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등록 : 2019-09-02 15:15
[서울=뉴스핌] 한기진 기자 = 한 뿌리였던 금융위원회와 기획재정부가 이제 자기 살 길을 모색중이다. 금융위 조직의 중추인 ‘과장급’ 요직이 기재부가 아닌 금융위 출신으로 바뀌고 있다. 일본의 수출규제 등 대외악재에 맞서 기재부와 원활한 소통이 절실한 은성수 금융위원장 후보자로선 조직관리에 부담을 안게 됐다.
금융위에선 지난 7월 손주형 산업금융과장을 금융정책과장으로 선임한 인사가 주목받고 있다. 금융위 순수 혈통으로는 처음으로 손주형 과장이 엘리트 관료로 가는 요직인 금융정책과장을 맡으면서다.
금융감독위원회는 재경원에서 분리된 조직이어서 재경원 출신들이 자리를 잡았다. 특히 금융정책국 과장은 직업공무원들이 일반적으로 목표하는 차관 승진 필수 과정이어서, 재경원 출신들이 독점해 왔다.
현직에 있는 역대 금융정책과장(최근 순)으로는 행시 40회인 신진창 금융위 금융그룹감독혁신단장, 이형주(39회) 금융위 부이사관, 권대영(38회) 금융혁신기획단장, 이세훈(36회) 금융정책국장, 김태현(35회) 사무처장, 도규상(34회) 청와대 경제정책비서관, 이병래(32회) 한국예탁결제원 사장, 김용범(30회) 기재부 차관 등이 있다. 또한 장차관 자리까지 올랐던 권혁세, 신제윤, 추경호, 정은보 등도 있다.
금융위 인사는 각 과장 직위의 중요도, 기수·경력·전문성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되기 때문에 기재부가 다시 부각하기는 어려운 구도다.
다만 이 같은 조직구도 변화는 은성수 금융위원장 후보자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와 일본의 수출규제에 따른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전 금융위 부위원장인 김용범 기재부 차관 등 기재부 동료들과 호흡을 잘 맞춰야 한다.
그런데 실무진에서 화학적 협력을 기대하기 어렵다. 금융위 한 국장은 “과거엔 기재부 친분을 통해 자료공유나 업무협조가 수월했다”면서 “최근에는 과장급에서 서로 친분이 없고 기재부와 금융위가 확실히 분리되면서 업무교류가 잘 안될 수 있다”고 귀띔했다.
또한 이 같은 기조 변화는 향후 금융공기업 및 금융그룹 CEO(최고경영자) 인사 향방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지금까지 기재부와 금융위가 CEO '자리 나누기'를 했다면, 앞으로는 '자리 다툼' 국면으로의 변화가 예상된다.
hkj7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