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등록 : 2020-06-09 09:38
[서울=뉴스핌] 이보람 기자 = 삼성과 검찰의 8시간 30분에 걸친 '격돌' 끝에 이재용(51)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이 불발 됐다. 검찰이 주장한 사실관계는 어느 정도 확인 됐으나 불구속 수사·재판 원칙을 엄격하게 적용했다는 해석이다.
서울중앙지법 원정숙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9일 새벽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및 주식회사의 외부 감사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청구된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원정숙 판사는 "기본적 사실관계는 소명됐고 검찰은 그간 수사를 통해 이미 상당 정도 증거를 확보했다고 보인다"며 "그러나 불구속 재판 원칙에 반해 피의자들을 구속할 필요성 및 상당성에 관해서는 소명이 부족하다"며 이같이 결정했다.법원의 피의자 구속 판단 주요 근거는 형사소송법 제70조에 따라 범죄 혐의의 소명 정도와 범죄의 중대성,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다.
결국 법원의 이번 결정은 검찰이 주장하고 있는 이 부회장 등의 행위는 어느 정도 사실관계가 확인됐으나 이들을 구속할 정도로 혐의가 중대하다거나 증거인멸이나 도주 우려가 있지는 않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현행 형사소송법 제198조는 피의자에 대한 수사는 불구속 상태에서 함을 원칙으로 규정하고 있다.
법원의 이같은 판단은 삼성과 검찰의 치열한 법리공방 끝에 내려졌다. 이 부회장의 구속심사는 전날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7시 무렵까지 약 8시간 30분 동안 진행됐다.
검찰은 전날 구속심사에서 파워포인트(PPT)를 활용해 이 부회장 구속 필요성을 피력 했다. 지난 2018년 12월 금융당국의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고발로 시작돼 최근까지 이어온 수사 결과를 토대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검찰이 지적한 불법 행위가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작업이라는 주장이었다.
이 과정에서 이 부회장이 실제 관련 내용을 보고받았다는 삼성 내부 문건도 제시된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은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도 이같은 내용이 담긴 20만 쪽 분량의 방대한 수사기록과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각종 삼성 경영권 승계 관련 문건을 제출했다.
삼성 측은 검찰의 이같은 주장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은 합법적으로 이뤄졌다며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 2017년 옛 삼성물산 주주들이 제기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무효 소송 1심 판결문을 제시했다. 당시 재판부는 두 회사 합병이 합법적으로 이뤄졌다며 소송을 기각했다.
한편 검찰은 이 부회장이 지난 2015년 옛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당시 이 부회장이 지분을 보유한 제일모직 가치는 부풀리는 반면 삼성물산 주식 가치는 떨어뜨리는 방식으로 회사 차원에서 개입하도록 지시했다고 보고 지난 2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이같은 행위 배경에 이 부회장의 삼성 경영권 승계 작업이 있었다고 의심하고 있다.
brlee1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