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등록 : 2021-08-16 07:00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인질'의 필감성 감독이 배우 황정민과 찰떡 호흡으로 박진감과 리얼리티가 넘치는 색다른 영화를 빚어냈다.
필감성 감독은 11일 진행한 온라인 화상 인터뷰를 통해 첫 상업영화 입봉작인 '인질'을 황정민과 함께 하고 여름 대작영화가 개봉하는 텐트폴 시기에 개봉하는 소감을 말했다. 그는 조금은 긴장한 얼굴이었지만 행복하고 뿌듯한 미소가 간간이 번졌다.
대한민국 대표 배우 황정민이 어느 날 갑작스레 납치돼 생사의 기로에 선다. 온갖 형사물과 범죄 액션 영화를 경험해 본 그는 실제 황정민으로서도 꽤나 비범하게 행동하고 사고하며 절체절명의 위기를 벗어나려 안간힘을 쓴다. 이 과정에서 필 감독이 고민한 부분은 간단하면서도 또 복잡했다.
"황정민이 황정민으로 나오면 다른 배우들도 실명으로 나와야 하나 싶었죠. 그런 로직이라면 납치하는 사람은 왜 실제가 아니야? 하는 생각에 경찰들까지 모조리 얼굴이 많이 알려지지 않은 신인 배우들을 기용했어요. 다행히 제작사에서도 굉장히 이 설정을 좋아해주셨고 다들 지지해주셨죠. 황정민 선배님도 물론이고요. 대작을 많이 하다보니 라이브하고 에너지 넘치는 젊은 혈기로 만들어나가는 영화를 갈구하셨죠. 이 시나리오를 가져갔을 때 새로운 시도와 에너지를 좋아하셨어요. 그런 게 영화 외적으로도, 내적으로도 차별점이 된 부분이 아닐까 해요."
"범인들이 이 영화의 굉장히 중요한 역할들이고 신인 배우들을 캐스팅해야 해서 고민이 컸죠. 추천도 많이 받고 단편 영화, 독립영화나 연극도 보러다니면서 탐색을 했어요. 사실 1000명이나 오디션 보려고 한 건 아니었어요. 좋은 배우를 계속 발견하다보니 계속 욕심이 생겼죠. 캐스팅 포인트는 '알 수 없음'이었어요. 실체를 파악할 수 없고 전형성을 탈피한 사람들을 원했죠. 리더인 최기완도 굉장히 선이 여리하고 곱상하기도 하고 리더같지 않은, 그러면서도 서늘한 에너지가 뒤로갈 수록 폭발하는 느낌을 가져가길 원했고. 김재범씨가 더할 나위 없이 잘 해줬어요."
영화를 본 이들은 '이건 꼭 황정민이어야 했다' '황정민이어야 하는 이유가 충분했다'는 식의 호평을 쏟아냈다. 신인 감독의 각본이었음에도 황정민도 처음부터 좋은 반응을 해주고, 결국 캐스팅이 성사됐을 때 필 감독의 감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고.
"처음에 걱정을 많이 했어요. '뭐야?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이러실까봐.(웃음) 오히려 너무 좋다고 흥미를 보여주셨고 더 적극적으로 실제 모습을 반영해보자고 열린 자세로 참여를 해주셨죠. '나같음 여기서 이렇게 하지'라는 식으로 힘을 더해주셨어요. 보셔서 아시겠지만 저도 모니터에서 눈을 뗄 수가 없을 정도로 경이로운 배우였어요. 언행일치가 되는 분이시고요. 실제와 TV 속 모습이 거의 차이가 없으세요. 정말 소탈하고 진솔하고 열정적이시고 에너지가 어디서 그렇게 나오시는지 뭘 드시냐고 물어볼 정도로요. 얘기를 하면 하나도 허투루 듣지 않으시고 다 연기에 녹여내주시는 경험을 했으니까요. 숨소리 하나까지 준비하시고 감성을 다 담아서 열연하시는 걸 보면서 '그래서 황정민이다' 했다니까요."
특히 '인질'에서는 계속해서 액션신이 나오지만 전혀 멋있다고는 할 수 없는, 생존 액션이 주를 이룬다. 황정민은 살기 위해 몸부림을 치고 범인들은 남을 죽이고 해치기 위해 실제 타격감이 살아있는 리얼한 액션을 선보인다. 이 역시 필 감독이 신경써서 표현한 부분 중 하나였다.
"멋져 보이는 건 전혀 고려대상이 아니었어요. 멋질 수 없는 신들이고 살기 위해, 혹은 남을 해치기 위한 의도가 느껴져야 하니까요. 그 타격감이 관객들도 실제로 아픔과 고통이 느껴질 정도가 되길 바랐죠. 말 그대로 박진감, 진실에 입각한 감정을 다들 느끼셔야 해서 무술감독님과도 그런 얘길 많이 나눴어요 사실적으로 세게 보여주길 원하고 만든 듯한 느낌은 벗어나자. 좀 놓치더라도 에너지, 강렬한 감정만은 놓치지 말자고 얘기했고 촬영감독님도 그런 부분을 좀 신나하셨어요. 무엇보다 처음부터 끝까지 부상이 없어서 너무 다행이었죠."
계속해서 진짜같은 황정민을 연기해준 황정민과 범상치 않은 신예들의 조합, 타격감 있는 리얼 액션으로 새로운 장르적 지평을 연 필 감독. 그는 "보시면서 이건 진짜 황정민일까? 저건 연기일까? 하고 생각하는 것도 영화의 재미"라면서 관람 포인트를 하나 더 짚었다. 이미 어려운 시기임에도 꽤 '볼 만한' 영화를 만들어낸 그의 다음 행보를 기대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기대도 우려도 있지만 지금은 행복해요. 영광스런 선배님과 작업하게 돼서 기쁘고 감사하죠. 제작사 외유내강과 함께 한 것도 마찬가지로 든든하고요. '인질'은 저 스스로도 '새로움의 끝이란 걸 보여주자' 하는 다짐이 있었어요. 이야기도 그렇지만 장르의 새로운 지점을 찾고 싶었죠. 100% 생각한 것을 결과로 낼 수는 없지만 그래도 과감한 시도를 할 수 있어서 좋았고 그때는 열정적으로 새로운 시도를 하려고 했었다고 기억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아마 저의 좋은 초심, 발판이 될 작품이죠."
jyy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