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등록 : 2024-03-06 15:18
[서울=뉴스핌] 방보경 기자 = 정부에서 의료 공백을 메우려 간호사들에게 의사 업무를 맡긴 지 일주일째, 업무 분장에서 간호사들이 소외되고 있다. 병원장이 업무 범위를 정하는 만큼 간호사들이 의견을 제시하기 어렵고 정작 가이드라인이 정해져도 교수들이 숙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의료공백이 발생으로 환자가 사망시 사망선언을 할 의사가 없어 전담 간호사에게 사망선언을 요구했다는 사례가 간호협회 측에 접수됐다는 것이다. 협회 측은 익명 제보를 강조하며 해당 병원을 공개하지 않았다.
6일 의료계에 따르면 한 대학병원은 수술을 보조하는 '전담(PA) 간호사'를 과마다 각출하고 있다. 이미 원내에 PA간호사가 있음에도 전공의 사직 사태로 인력이 부족해 추가적으로 뽑고 있는 것이다. 지원자가 없을 경우 일반 간호사 부서이동도 고려하는 등 인원을 강제적으로 이동시키겠다는 공지도 내려왔다.최근 몇몇 대형병원에서는 전공의 사직 후 의사의 역할을 대신하는 간호사를 구하는 데 분주하다. 지금까지는 간호사가 불법적으로 의사 일을 맡았지만, 보건복지부가 지난달 27일 '진료지원인력 시범사업'을 개시하면서 법적으로도 보호받을 수 있게 됐다. 이에 간호사들은 대법원 판례로 금지된 행위를 제외하고 병원장이 허용한 업무를 맡을수 있게 됐다.
다만 현장에서는 시범 사업 후 병원에서 간호사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업무를 할당한다며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대학병원에 근무하는 간호사 A씨는 "전담간호사들을 시술 수술 설명 주의고지, 상처 및 삽관부위 소독 등 교수진들이 맡기 귀찮아하는 업무를 대신하는 인력으로 차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간호사 B씨는 "세부업무가 있지만 교수들이 제대로 읽고 업무 지시를 하는게 아니어서 어엉부영 결국 다 하고 있다"고 했다.
시범사업에서 간호사들이 소외되자 인력운영위원회를 병원장 중심이 아닌 현장 간호사 중심으로 구성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백찬기 대한간호협회 홍보국장은 "의료기관장이 위원회를 구성해 간호부서장과 의논할 경우 간호사들이 제대로 목소리를 낼 수 없다"며 "간호부서 내 위원회를 구성하고 각 진료부서로부터 요구사항을 받아서 현장 간호사들에게 맡기는 게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간호사 권리 보호를 다른 정책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B씨는 "인턴 전공의가 돌아오면 간호사들은 제자리로 돌아가 쓰고 버려질 것"이라며 "2020년 전공의들이 간호사들 불법의료행위로 고소한 사건이 수면위로 떠오를 수 있을 것 같아 시범사업이 아닌 다른 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편 복지부는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 관련 간호사가 수행할 수 있는 업무범위를 정리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이주에 배포하기로 했다. 일반 간호사와 PA 간호사, 전문간호사가 할 수 있는 업무와 그렇지 않은 업무를 정리해 시행하겠다는 계획이다.
당초 복지부는 시범사업 발표 당시 간호사가 수행할 수 있는 업무 범위를 명확히 하지 않았는데, 이번 조치로 현장 혼란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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