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등록 : 2018-10-29 17:12
[서울=뉴스핌] 하수영 수습기자 = 정경두 국방부장관이 서해 북방한계선(NLL)과 관련해 29일 "북한 군 당국 실무자들은 동의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이날 서울 영등포구 국회 국방위원회 주최로 열린 국방부 종합감사에서 “북한이 NLL을 인정하고 있느냐”는 정종섭 자유한국당 의원의 질의에 답하는 과정에서 이 같이 말했다.
이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은 12일 박한기 합동참모본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는 자리에서 “북한이 NLL을 인정했다”고 발언했다.
하지만 같은 날 열린 국정감사에서 합참은 비공개 업무보고를 통해 “북한은 7월부터 NLL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언급, 문 대통령과 군 당국이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정 장관은 “북한이 NLL을 인정하고 있느냐”는 정종섭 의원의 질문에 “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그런 부분(NLL)에 대해 (인정하기로 했다)”고 답했다.
하지만 정 의원이 “북한군이 (NLL을) 인정하고 있느냐”고 묻자 “(김 위원장 밑에) 실무자들이 거기까지는 동의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정 의원에 따르면 북한은 올해 1월 1일 이후 500여 차례 “남측이 서해 경비계선을 넘어왔다”며 항의했다. 서해 경비계선은 북한이 NLL을 인정하는 대신 자체적으로 설정한 용어다.
정 의원은 이 같은 사실을 언급하며 정 장관에게 “군사합의서 관련해서 북한 쪽에서 작성한 게 우리가 작성한 것과 같느냐”고 질의했다.
이에 정 장관이 “같은 것으로 안다”고 하자, 정 의원은 “(북측과 우리가 작성한 군사합의서 두 가지를) 대비해 봤느냐”고 다시 물었다.
정 장관은 “우리 내용을 확인해보면…(같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 의원이 “북한이 작성한 것은 확인 안한 것이냐”, “(남북의) 발표내용이 완전히 같다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정 장관은 “상호간 합의돼서 진행된 내용이니…(같다고 생각한다)”, “같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정 의원은 정 장관이 북한이 작성한 군사합의서 내용을 확인하지 않은 것을 질타하면서 또 다른 자료를 제시했다. 겨레말큰사전 남북공동편찬사업회가 펴낸 북한 어문 규정 자료였다.
정 의원은 “NLL 관련 (군사합의서 문서에서) 북한은 ‘쌍꺽쇠(《,》)’ 표시를 해 놨다”며 “이는 자기들은 (NLL을) 인정하지 않는데 상대방(남측)이 그렇게 이야기하니까 우리는 (쌍꺽쇠를) 쓴다고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이어 “북쪽에서 작성‧발표한, (북한 노동당) 관영신문인 노동신문에서 발표한 군사합의서와 우리 군사합의서하고 다른 것”이라며 “NLL 문제에서 상당히 의심스러운 게 많고 이렇다면 국방장관이 국무회의에서 (대통령께) 말씀을 드려야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에 정 장관은 “(NLL을 북한이 인정했다는) 대통령 말씀은 두 정상 간 개인적 만남의 시간이 많이 있었고, 그 가운데서 (김 위원장이 NLL을 인정했다고) 그렇게 확인하신 것”이라고 하며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한편 이날 국감에서 밝혀진 바에 따르면 청와대는 남북군사합의서 비준에 앞서 국방부에 공식적으로 의견을 구하지 않았다.
황영철 자유한국당 의원은 정 장관에게 “국방부는 군사합의서 비준 관련 관계부처인데, 비준하기 전에 청와대가 (국방부와) 관계부처 협의를 거쳤느냐”고 질의했다.
이에 정 장관은 “법제처에서 확인했다”고만 답했다. 황 의원이 다시 “청와대가 직접 물은 적은 없고 법제처를 통해서 (의견을) 물었다는 것이냐”, “청와대에서 공식적으로 비준 관련 문서를 청와대 명의로 국방부에 발신한 게 있었느냐”고 하자, 정 장관은 “청와대 명의로 (국방부에 비준 관련 문서를) 발송한 것은 없다”고 밝혔다.
다만 정 장관은 “NSC(국가안전보장회의) 실무회의나 상임위원회에서 (협의를) 거쳤고 거기서 (군사합의서에 대한) 의견 조율 과정을 다 거쳤다”, “NSC 실무회의나 상임위도 공식 절차”라고 하며 정 의원 질문에 반박했다.
suyoung07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