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등록 : 2020-11-11 18:35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고(故) 곽예남 할머니 등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20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이 소 제기 4년여 만에 일본의 참여 없이 마무리됐다. 이날 법정에 출석한 이용수(92) 할머니는 "법원을 믿었는데 지금까지 한 게 뭐 있느냐"며 재판부를 향해 빠른 해결을 촉구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5부(민성철 부장판사)는 11일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국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 6차 변론기일을 열고 이 할머니를 당사자 신문했다.
이 할머니는 "지금까지 수차례 나라 대 나라로 해결해주리라고 믿었지만, 일본은 나 죽기만을 기다리고 한국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해서 억울함을 우리나라 법원에 호소하러 나왔다"고 했다.이 할머니는 진술 도중 흐느끼거나 울먹거리면서도 피해 사실을 또박또박 증언 했다. 그는 "제가 1992년부터 미국으로 일본으로 많이 다니면서 '세계 법원에 일본을 고발한다'고 했다. 그런데 일본이 왜 그랬는지 아직까지도 참 궁금하다. 왜 우리를 끌고 갔을까 궁금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4년 전에 법원의 판단을 구했는데 지금까지 뭘했느냐"고 재판부를 향해 질책하기도 했다. 그는 "14살에 조선의 여자 아이로 가서 대한민국의 노인이 돼서 이렇게 왔다"며 "저는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시간이 왜 이렇게 길어지느냐. 나이 90이 넘어서 이렇게 판사님 앞에서 호소를 해야 하느냐"하고 흐느끼기도 했다.
당초 이 사건은 지난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1주년을 맞아 2016년 12월 28일 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자국의 주권 또는 안보를 침해할 것으로 판단하는 경우에 한해 송달을 거부할 수 있다고 규정한 헤이그협약을 근거로 법원행정처가 보낸 소장 등 소송 서류 접수를 여러 차례 거부했다.
이에 법원은 지난해 3월 8일 공시송달 절차를 통해 심리를 개시했다. 공시송달이란 소송 상대방의 주소를 알 수 없거나 서류를 받지 않고 재판에 불응하는 경우 법원 게시판이나 관보 등에 게재한 뒤 내용이 전달된 것으로 간주하는 재판 진행 제도다.
하지만 결국 소송은 일본 정부의 참여 없이 4년 만에 마무리됐다. 피해자 할머니들의 변호인단은 "일본 외무성이 한국 법원도 아니고 정부에 '국가면제' 법리를 가지고 이 사건 소송이 부당하다는 취지의 의견을 전달했다고 들었다"며 일본을 비판했다.
재판부는 내년 1월 13일 오후 2시에 1심 선고를 내린다.
adelant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