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등록 : 2013-07-15 11:58
[뉴스핌=이영기 기자] 경남·광주은행 등 우리금융지주 산하 지방은행 매각이 시작됐다. 하지만 순조로운 매각에 대한 전망은 여전히 안개 속에 있다.
새주인은 지역경제에 뿌리를 둬야 한다는 지역정서와 정부의 매각원칙이 충돌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금융지주의 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는 15일 경남은행과 광주은행에 대한 매각공고를 내고 홈페이지에 관련 주식매각안내서를 게재했다.
오는 9월 23일 오후 5시까지 예비입찰을 마감하면 인수후보(Short-list)가 선정된다. 이후 최종입찰안내가 제공되지만 정부는 올해안에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다는 입장이다.
매각원칙은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금융산업 발전, 조기 민영화 등이지만, 금융산업발전이나 조기민영화라는 원칙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서 기준으로 작용할 여지는 별로 없다.
최종적인 기준은 역시 공적자금 회수극대화를 위한 가격이 되고, 현재 M&A업계에서는 경남은행과 광주은행의 인수가격으로 각각 1조2000억원 및 1조원 내외로 추정하고 있다.
이렇게 매각이 시작됐지만 향후 전개가 순조로와 지역정서를 잘 담아낼 수 있는 새주인이 올지 전망은 불투명해 한마디로 오리무중이다.
◆ 매각원칙과 '지역환원' 충돌...인수자 '지역밀착' 역점둬야
정부는 최고가 매수자를 찾을 것인 반면 지역정서는 '지역경제로의 환원'을 외치고 있기 때문이다.
경남이나 광주지역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지역은행 인수를 위한 인수위원회를 꾸려 인수준비를 하고 있고, 지난 13일에도 경남지역은 경남은행 지역환원을 위한 범 시·도민 결의대회를 개최해 인수에 대한 의지를 다졌다.
하지만 두 지방은행을 지역 상공인에게 되돌리기에는 금산분리원칙 등 구조적으로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우리금융지주 산하로 편입된 역사적 배경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일단 지역 상공인에게 되돌리는 것은 어렵다고 보면, 지역연고 금융자본과 지역은행들간의 인수경쟁을 예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역상공인으로 구성된 경남은행인수추진위원회를 제외하고도 경남은행에 대해서는 BS금융지주(부산은행)와 DGB금융(대구은행)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광주은행도 광주은행출자자협의회 등과 중국공상은행, JB금융지주, 한국금융지주, 교보생명 등이 새주인 후보로 거론된다.
광주은행의 경우 JB금융지주는 중국공상은행 못지 않게 지역정서를 껴안기 쉽지 않은 상황이고, 교보생명은 인수검토를 하지 않는다고 표명한 상태다.
시중은행을 가진 금융지주가 인수할 경우 지역밀착의 명분을 확보하기도 쉽지 않다. 이는 경남은행인수에서도 마찬가지다.
지역밀착형 금융이라는 국민경제상 의미를 고려하면 지역밀착의 근거는 두 가지다.
지역금융에서 생기는 이익을 지역에 재투자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지역에서 조달한 자금이 역외로 유출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지역금융 전문가는 "미국의 지역재투자법(CRA ,Community Reinvestment Act)과 같은 개념이 일본에서도 받아들여져 지역금융기관이 보호받는 측면이 강하다"며 "우리나라도 지방은행은 지역금융과 밀접해야 하는 데 이번 지방은행 매각에서도 이것이 과제다"라고 분석했다.
◆ 정치적 후유증도 우려되는 상황
경남은행 인수에서는 BS금융이나 DGB금융 모두 분란의 핵심이다.
부산-경남 경제권과 대구-경북 경제권이 관련된 두 금융지주의 대결이고 인수에 성공하면 지역금융의 최강자가 되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부산경제권과 경남경제권의 대립도 만만찮다. BS금융이 경남은행을 인수하는 것은 경남지역에서 용납할 수 없다고 본다.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범시도민 결의대회에서 "만약 다른 지역은행들이 지역은행을 인수하려고 하면 제일 먼저 경남도의 도 금고와 중소기업은행 협력자금을 빼버리고, 창원시와 울산시 등도 참여하도록 하겠다"며 BS금융과 DGB금융을 겨냥했다.
이는 이번주로 시작되는 박근혜 대통령의 지역민생 챙기기와 함께 다시 불거지는 남동권신공항 문제와 맞물려 상황이 더욱 어렵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경남은행과 신공항을 두지역의 민심을 달랜다는 시나리오가 정치권 일각에서 흘러나오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오는 8월에 우리투자증권이, 내년 초에는 우리은행도 매물로 나오는 상황에서 두 지방은행의 매각 전망은 더욱 안개속으로 들어가는 형국이다.
앞의 지역금융 전문가는 "지역상공인을 비롯한 지역인의 손으로 되돌리지 못할지라도 적어도 영업활동의 결과가 지역경제와 연결되는 구조라도 보여줄 수 있는 새주인이 나타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런 측면에서 이번 경남은행과 광주은행 매각은 그 인수자를 점치기가 쉽지 않고 매각 후 후유증도 상당히 우려된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영기 기자 (007@newspim.com)