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오영상 전문기자 = 최근 일본에서 일본 사회의 여성 차별에 대한 민낯을 드러낸 두 가지 사건이 있었다. 하나는 일본의 국기(國技)라고 자랑해 마지않는 ‘스모’에서였고, 다른 하나는 일본 최고의 엘리트 조직이라고 불리는 재무성에서였다.
재무성의 후쿠다 준이치(福田淳一) 사무차관은 재무성 출입 TV아사히 여기자에게 “가슴 만져도 돼?” “손 묶이면 좋아?” 등의 성희롱 발언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TV아사히는 여기자가 후쿠다 사무차관에게 성희롱을 당했음을 밝히고 재무성에 항의했다.
23일 마이니치신문은 재무성이 지난 16일 발표했던 ‘후쿠다 사무차관의 청취조사 결과’에 그의 여성관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고 지적했다.조사관이 “평소에도 이러한 발언을 하는가”라고 물었더니 후쿠다 차관은 “업무 시간 종료 후 여성이 접대하는 가게에 가서 가게 여성과 말장난을 즐긴 적은 있지만, 여기자에게 상대가 불쾌하게 느낄만한 성희롱에 해당하는 발언을 한 인식은 없다”고 답했다.
야마다 미치코(山田道子) 마이니치신문 지면 심사위원은 “성희롱 발언을 ‘말장난’이라고 칭하는 감각은 일본의 남성 사회에서 길러진 것”이라며, “접대하는 여성에게는 성희롱을 해도 괜찮다는 답변을 그대로 발표하는 재무성의 감각도 이상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여자 아이들의 참가 불가 이유를 ‘안전상의 이유’라고 하면서 더욱 빈축을 샀다. 야마다 위원은 “남자 아이도 다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어려운 해명”이라며 “그들은 스모판의 여성 차별이라는 전통을 지키고 싶은 것”이라고 꼬집었다.
◆ 일왕의 ‘승계 의식’에도 여성 차별
마이니치는 일왕의 승계 의식에도 여성 차별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는 왕위 승계의 증표로 이어지는 검을 내려 받는 의식에 여성 왕족은 참석하지 않을 것을 결정했다. 이 의식에 참석하는 왕족을 남성만으로 한 것은 메이지(明治) 시대에 정한 왕실령이었다.
신문은 “정부는 여성 왕족의 참석을 인정하면 여성·여계 일왕을 용인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것을 우려해 전례를 답습했다”며 “전통이라고도 할 수 없는 전통을 내세워 여성 차별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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