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등록 : 2023-03-15 13:31
[서울=뉴스핌] 신정인 기자 = 15일 오전 6시 20분. 해가 채 뜨기도 전인 어스름한 새벽, 어두운 노량진 고시촌 사이로 환한 건물 하나가 눈에 띈다.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오는 입구로 다가가자 '하루가 든든해지는 새벽밥 쿠폰'이 적힌 배너가 보인다. 곧이어 회색 후드티 차림의 한 청년이 자전거에서 내린 뒤 내부에서 인사를 나누고 쿠폰을 받아간다.
이처럼 돈 한 푼 받지 않고 '수험생'이면 하루 한 끼 식사를 제공하는 곳은 서울 동작구 강남교회. 23년째 매일 아침 여섯시 목사와 교회 봉사자들이 청년들을 맞이한다. 따듯한 밥 한 끼로 응원을 해주고 싶은 마음에서란다.
1년째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이성원(31) 씨도 이곳에서 일찌감치 식사를 마쳤다. 이씨는 "거의 매일 아침 식사를 하러 오고 있다"며 "특히 요즘 물가가 많이 올라서 생활비가 빠듯한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교회에) 고맙기도 하고 남는 게 있을까 싶어 걱정도 된다"고 덧붙였다.
학업과 임용고시를 병행 중인 대학생 구인회(24) 씨도 빠듯한 생활 중 감사함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구씨는 "월세가 비싸서 자취방도 못 구하고 통학 중인데 아침을 해결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며 "저렴하고 맛있어서 두 끼 중 한 끼 정도는 돈을 내고 먹기도 한다"고 말했다.
허윤 목사는 "작년 이맘때랑 비교해서 운영 비용은 20~30%, 수험생은 80명 정도 늘었다"며 "후원이 꾸준히 들어와도 사실상 운영이 쉽진 않다. 그래도 저희가 맡은 사명이라 생각해 잘 감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식비 절약을 위해 오는 수험생들이 대부분이지만 시골에서 올라와 하루에 한 끼를 겨우 떼우는 장수생들도 종종 있다"며 "감사 인사만 들어도 마음이 뿌듯하다.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잘 섬기는 것이 목적"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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