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사등록 : 2019-04-08 07:00
이번 주에는 프로야구 타자들을 살펴 봅니다. KBO리그에 불고있는 '강한 2번타자' 트렌드와 지명타자, 그리고 한방이 위력적인 '슬러거의 계보'를 알아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서울=뉴스핌] 김용석 기자 김태훈 수습기자 = KBO리그에 야구 통계전문가 톰 탱고의 이론인 '강한 2번 타자' 열풍이 몰아치고 있다.
2019 KBO리그가 개막한 이후 각 구단에 '강한 2번 타자'를 찾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야구 통계전문가인 톰 탱고는 강한 2번 타자는 출루율과 장타율이 높아야 한다고 정의했다. 즉, 2번 타자가 강해야 강팀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톰 탱고'는 야구와 아이스하키 통계 분석가가 온라인으로 사용한 별칭이다. 그는 야구의 스탯을 기록하는 FIP(Fielding Independent Pitching)라는 스탯을 직접 고안했으며, 득점 확률, 기대 득점 같은 획기적인 발상을 소개한 책 'The Book'의 공저자이기도 하다. 현재는 메이저리그의 자회사, 스탯캐스터를 가공하고 대중에게 공개하는 어스밴스드 미디어(MLB Advanced Media, MLBAM)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올 시즌 KBO리그 시범경기에서도 키움 히어로즈의 장정석 감독은 박병호를 2번 타자로 기용하며 큰 변화를 예고했다. 지난해 홈런 2위(43개)에 올랐던 박병호는 장타력 뿐만 아니라 타율도 0.345로 아주 높았다. 즉, 장타율+출루율이 높은 강한 2번 타자로서 가장 적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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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박병호. [사진= 키움 히어로즈] |
그러나 많은 타석에 들어서는 부담이 있는 만큼 정규리그가 시작되자 박병호를 3번에 배치하고, 김하성과 서건창 등 젊지만 클린업 트리오를 맡을 수 있는 타자들을 2번에 기용하고 있다.
SK 와이번스 트레이 힐만 전 감독은 이미 지난해 외야수 한동민을 2번으로 기용, 큰 성공을 거뒀다. 한동민은 지난 시즌 타율 0.284 41홈런 115타점 등을 기록, 장타력과 출루율을 두루 겸비한 타자로 성장했다.
힐만 감독의 바톤을 이어받은 염경엽 감독은 올 시즌에도 한동민을 2번으로 기용, 강한 2번 타자 열풍의 선두주자로 나서고 있다.
올 시즌 강한 2번 타자 열풍에서 가장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구단은 삼성 라이온즈다. 지난해 팀의 중심타자로 성장한 구자욱과 김상수, 박한이 등 주력 타자들을 2번으로 기용하며 타순의 변화를 이끌어냈다.
롯데 자이언츠는 지난 10년 연속 3할이 넘는 타율을 기록한 손아섭을 2번으로 활용하고 있다. 컨택능력과 주력을 골고루 보유한 손아섭에게 한 타석이라도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두산 베어스는 외국인 타자 호세 페르난데스, KT 위즈는 지난해 4번 타자로 활약한 유한준을 2번에 배치하는 등 라인업의 변화를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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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페르난데스. [사진= 두산 베어스] |
물론 모든 구단이 성공한 것은 아니다. KIA 타이거즈 김기태 감독은 올 시즌 개막과 함께 거포형 타자인 나지완을 2번 타자로 활용했으나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타율은 1할대에 머물고 있으며, 장기인 홈런 생산력까지 떨어졌다.
톰 탱고의 ‘강한 2번 타자’ 이론은 각 팀 감독들도 동의하고 있는 부분이다. 지금까지 KBO리그는 도루와 짜임새 있는 경기력을 펼치는 ‘스몰볼’ 야구를 펼쳤다.
그러나 현 KBO리그는 선수들의 기량이 성장하고 홈런 생산량도 올랐다. 또한 144경기라는 많은 경기를 치러야 하는 만큼 선수들이 뛰는 체력도 부담이 된다.
통 탱고는 이전의 2번 타자는 작전수행능력(번트, 도루)가 중요시 됐지만, 지금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MLB 뿐만 아니라 KBO리그의 수준도 높아졌다. 즉, 득점을 위해 아웃카운트 한 개를 버리고 득점권에 진루시키는 것 보다 공격력이 강한 타자를 2번에 배치, 흐름을 이어간다야 하는 것이다.
다만, 적합한 선수를 기용하는 것이 관건이다. 무작정 장타력만 높거나, 출루율만 높아서는 안된다. 작전수행을 버리고 흐름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컨택, 주루, 장타력 등 여러 방면에서 강점을 갖고 있어야 한다.
장타력과 출루율을 두루 겸비한 선수들을 발굴, 기용하는 구단이 올 시즌의 가을야구를 지배할 전망이다.
taehun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