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등록 : 2023-02-09 06:40
[서울=뉴스핌] 박성준 기자 = 혁신, 개혁, 변화, 3년여 전 국민의힘 '새 피'로 등장한 허은아 최고위원 후보는 기존의 보수정당 이미지를 바꾸고 외연을 확장할 수 있는 이미지 전략가였다. 그러나 전당대회를 앞두고 '비윤'(비윤석열) 의원이라 불리는 처지가 됐다.
'친윤'(친윤석열)이라 불리는 의원들이 당의 주류인 상황에서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곧 갈등으로 이어진다.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들은 이견이 나올 때마다 '대통령의 성공'을 앞세웠다.
이런 상황에서 비윤핵관, 반기득권을 외치며 3·8 전당대회 최고위원에 출마한 허은아 후보의 생각을 들어봤다. 허 후보는 윤핵관들의 권력 독점에 순순히 따를 생각이 없었다.지난 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허 후보는 "학교폭력을 저지르는 사람도 잘못됐지만 그걸 지켜보기만 하는 사람들도 잘못이라고 생각한다"며 "누군가는 이대로는 안 된다는 얘기를 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나경원 전 의원과 안철수 후보에 대한 윤핵관들의 공격을 이같이 비유한 것이다.
그는 "국민을 위해, 우리 당을 위해 정권 교체를 했다고 생각했는데 현재 당에서는 누군가의 권력만을 위하는 것 같다. 이런 모습을 국민께 보여드리는 것은 옳지 않다"며 "사실 두려움도 있지만 국민이 보수와 우리 당에 대한 희망이 사라지는 게 더 두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내 민주주의가 완전히 무너질 것 같아서 제가 지키겠다고 나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허 후보는 한 목소리만 들어서는 당이 발전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당내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다양한 의견이 나오는, 살아 숨 쉴 수 있는 건강한 정당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저 같은 최고위원이 필요하다"며 "대화와 타협을 통해 오히려 당이 빠르게 안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할 말은 해야 한다'는 신념은 당내 뿐만 아니라 대통령과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허 후보는 "대통령이 잘되길 바라는 마음은 누구나 갖고 있다. 그런데 당은 정부에 제대로 된 목소리를 전달해야 한다"며 "대통령과 정부는 그것을 도전이라고 생각하면 안 되고 국정 성공을 위해 건강한 긴장관계를 가져야 국민이 행복해질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허 후보는 조수진·정미경 후보에 대해 비판을 쏟아냈다. 조수진 후보와 정미경 후보는 지난해 "당의 혼란을 책임지겠다"며 최고위원을 사퇴한 바 있다.
허 후보는 "지난해 최고위원들이 집단 사퇴를 하면서 정상적인 당이 비상대책위원회 체재로 갔다"며 "그런데 이 비대위 체재가 다시 정상적인 당으로 가려고 그러는데 비대위를 만들었던 사람들이 다시 나온다는 게 정상적이지 않다"고 했다. 이어 "그때의 책임이 무거운 사람들인데 최고위원 다시 나오는 건 어불성설이고 뻔뻔하다"고 질타했다.
또 그는 "현재 당 상황 때문에 제가 최고위원을 나오게 됐는데 그들은 최고위원의 의미를 도대체 뭐로 생각하는지 모르겠다"며 "중책에 맞게 국민께 염치가 있어야 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맹공했다.
그러면서 허 후보는 "더불어민주당도 잘하는 게 없지만 우리가 잘해야 민주당과 싸워서 이길 수 있다"며 "말로만 하는 게 아니라 정말 보수의 가치를 실천하면서 맞설 수 있어야 한다. 제가 최고위원이 돼서 잘못한 것은 지적하고 잘된 점은 칭찬하면서 건강한 정치문화를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parksj@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