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등록 : 2021-03-01 10:11
[서울=뉴스핌] 나은경 기자 = "넷플릭스: 볼 건 많은데 볼 게 없음. 왓챠: 이게 있다고? 이게 있는데 이게 없다고?"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한 동영상스트리밍서비스(OTT) 이용자가 넷플릭스와 왓챠의 특징을 이렇게 설명해 사람들의 공감을 샀다. 그만큼 두 서비스를 모두 경험한 이들이 많고 OTT서비스가 이용자들에게 서로 다르게 어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일화였다.
"똑같은 걸 왜 다섯 개씩 보느냐"는 사람들도 있지만 주요 OTT 5개를 모두 결제해 쓰는 이용자로서 중복 결제는 자연스러운 귀결이라 말하고 싶다. 그래서 매월 5만원에 가까운 금액이 월급통장에서 순식간에 빠져나가게 된 이유, 즉 넷플릭스·웨이브·시즌·티빙·왓챠는 어떻게 차별성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지 비교해보기로 했다.
◆1라운드 콘텐츠: '믿고보는' 넷플릭스부터 '마이너' 아우르는 왓챠까지
웨이브를 처음 가입했던 이유는 본방을 놓친 MBC의 '나혼자산다'를 방송 종료 직후에 보고 싶어서였다. 지상파 방송을 퀵VOD로 바로 볼 수 있고 실시간으로도 볼 수 있다는 건 웨이브의 가장 큰 장점이다. 최근에는 '핸드메이즈 테일' 등 다른 OTT에 없는 해외드라마, 특히 영국 BBC 드라마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지상파 콘텐츠 외의 작품에도 눈을 돌리게 됐다.
시즌은 극장에서 놓친 최신영화를 보고 싶을 때 애용한다. '프라임무비팩' 월정액 서비스에 가입 중인데, 다른 OTT에서 5000~1만원가량을 내고 개별구매하지 않으면 보기 힘든 최신영화들을 극장에서 내려간 지 1~2개월만 지나도 볼 수 있다. 개별구매가 필요하지만, 시즌이 강조하듯 '오픈플랫폼'으로써 영화부터 예능, 드라마까지 가장 다양한 콘텐츠가 있다. 다만 5개 OTT 중 유일하게 PC버전이 없다는 건 단점이다.
티빙에서는 CJ ENM이나 JTBC에서 만든 콘텐츠들을 옛날 작품부터 최신작품까지 망라해 볼 수 있다. 넷플릭스나 왓챠에서도 일부를 볼 수 있지만 수년전에 방영했던 작품은 보기 힘들다. 티빙은 처음부터 끝까지 CJ ENM과 JTBC의 콘텐츠 파워로 승부를 보고 있다.
왓챠는 5개사 중 월간순이용자수(MAU)가 가장 적지만 SNS에서는 가장 많이 언급되는 OTT다. OTT는 물론 케이블TV, 인터넷(IP)TV에서도 보기 힘든 독립영화가 많고 영미권이나 일본, 중국이 아닌 나라에서 제작한 콘텐츠도 많다. 왓챠에 대한 이용자들의 느낌이 '이게 있다고?'인 것은 이 때문이다. 다른 OTT들이 P2P 사이트 시절 제작돼 음지에서 입소문을 타고 국내서 유명해진 옛 해외드라마를 자신있게 가져온다면, 왓챠는 국내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 최신 해외드라마를 찾아내 선보이기도 한다. 얼마전 공개된 '코요태'나 '키딩'처럼 말이다.
◆2라운드 사용성: 티빙 첫 화면에는 버튼이 '17개'
콘텐츠가 사람들을 OTT에 가입하게 만든다면, 이용자환경(UI)·이용자경험(UX)은 사람들이 OTT에서 머무는 시간의 총량을 결정한다. 모든 콘텐츠 산업은 결국 이용자의 체류시간을 사이에 둔 싸움이니, 어떻게 보면 콘텐츠보다 중요한 요소다.
그런 점에서 넷플릭스의 편의성은 압도적이다. 넷플릭스 가입자들은 종종 자조적으로 "뭘 보는 시간보다 뭘 볼지 고민하는 시간이 더 길다"곤 한다. 하지만 이 말을 뒤집어 보면 넷플릭스야말로 '콘텐츠 아이쇼핑'을 하기 좋게 만들어졌다는 뜻이다. 넷플릭스의 UI·UX와 가장 유사한 왓챠 역시 사용경험은 비슷하다.
반면 웨이브나 티빙을 쓸 때는 뭘 볼지 고민하는 시간이 짧다. 새로운 콘텐츠를 찾아서 보기보다는 시청하고 싶은 특정 콘텐츠가 있을 때 해당 내용을 검색해 감상한 뒤 바로 빠져나오기 때문이다.
좀 더 객관적으로 비교하기 위해 첫 화면을 살펴봤다. 현재 사용중인 스마트폰 갤럭시노트9을 기준으로 첫 화면을 띄웠을 때 기능이 총 몇 개인지, 즉 클릭가능한 버튼이 몇 개인지 셌다. 기능이 가장 적은 것은 왓챠(9개)이고 가장 많은 것은 티빙(17개)이었다. 사이에는 웨이브(11개)와 시즌(16개)이 있다. 하지만 가장 편하다고 느낀 넷플릭스도 의외로 버튼 수가 16개나 됐다.
기능 수는 비슷한데 편의성은 왜 달랐을까. 넷플릭스의 첫 화면 메시지가 단순하다면 티빙은 첫 화면에서 하고싶은 말이 너무 많았다. 넷플릭스는 메인에 뜨는 콘텐츠 하나에 집중하고 있고 관련 기능도 여기서 파생(찜하기, 재생, 콘텐츠 정보)된다. 반면, 티빙은 각 기능들이 제각기 주장하는 것들이 다르다(일정 주기로 자동전환되는 배너, 콘텐츠 카테고리 나열 등).
수치화해 비교하진 못했지만 이밖에도 토종 OTT서비스들은 재생 오류가 잦거나 다음 회차로 넘어갈 때 매끄럽지 못하다는 느낌을 받곤 했다. UI·UX가 좀 더 친절해진다면 해지방어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일각에서는 통합OTT 플랫폼의 필요성을 이야기한다. 물론 이용자 입장에선 구독료가 부담스럽고 여러 OTT 앱을 오가는 것도 번거롭다. 하지만 플랫폼이 여러 곳이기 때문에 차별화된 콘텐츠를 선보이려 경쟁하고, 사용성 개선에도 힘쓰는 것 아닌가 싶다. 괜히 합쳤다가 각 사의 단점을 총집합시킨 골칫덩이가 나온다면 그것이 더 걱정이다.
nanan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