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등록 : 2017-12-13 02:30
[뉴스핌=김범준 기자] 홈쇼핑업체를 압박해 총 4억8000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에 대한 구속영장이 13일 새벽 또 기각되자, 검찰의 혐의 입증이 부족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날 서울중앙지방법원 권순호 영장전담판사는 "피의자의 뇌물 관련 범행이 의심되기는 하나 이미 드러난 보좌관의 행위에 대한 피의자의 인식 정도나 범행관여 범위 등 피의자의 죄책에 관해 상당 부분 다툴 여지도 있어 보인다"며 "객관적 자료가 수집돼 있고 핵심 관련자들이 구속돼 있어 증거인멸 가능성이 크지 않다"며 영장 기각 이유를 밝혔다.
검찰은 앞서 영장 재청구 때만 해도 보강 수사를 통해 새로운 혐의 발견 뿐만 아니라, 관련자들로부터 유리한 증언을 확보했다고 하는 등 구속에 대한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검찰에 따르면 수년전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이었던 전 전 수석이 사실상 지배했다고 알려진 한국e스포츠협회가 2013년 GS홈쇼핑으로부터 부당하게 1억5000만원을 받은 혐의가 새롭게 추가됐다.
또 전 전 수석이 청와대에 재직 중이던 지난 7월 기획재정부 예산 담당자에게 e스포츠협회가 주관하는 PC방 지원 사업에 20억원의 신규 예산 배정을 강하게 요구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도 새롭게 포착되기도 했다.
결국 검찰은 새 혐의를 발견했음에도 불구하고, 전 전 수석의 개입 의혹을 명확하게 밝혀내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강신업 변호사(전 대한변호사협회 공보이사)는 "구속영장 발부 판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범죄 소명여부"라며 "소명이 덜 되면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을 위해 영장이 기각되는데, 전 전 수석의 경우 역시 지시와 개입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증거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비슷한 꼴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전 전 수석의 경우와 비슷하게 우 전 수석도 검찰이 수 많은 혐의를 적용해가며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직접 개입 여부를 입증하지 못하고 (영장이) 이미 두 차례나 기각됐다"면서 "검찰이 유독 권력의 실세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며 '부실수사' 논란만 불러 일으키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두번의 구속영장 기각을 두고, 검찰의 수사 부진 지적이 잇달을 것으로 보인다.
[뉴스핌 Newspim] 김범준 기자 (nunc@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