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등록 : 2023-03-20 17:19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방일로 이틀(3월16~17일)간 이뤄진 한일 정상회담의 평가가 엇갈린다. 이번 회담에서 독도 영유권과 위안부 문제와 같은 과거사는 마무리짓지 못했지만, 한일 양국은 미래 세대 간 문화·관광 교류에 대해서는 합을 맞추기로 했다. 긴장선상에 있는 한일 관계에서 문화 교류가 완충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문화·관광 정책을 추진하는 문화체육관광부는 한일 정상회담 이후인 19일 한일 양국의 문화교류·협력 증진을 위한 '한일 미래 문화동행'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다양한 분야별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박보균 문체부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의 역사적인 방일 성과를 다지고 확장하는 '한일 미래 문화동행'은 김대중-오부치 선언의 정신을 계승, 발전시키는 프로젝트"라며 "MZ세대부터 교류와 소통의 장을 여러 형태로 마련 문화협력의 지평을 넓힌다"고 언급했다.
박보균 장관은 "미래세대가 한일 양국의 미래이며 일본 청소년 37명의 한국 수학여행은 작은 출발이지만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를 여는 첫 시작"이라며 "한일관계가 새 시대를 맞이하기 위해선 미래세대가 중추적 역할을 할 수 있는 교류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번 회담의 성과로 2011년 이후 중단됐던 양국 정상 간 셔틀외교도 정상화된다. 문체부는 오는 4월 청소년과 청년 등 미래세대의 문화교류 확대 방안을 화상회의를 통해 논의할 계획이다. 국토교통대신과의 관광장관 회담도 조속히 추진할 예정이다.
정지욱 한일문화연구소 연구원은 "한일 문화교류는 계속 있어 왔다. 정서상 문제 있는 것을 제외하곤 현재 개방될 건 다 되어 있다"며 "보여주기식 행사는 하지 말고, 실질적으로 한국과 일본이 교류할 수 있는 방안을 기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번 정상회담은 문화적으로 김대중-오부치 선언 이후 아무 것도 없다"며 "잇는다는 정신은 너무나 기본이다. 더 뛰어 넘어야 한다"라고 비판했다.
김대중-오부치 선언에는 당시 오부치 총리대신은 일본이 과거 한때 식민지 지배로 인해 한국 국민에게 손해와 고통을 안겨줬다는 역사적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이며 이에 대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하고 양국의 젊은 세대와 역사에 대한 인식을 심화시키는 것에 견해를 함께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하지만 20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번 회담에서 위안부와 독도 문제를 논의한 적 없었고, 일본 언론은 위안부 문제와 독도 문제를 합의했다고 밝혀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이번 한일 정상회담이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이었다는 설명에 부적절하다는 시선이 제기되는 이유다.
정지욱 연구원은 "문화교류라는게 돈을 많이 들인다고 되는게 아니다. 행사는 열 수 있지만 내적으로 성숙한 문화교류라는 것은 끊임없이 교류해야 하는 것"이라며 "인적 교류, 학생 교류, 학문교류할 때 아직까지 여러가지 제한이 있다"라고 언급했다.
이어 "인문예술 교류가 활성화 돼야 한다"며 "인문학이든 순수과학이든 학문은 여전히 서구에 중심을 두고 있다. 학술비자, 교육비자 등 제재를 풀고 인문학, 순수과학 분야의 교류가 이뤄져야 지속성이 있고 더 나은 문화 교류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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