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등록 : 2018-06-04 15:46
[서울=뉴스핌] 김선엽 기자 =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 6층,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구부정한 어깨를 하고 회의실로 들어섰다.
평소 카랑카랑한 목소리에 자신만의 감각적인 어휘를 섞어가며 현안을 논하곤 하지만 이날만은 낮은 목소리로 미리 준비해 온 원고를 읽어 내려가는 것이 전부였다.
이후 참석자들의 발언에 대해 이것저것 묻기도 하고 당 지도부에게 몇 가지 지시를 내리기도 했지만 여느 때와 같은 정곡을 찌르는 '막말'도, 특유의 걸쭉한 농담도 들을 수 없었다.지난 3일 홍 대표가 오는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국을 돌며 행했던 지원유세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자신이 전면에 나섬에 따라 '문재인 vs 홍준표' 대결 구도로 이번 선거가 가는 것을 한국당 후보들이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선거만 이길 수 있다면 내가 무엇인들 못 하겠느냐"고 언급했다.
2선 후퇴 요구에 홍 대표는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며 일축했지만 문제는 공식선거 운동의 막이 오른 후 더욱 심화됐다.
홍 대표가 지난달 31일부터 충남(이인제), 부산(서병수), 울산(김기현), 인천(유정복)을 차례로 돌며 지지유세에 나섰는데 정작 광역단체장 후보들이 이 자리에 불참했다.
결국 홍 대표는 3일 예정됐던 유세지원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주요 당직자들과 전략회의를 진행했다. 그리고 그날 밤 전격적으로 유세 지원 중단을 발표했다.
야당 대표로서 지방선거 유세에 나서지 못 하는 것은 자존심이 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가 이날 회의 내내 위축된 모습을 보인 것도 그 때문일 수 있다.
그럼에도 홍 대표가 이런 결정을 한 것은 그 만큼 한국당이 이번 선거를 위중하게 보기 때문이다. 홍 대표는 광역단체장 최소 6석, 최대 9석 승리를 외쳤지만 TK를 제외하면 승리를 장담하기 대부분 힘들어졌다. 한국당 본진이라 할 수 있는 '부울경' 조차 위태위태하다.
홍 대표 입장에선 유세 중단이 '2보 전진을 위한 전략적 1보 후퇴'일 수 있다. 하지만 홍 대표의 유세 중단만으로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고 보는 이는 거의 없다.
한국당 입장에서 침체된 분위기를 한 방에 전환시키는 방법은 홍 대표가 모든 것을 내려놓는 것 뿐이 없다고 정치권은 입을 모은다.
정치권 관계자는 "홍 대표가 차기 당권까지 포기하겠다고 하면서 승부수를 띄운다면 경상도 지역 특성상 그 곳 민심이 확 돌아설 수도 있을 것"이라며 "한국당이 부울경에서 반전의 기회를 찾을 방법은 그것 밖에 안 보이는데 홍 대표가 그런 결정을 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sunu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