면조건(Conditional Planes)'까지 다채롭게 나와 지난 60여년간 이어온 작가의 작업세계와 함께 한국 현대미술의 실험정신과 독창성을 보여주었다.
한편 '2024 TEFAF 뉴욕'에는 더페이지갤러리 외에, 한국에서 가나아트와 PKM갤러리가 참가해 각각 좋은 성과를 거두며 K-아트의 경쟁력을 뉴욕 미술계에 널리 각인시켰다.
art2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