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 블라드미르 푸틴 대통령의 압승으로 끝난 러시아 대통령 선거에 대해 미국과 EU(유렵연합) 등 서방국들이 비민주적 선거라고 강하게 비난한 것과 달리 정부는 "한·러 양국은 상호 관계를 관리하려는 데 공동의 의지를 갖고 있다"며 선거에 대한 직접 언급을 피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19일 러시아 대선에 대한 정부 입장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러시아의 최근 선거에 대한 언급은 삼가겠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푸틴 대통령 재선에 대한 축전을 보낼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도 "적절성 등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존 커비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푸틴이 정적들을 투옥하고 다른 이들이 자신에게 맞서 출마하지 못하게 했다는 점에 비춰볼 때 이 선거는 명백히 자유롭지도, 공정하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이번 선거가 "매우 제약된 환경에서 치러졌다"고 비판했고, 프랑스 외무부는 성명에서 "러시아의 선거는 자유롭고 다원적인 민주주의 선거의 조건에 못 미쳤다"고 밝혔다.
자유 민주주의와 가치 외교를 내세우는 윤석열 정부가 서방 국가들과 달리 러시아 대선에 대해 선명한 입장을 밝히지 못한 것은 최근 급격히 악화된 한·러 관계를 의식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현재 러시아는 한국인 선교사를 간첩 혐의로 구금 중이며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적 밀착이 한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요소로 등장하고 있는 상황 등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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