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등록 : 2018-10-19 14:51
[서울=뉴스핌] 황수정 기자 = 이주 여성의 꿈과 희망, 좌절 등 사회의 부조리를 통렬하게 담은 연극 '텍사스 고모'가 관객과 만날 준비를 마쳤다.
연극 '텍사스 고모'는 오는 26일 개막을 앞두고 19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 극장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오현실 국립극단 사무국장은 "동시대적으로 시의성이 있는 작품이다. 함께 고민해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텍사스 고모'는 2017년 제4회 ASAC창작희곡공모의 대상 수상작으로, 주한미군과의 결혼을 통해 텍사스로 떠났던 '텍사스 고모'와 환갑이 넘은 남자와 결혼해 한국에 오게 된 '키르기스스탄 여인' 등 이주 여성들의 현실을 세밀하게 그려낸다.
이번 공연은 국립극단이 처음으로 지역 문화 기관과 공동 제작한 작품으로, 안산문화재단은 안산을 배경 혹은 소재로 하는 희곡을 격년으로 공모해 당선작을 직접 무대화하는 'ASAC창작희곡공모'나 '안산국제거리극축제' 등을 진행하며 지역민들의 피부에 와닿는 무대를 선보여왔다. 무엇보다 안산의 원곡동은 2009년 전국 최초로 다문화 특별구역에 지정되기도 했다.
이어 "'텍사스 고모'라고 대변되고 있지만 남자, 여자 구분 없이 인간에게 모두 다 적용되는 이야기다. 다만 남성보다 여성이 타인으로서 소외되는 느낌이 더 강하다. 정서적인 측면에서 여성의 이야기를 담았다"며 "한국 땅에 이민을 와서 행복한 사람도 있는데 굳이 사회 갈등을 담고 이분법적인 사고를 하는게 아닌가 하는 내적 갈등도 있었다. 하지만 소외된 타자의 마음을 드여다보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연출을 맡은 최용훈은 "우리도 한때 '아메리칸 드림'을 꿈꿨고, 아픔과 고통을 겪었다. 이제는 우리 나라에 '코리안 드림'을 갖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다. 단지 우리보다 경제사정이 조금 안 좋다는 이유 때문에 우리가 당했던 것과 똑같은 짓을 하고 있다. 그것을 절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갑질을 당했으면서도 갑질을 하고 있는, 반성하지 않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돌아봐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인간으로서 해야할 행동이 무엇일지 생각해봤으면 한다"고 피력했다.
지긋지긋한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으로 주한 미군과 결혼해 텍사스로 떠난 '텍사스 고모' 역은 연극 '3월의 눈', '오장군의 발톱' 등에 출연한 배우 박혜진이 맡는다. 훌륭한 사람이 되겠다는 의지로 환갑이 넘은 한국 남자와 결혼한 19살의 '키르기스스탄 여인' 역은 '생각은 자유', '병동소녀는 집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등에 출연한 독일 출신의 배우 윤안나가 맡는다.
배우 박혜진은 "작품의 제목부터 '텍사스 고모'라 상당히 부담이 크다. 우리 시대의 이야기, 옛날 생각이 많이 났다. 1970년대 학교를 다니면서 우리 집이 부자는 아니었지만 식모살이를 온 언니, 내 또래 친구들, 기술을 배우기 위해 온 사람들이 많았다. 그들이 떠오르면서 젊은 작가인데 이런 내용을 어떻게 아나 싶더라. 과거와 현재를 관통하는 인권의 문제를 담는다. 정곡을 찌르는 윤 작가만의 언어와 내용이 있다. 그 맛있는 대사와 연기를 직접 해보고 싶어서 참여하게 됐다"고 출연 이유를 밝혔다.
독일 출신의 배우 윤안나는 "작품에서 이주 여성의 대표로 나오는데, 실제로도 외국에서 왔기 때문에 이 역할을 맡게 돼서 감사하다. 작품을 읽으면서 많이 공감 됐다. 다른 환경, 다른 문화에서 오다보니 완전하게 비교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공감이 많이 됐다. 재밌는 표현이 많아서 즐겁게 하고 있다. 현재 살고 있는 사회에서 아주 중요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고 자신했다.
그는 "독일에 있을 때 신문방송학과, 한국어학과를 전공했지만 한국영화에 관심이 있어 한국에 오게 됐다. 2013년 국립극단에서 '알리바이 연대기'를 보게 됐는데, 그때 연극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열심히 공부해서 연기 전공 석사 과정 공부를 했다. 5년 뒤에 국립극단에서 공연가지 하게 돼 큰 영광이다"라고 소회를 전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배우 박혜진은 "결혼 이주 문제는 더이상 남의 문제가 아니다. 계속 될 것이고, 받아들여야 하는 제도라면 어떻게 인권이나 사회를 더 건강하게 이끌 수 있을지 생각해야 한다. 이미 이웃이고 함께 살아야 하는 공동체다. 공연을 보고 역지사지의 마음을 한 번쯤은 생각해봤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국립극단과 안산문화재단이 공동제작하는 연극 '텍사스 고모'는 오는 26일부터 27일까지는 안산문화예술의전당 별무리극장에서 공연한다. 이후 11월2일부터 25일까지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공연한다.
hsj121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