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등록 : 2022-06-06 07:00
[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청각·시각 능력이 저하된 노인이 신호위반으로 교통사고를 낸 경우 그 자체로 중대한 과실로 볼 수 없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강동혁 부장판사)는 망인의 유족들이 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금 환수고지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건강보험공단 측은 이 사건 교통사고가 망인의 신호위반으로 발생했기 때문에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에 따라 보험급여를 부당이득으로 환수한다는 결정을 고지했다.
그러자 망인의 유족들은 "망인이 이 사건 교통사고로 인해 무의식 상태에서 장기간 입원치료를 받다가 사망한 점에 비춰 보면 망인으로 하여금 보험급여 전부를 반환하도록 하는 것은 비례의 원칙에 어긋난다"며 부당이득금 환수고지처분을 취소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망인은 이 사건 교통사고 당시 만 77세의 고령이었을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 비해 청각 및 시각 능력이 저하돼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바 운전 중 발생할 수 있는 돌발상황에 대처하거나 시야를 확보할 수 있는 능력이 다소 뒤떨어져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망인의 연령과 건강상태, 이 사건 교통사고가 발생한 당시 비가 내리는 새벽시간이었던 점 등을 고려할 때 망인이 순간적인 집중력 저하나 판단착오로 정지신호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교차로에 진입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중대한 과실이란 통상인이 약간의 주의만 했더라도 손쉽게 위법한 결과를 예견할 수 있는 경우임에도 이를 간과하고 고의에 가까운 현저한 주의를 결여한 상태를 말한다"며 "단지 신호를 위반했다는 사정만으로 망인이 고의에 가까운 현저한 주의를 결여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jeongwon102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