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등록 : 2017-02-17 15:00
[뉴스핌=김성수 기자] "석유수출국기구(OPEC) 저유가 전쟁은 막을 내렸다."
최근 OPEC이 주도한 석유 감산 합의가 연장될 것이라는 전망에 국제유가가 50달러 박스권을 넘어 상승할 조짐을 보이자, 미국 투자은행이 내린 결론이다.
작년 초 배럴당 30달러에도 못 미치던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이제 50달러 중반을 넘보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요 산유국이 감산을 거부하면서 40달러에 간신히 턱걸이하던 시절이 언제였냐는 듯 시장은 평온하다.뱅크오브아메리카(BofA)-메릴린치(BAML)은 보고서에서 '저유가 전쟁이 막을 내렸다'고 진단했다고 지난 16일 자 배런스온라인이 보도했다.
◆ "OPEC, 생산 안 늘리는 게 더 이익"
전문가들은 유가 하락으로 원유 수요가 증가하는 효과가 크지 않다면서, OPEC이 시작했던 저유가 전쟁이 막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BofA-메릴린치에 따르면 유가가 배럴당 65달러에서 50달러로 하락할 때 원유 수요는 15년 동안 일일 170만배럴 증가한다. 원유 수요는 중기적으로 가격에 대해 비탄력적이기 때문에 유가가 떨어진다고 해서 큰 폭 증가하지도, 유가가 오른다고 해서 큰 폭 감소하지도 않는다.
OPEC의 종주국 사우디는 유가가 60달러를 밑돌자 재정 악화와 통화 약세 문제를 겪고 있으며, 이를 방어하기 위해 외환보유액을 소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OPEC이 시장점유율과 원유 생산을 더 늘리기 위해 공격적인 투자를 실시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이다.
BofA-메릴린치는 "OPEC 회원국들은 생산량을 늘릴 여력이 있지만, 추가 투자를 실시하지 않을 경우에 이익이 더 많이 날 가능성이 높다"며 "향후 5년간은 OPEC의 산유량 증가세가 제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트럼프 국경세로 유가 더 오를 수도"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원유 시장에 강력한 변수라는 지적도 있었다.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럼프 대통령이 수입산 제품에 국경세를 매길 경우, 미국이 수입하는 원유에도 세금이 붙어 유가가 오를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은 자국에서 필요한 원유의 약 절반을 수입하고 있다.
트럼프의 국경세 부과로 유가가 더 오른다면 미국 원유업체들도 생산을 늘리게 될 것이고, 미국은 원유를 수입할 필요 없이 자급자족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 결과 세계 원유 공급업체들은 시장 규모가 줄어듦에 따라 다시 가격 경쟁에 내몰리게 될 수 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침체됐던 원유·가스 사업들을 부활시키기 위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는 키스톤 XL 송유관 재개와 다코타 엑세스 송유관 승인을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또 인프라스트럭처 건설을 신속하게 추진하기 위해 환경 검토와 승인 과정을 간소화한다는 명령에도 서명했다. 원유 시추 기업들에 더 많은 국유지를 제공함으로써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공약을 지키기 위해서다.
OPEC 등 산유국의 감산으로 원유시장 공급과잉이 해소될 거란 기대가 높았으나, 미국의 원유 생산이 증가한다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영국 금융전문지 머니위크는 "트럼프의 국경세 정책이 어떻게 가시화될지, 그리고 셰일업체들이 어떻게 반응할지는 알 수 없지만 원유 시추(rig)는 이미 증가하고 있다"며 "미국이 어떤 방향을 가느냐에 따라 잠잠했던 석유 전쟁이 다시 불붙을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성수 기자 (sungs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