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사등록 : 2017-01-05 17:10
[뉴스핌=이영태 기자] 남·북이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고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이후인 지난해 12월15일 스웨덴에서 1.5트랙(반관반민) 성격의 접촉을 가진 사실이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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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안보개발정책연구소(ISDP) 홈페이지 |
스웨덴 안보개발정책연구소(ISDP, The Institute for Security and Development Policy)는 지난달 15일부터 이틀간 스톡홀름에서 한국, 북한, 중국, 일본의 싱크탱크와 정부기관 대표단이 참석한 가운데 한반도 위기관리를 주제로 한 토론회를 열었다고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이 5일 보도했다. 참석자 이름은 공개하지 않았다.
ISDP는 스톡홀름에 기반을 둔 비영리 독립 정책연구기관으로 국제문제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위해 기여하고 있으며 유럽연합(EU)의 한반도 평화에 대한 역할에 관한 연구 등도 진행하고 있다.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누가 참석했는지와 논의된 내용을 묻는 질문에 "ISDP에서 주관한 것이기 때문에 주최 측에서 발표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제가 이 자리에서 공개적으로 말씀드릴 사항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하여튼 정부 측 인사는 참여하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조 대변인은 그러나 남북 간 '반관반민' 접촉에 사실상 정부부처 산하연구소처럼 공적인 성격을 갖고 있는 기관의 인사들이 참여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질문에는 분명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
아울러 "그 세미나는 민간 차원에서 개최된 것"이라며 "민간 차원에서 하는 이러한 학술 또는 여러 가지 세미나나 토론 행사에 대해서 정부 입장을 특별히 언급할 사항은 아니다"고 말했다.
다만 "세미나 개최 사실에 대해서 외교부는 이미 파악을 하고 있었다"며 "아까 말씀하신 스웨덴 안보개발정책연구소(ISDP) 주관 회의는 과거에도 있었던 것이고, 이번에도 그러한 연장선상에서 개최된 것이기 때문에 외교부에서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스웨덴 안보개발정책연구소는 2015년 2월에도 당시 신봉길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장 등 한국 측 인사와 북한 외무성 산하 군축·평화연구소 인사가 참석한 가운데 한반도 관련 토론회를 개최한 바 있다.
ISDP는 이번 토론회에서 "한반도 위기관리를 위한 협상과 대화 환경 조성을 위해 한국의 대통령 선거와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임기 시작 등을 맞는 향후 수 개월간 남북한 상호자제가 특히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남북한 모두 상대방에 도발로 인식될 수 있는 행동을 하지 않겠다는 신호를 보내야 한다"면서 "북한은 한국의 정치 상황을 단기적 정치 목적에 이용하지 않겠다는 신호를 보내고, 한국은 한미합동군사훈련을 이용해 정치적 이득을 얻으려 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호 비방과 적대적인 수사를 삼가야 한다는 충고도 덧붙였다.
ISDP는 남북 간 군사·정부 대화 채널을 조속히 재개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중립국인 스웨덴과 스위스가 중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토론회에 옵서버 자격으로 참석한 스웨덴 군 관계자는 "군사 위기관리를 위해서는 소통 유지, 투명성 조성, 군대의 엄격한 통제가 필요하다"며 남북한 간의 핫라인 재가동이나 대화 재개를 언급하기도 했다.
ISDP 토론회에선 북한이 핵과 미사일 시험을 잠정유예하고, 이에 대해 국제사회가 제재 이행을 잠정중단하는 방안도 논의됐다. 보고서는 위성발사가 잠정유예 대상에 포함되는지, 어떤 제재의 이행이 중단돼야 할지에 대해서는 추가 논의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북한 조선중앙통신도 지난달 18일 ISDP 토론회에 외무성 군축·평화연구소 일꾼들을 비롯한 여러 나라와 지역의 안보전문가들이 참가했다고 보도했으나, 남측 인사의 참석 사실은 언급하지 않았다.
[뉴스핌 Newspim] 이영태 기자 (medialyt@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